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운영위원회가 최근 김희헌 목사(향린교회 전 담임)를 신학대학원장 후보로 재추천한 가운데, 그간 김 목사가 퀴어신학 및 동성애 이슈에 대해 밝혀온 입장이 논란이다.
한신대 신대원 운영위는 김 목사가 퀴어신학 관련 글이나 논문 등 활동을 한 적도 없다며 재추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와 달리 김 목사는 향린교회 담임으로 재직했던 지난 2020년 9월 당시 차별금지법 제정 지지를 암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동성애·동성혼 반대 대책위원회’(기장 동반대, 위원장 김창환 목사)에 따르면, 김희헌 목사가 기장 총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해당 글에서 “교회 담에 작은 현수막 하나 내걸었다”고 전했다. 현수막의 내용은 “차별금지법 제정하라”고 쓰여 있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이 크다”며 “근본주의 신학의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을 논리로 삼은 보수세력의 일방적 주장은 잠시 동안 존재감을 보일 수는 있어도, 교회의 역사를 이끌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향린교회 안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고, 담임목사인 저에게 불편함을 호소해오는 어르신 교우들이 있다”며 “하지만, 한국교회가 ‘차별 금지를 반대하는 비상식적 집단’으로 낙인찍힌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아래와 같은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개신교 극우주의와 차별금지법’이라는 제목의 해명 글을 덧붙이며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됐던 지난 2020년 7월 당시 한국교회총연합의 차별금지법 제정반대 기도회 개최 등 차금법을 반대하던 교계 상황을 전하며, 이들의 반대 이유를 “이단과의 접경지역에서 제조된 해괴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김 목사는 “거시적으로 볼 때, 이런 광풍이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도덕이 무너지고 종교의 자유가 억압될 것이라고 말하며, 심지어 차별금지법은 반대하는 사람을 억압하기 위한 법이라고 말한다. 이는 궤변이다. 이단과의 접경지역에서 제조된 해괴한 논리가 기독교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동성애 반대 의견’을 ‘혐오를 표현할 자유’로 규정하며 “이를 요구하는 퇴행적 교회는 결국 역사성을 잃은 폐쇄 종교로 전락할 것”이라며 “역사의 진보는 새롭게 도래하는 가치(value)를 수용하는 미덕(virtue)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새로운 것은 익숙하지 않기 마련이다. 이 순간,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혐오를 표현하는 것은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 ‘한계’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란 그 존재의 ‘한계로서 허용’할 수 있다 할지라도, 그 존재의 ‘자유로서 장려’될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허용된 것과 장려할 것을 구별하지 않고 혐오 감정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지배당했다면, 기독교 종교의 역사는 진즉에 끝났을 것이다. 인류는 자신의 정신을 향도하지 못할 종교에 순종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서 “종교의 역사가 어두울 때는 차별과 혐오를 경건의 동력으로 삼는다. 기독교 역시 성경의 가르침이라는 이유로 자연을 파괴하고, 성차별과 여성에 대한 억압, 동성애 혐오와 인종차별 등을 장려하는 불량신학을 배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율법의 이름으로 폭력을 저지른 무지의 시대였다. 그러나 어두운 마음을 씻어내는 하늘의 믿음이 역사에서 솟아나고, 믿음의 사람들은 자신을 자기 시대의 율법이 아니라 신의 은총에 내맡긴다. 그것이 역사를 헤치고 살아나온 종교의 모습이다. 예수의 제자들 역시, 사마리아 지역을 혐오하는 유대적 반북주의를 극복했기 때문에 내부적 가치를 획득하고, 할례받지 않은 비유대인 자매 형제와 식탁공동체를 마련함으로써 외부적 통합을 이루어가며 역사를 써갔다. 그들이 만일 믿음을 율법의 하위개념으로 삼아 율법의 계명을 따른 차별과 증오에 그쳤다면, 그들은 적(敵)을 발명하는 일을 얼마간 하다가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라고 썼다.
아울러 “개신교 극우주의는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종교가 혐오 정치에 의존하는 습속에서 벗어나려면 회개가 동반된 긴 정신의 성숙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민의식이 성숙해지면서 과대표 된 개신교 극우주의의 텃밭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수치로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덧붙여 “다만, 타인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자격이 피조물에게 있지 않다는 겸손만 갖추어도 좋겠다. 그렇다면, 교회는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회의 태도이다”라고 했다.
한편, 오는 8월 13일 열리는 한신대 이사회는 김희헌 한신대 신대원장 임명 여부를 두고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