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성 목사(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사무국장, 분당우리교회 협동목사)가 최근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홈페이지에 ‘미국 주류 개신교의 몰락이 던지는 질문: 서서히, 그리고 갑자기’라는 주제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 목사는 “올해는 한국 선교 140주년이 되는 해이다. 1885년, 장로교의 언더우드와 감리교의 아펜젤러는 미국 주류 교단의 파송을 받아 조선 땅을 밟았다. 이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복음이 전해졌고, 근대식 교육이 시작되었다”며 “그 교육은 훗날 한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기초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언더우드를 파송했던 미국북장로교회(PCUSA)는 공식적으로 해외선교회를 폐쇄했다”며 “표면적인 이유는 재정난이라 하지만, 더 깊은 원인은 종교 다원주의적 신학이 교단 안에 뿌리내리면서 ‘해외 선교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데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시골의 주류개신교회에 가보면, 회중의 대부분이 고령자이며 교회 문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인 곳이 많다”며 “어떤 곳은 건물만 남아 겉모습만 유지한 채, 그 안의 신앙은 사라져 버렸다. 한때 거대한 신앙의 구조물이던 주류 교회가 ‘서서히, 그리고 갑자기’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교수였던 칼 트루만(Carl R. Trueman)은 주류 교회의 몰락의 첫 원인으로 ‘복음의 정치적 종속’을 지목한다”며 “20세기 초·중반까지 미국의 주류개신교회는 반공주의를 전파하며, 오늘날로 치면 정치적 우파의 시녀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주류개신교회는 베트남 전쟁 반대와 평화운동, 시민권 운동에 동참하면서 정치적 좌파와 진보 노선으로 선회했고 지금까지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트루만은 주류개신교회가 시대의 정치적 풍향에 따라 우파와 좌파를 오가며 스스로를 특정 정치 노선의 대변자로 자리매김했다고 지적한다”며 “그러나 복음이 정파나 이념을 대변하는 ‘종교형 시민단체’의 역할에 머물렀을 때, 교회는 정체성을 잃고 성도들이 떠나는 비극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두 번째 원인은 복음의 세속화”라며 “유럽 사회는 19~20세기 자유주의 신학의 영향으로 성경의 역사성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세계대전 전후, 유럽 교회는 급속히 쇠락했다”고 했다.
이어 “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ELCA)의 지난 40년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교단 지도부와 신학교는 인종 정의, 동성애자 권리, 정치적 올바름(PC), 다양성·형평성·포용(DEI) 의제에 집중했지만, 정작 회중이 직면한 실업, 가정 해체, 지역 공동체 붕괴 같은 문제들을 외면했다”며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미국에서 교회는 또 하나의 정치 전장이 되었고, 초월적이고 복음적인 신앙을 기대하던 이들은 발길을 끊었다”고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원인은 선교와 전도의 사명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마 28:19-20)는 지상명령이 교회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며 “미국의 주류개신교회는 세상 정치의 대안이 되려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들은 복음의 유일성을 상실했다. ‘예수를 믿으라’는 선포, 전도, 선교는 제국주의의 잔재이자 종교를 강요하는 폭력이라는 인식이 복음만이 구원의 유일한 길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상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네 번째 원인은 여전히 주류개신교회는 부동산과 유산 등의 기금이 풍부하여 그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 자산 대부분은 교회의 현재 신학적 방향을 알지 못한 채 기부한 고령 신자들의 유산이다. 결과적으로 화려한 예전과 전례는 유지되지만, 그 안의 믿음은 이미 전복되어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 교회는 어떠한가. 교회 안의 정치적 양극화와 대립은 미국 못지않게 치열하다. 우파와 좌파로 갈라진 갈등 속에, 실망하여 교회를 떠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며 “또한 오늘의 한국 교회는 세상에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신학을 철학·사회학·심리학으로 포장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또 “선교 현장은 또 어떤가. 최근 막을 내린 ‘선교한국’ 대회에는 과거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선교 관심자와 헌신자가 모였다.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교사의 다수가 50대 이상이며, 20·30대 선교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또한 도시의 비싼 땅 위에는 여전히 웅장한 교회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교회의 출석 성도는 줄고, 고령 성도만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도, 교회의 막대한 자산과 재정은 교회의 문제점을 시급한 문제점으로 인식하지 못하게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붙들고 회복해야 할 것은 신앙의 본질과 복음의 내용”이라며 “정치적 성향과 같은 비본질적인 요소에 교회와 사역자가 깊이 집착하는 것은, 복음 공동체인 교회에 결코 유익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국 주류개신교회의 몰락을 보며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