“교회 성장 위해 가정 희생? 바람직한 목회자 태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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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 박사, 기독교학술원 제112회 월례포럼서 발제
기독교학술원 제112회 월례포럼 참석자 기념 사진. ©기독교학술원 제공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양재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기독인의 정신건강’이라는 주제로 제112회 월례학술포럼 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개회사를 전한 김영한 박사는 “인간 영혼의 존귀성은 하나님과 영원히 교제함에 있다. 천국은 지루하게 영원히 사는 고독한 처가 아니라 영원토록 하나님과 교제하는 곳”이라며 “날마다 교제하는 그리스도인은 닫히거나 부정하고 분리적인 정신이 아니라 이 세상을 향하여 복음 안에서 열리고 긍정하고 연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기독교인들은 신근본주의적 분리주의 사고방식에 빠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리스도인은 나르시스적 존재가 아닌 공감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며 “공감적인 존재는 그리스도의 케노시스를 닮아 자기를 비우고 타인에 자신을 내어주는 존재다. 기독교인의 정신건강은 그리스도의 케노시스를 본받아 이웃과 공감하고 타인에 대해 열려있고 환대하는 영성 실천”이라고 했다.

이어진 발표회에선 김덕수 박사(이마고데이클리닉, 숭실대 상담심리 Ph.D)가 ‘기독교인의 정신건강’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의미

김 박사는 “모든 존재는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하나님도 성부·성자·성령의 완전한 관계 속에서 존재하시며 그 의미를 드러내신다”며 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의 ‘나-너’ 개념을 언급하며 “인간 역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와 의미를 찾는다”고 했다.

이어 “성부·성자·성령의 관계에서 비롯된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이 창조되었다”며 “부부관계는 둘이 하나 되는 성서적 원리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 목회자 가정 회복과 교회의 책임

그는 특히 목회자의 부부관계 회복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세속화로 인해 기독교인의 정신건강이 흔들리고 있다”며 “가정의 회복은 교회의 사명이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목회자 스스로의 건강한 부부관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가정 붕괴가 단일 가정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세대 간 악순환으로 이어져 청소년 문제, 저출산, 인구감소 등 사회적 위기를 초래한다”며 “2003년 건강가정기본법 제정 이후에도 부부 전문상담사 국가 자격증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 부부 상담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기독교학술원 제112회 월례포럼 진행 사진. ©기독교학술원 제공

김 박사는 교회의 책임도 언급했다. 그는 “교회 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가정을 희생시키는 목회자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목회자 가정은 성도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며, 건강한 신앙과 정신건강은 성경적 부부관계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 이마고(IMAGO) 부부관계 치료에 관해

또한, 부부관계를 치유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배우자의 어린 시절 상처 를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점을 치료에 반영시키는 이마고(IMAGO) 부부관계 치료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부부 갈등의 원인은 어린 시절 상처에서 비롯된다는 점 ▲부부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성격이 아니라 관계 그 자체라는 점 ▲이마고 치료가 기독교인의 정신건강 회복에 핵심적이라는 점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목회 사역의 중심은 가정사역이며, 대화와 연결을 통한 관계 회복이 하나님 이미지 재형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 성경적 부부관계와 하나님 형상 회복

김 박사는 성경이 천국을 혼인잔치에 비유한 점을 언급하며 “부부관계 경험은 목회와 영성, 하나님 이미지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며 “인간은 불순종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훼손했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 부부 사랑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으며, 부부 관계 회복은 곧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또한 예수님의 사역을 예로 들며 “예수님은 정죄가 아니라 사랑으로 관계를 회복하셨다”며 “부부 사랑이 깨어진 상태에서는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히 경험할 수 없다. 부부관계가 단절되면 하나님과의 관계도 단절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박사는 “예수님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동일하게 말씀하셨다”며 “이웃사랑은 곧 하나님의 형상 회복이며, 가장 가까운 이웃은 부부이다. 부부관계의 회복을 통해 교회와 사회가 건강해지고, 나아가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될 수 있다”고 전했다.

행사는 서충원 교수(서울신학교, 숭실대 기독교학 Ph.D)의 논평, 종합토론, 김영한 박사(본원 원장, 샬롬나비 대표, 숭실대 명예교수)의 종합, 박봉규 목사(기독교학술원 사무총장, 전 한장총 목회자교육원장)의 광고, 박종서 목사(양지평안교회, 숭실대 기독교학 Ph.D)의 축도 순서로 마무리됐다.

한편, 앞서 개회예배에서 ‘주의 길을 곧게 하라’(마 3:3)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박종서 목사는 “복음을 전하기에 앞서 오직 사랑을 먼저 전해야 한다”며 “재생산이 불가능한 성도들, 가정에서 인간으로 형성되는 과정에 실패한 영혼들이 다시 복음을 들을 수 있도록 교회가 수리하는 AS센터 역할을 맡아야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했다.

이어 “이들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 주님이 들어오실 길을 평탄케 하고, 또 주님께 나아가는 길을 곧게 만드는 것이 목회의 중요한 과제다. 그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며 “그러나 단순한 감정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왜 그런 상태가 되었는지 이해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그들을 공감할 수도, 인내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다. 의존을 받아주면서 과잉이 아닌 적절한 사랑을 주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평범한 어머니만이 할 수 있는 이 단순한 행위는 사실 하나님의 지혜가 집약된 것”이라며 “오늘날 교회가 부모가 아님에도 부모의 일을 감당하며 주의 길을 곧게 만들기 위해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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