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과학연구협회(이하 성과연)가 21일 오후 서울 강남 한신인터밸리 지하2층 강의실에서 6월 월례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먼저 곽혜원 박사(경기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가 ‘퀴어 여성신학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곽 박사는 현대 문명이 겪고 있는 급진적 성혁명과 그 중심에 선 퀴어 여성신학의 흐름, 그리고 이에 대한 교회의 대응 과제를 조명했다.
강연의 서두에서 곽 박사는 “21세기 문명은 성윤리 해체, 가정 해체, 기독교 해체로 이어지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이전까지와 달리 여성 주도로 이루어지는 성혁명이 나타났다는 점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현상이며, 이는 여성들이 문제 해결의 핵심 주역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곽 박사는 이어 “예수 그리스도는 여성을 존귀하게 여기셨지만, 제도화된 교회는 여성 사역을 축소하고 배제해왔다”고 지적하며, 엘비라 회의(306년)와 중세 교회 안의 여성 혐오적 교리를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마녀사냥과 여성에 대한 교회법적 차별은 그 구체적 증거로 인용되었으며, 이러한 역사적 맥락이 현대 여성신학 형성의 배경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곽 박사는 “젠더 주류화, 성애화(sexualization) 교육은 사회적 구조를 무너뜨리고 다음 세대를 성에 중독된 존재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며, “이는 건강한 가정공동체와 교회, 나아가 문명 자체를 위협하는 혁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한국교회의 과제로 그는 크게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성별 해체와 다원적 성정체성 추구에 맞서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수호할 것 ▲패륜적 성애화 흐름에 저항하고 사회적 성화(聖化)를 확산시킬 것 ▲가정공동체 회복에 전력할 것 ▲다음 세대에 기독교 가치체계를 전수할 것 ▲크리스천 여성의 사명감을 회복할 것 등이다.
곽 박사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부흥의 숨은 공신은 여성들의 희생과 헌신이었다”며, “이제는 크리스천 여성들이 다시 시대 문명의 회복을 위한 핵심 주체로서 역할을 감당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발표는 창세기 3장 15절을 인용하며 마무리되었다. 그는 “여자의 후손을 통한 구원의 약속은 타락의 역사에 대한 하나님의 회복 선언”이라며, “남성과 여성이 동역자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문지호 원장(의료윤리연구회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부소장)이 ‘몸과 결혼의 의미’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문 원장은 “몸은 사랑을 표현하는 언어이며, 결혼은 그 사랑이 완성되는 성스러운 연합”이라며, 급변하는 성혁명 시대에 기독교 신앙이 회복해야 할 몸과 결혼의 의미를 신학적으로 조명했다.
문 원장은 1960년대 이후 시작된 성혁명으로 인해 성의 의미와 결혼 제도가 근본적으로 해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임약의 상용화, 68혁명, 프리섹스 운동 등은 성을 결혼과 생식, 도덕 규범과 분리시켰고, 이제는 쾌락이나 자기 정체성 표현의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원장은 “혼외 성관계, 낙태 합법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흐름 속에서 전통적 성윤리와 가족 중심 질서가 억압적 규범으로 취급받고 있으며, 이는 결혼제도와 가정구조의 전통적 개념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그는 요한 바오로 2세가 1979년부터 1984년까지 129회에 걸쳐 전한 ‘몸의 신학’을 중심으로, 기독교적 성과 결혼의 본질을 설명했다. 그는 바오로 2세의 저서 <사랑과 책임>을 인용하며, “몸은 단지 육체가 아니라, 사랑의 의미를 담은 ‘언어’이며, 성행위는 책임과 헌신 안에서만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중심적으로 제기되었다: ▲하나님은 왜 에로틱한 욕망을 허락하셨는가? ▲성은 결혼할 때까지 억제하면 되는가? ▲순결은 단지 금욕의 영역인가? 이에 대해 문 대표는 “기독교의 순결 개념은 단순한 억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자기 선물’의 삶을 가능케 하는 영적 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몸은 하나님 형상으로 창조된 고귀한 존재이며, 성은 자기 자신을 타인에게 온전히 내어주는 사랑의 행위로 이해해야 한다”며, “결혼은 단순한 제도적 연합이 아니라, 몸과 영혼이 통합되는 인격적 관계”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현대 기독교가 왜곡된 성문화에 수동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되며, 교회와 가정이 나서서 젊은 세대에게 몸과 결혼의 의미를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쾌락 중심적 성 담론은 사랑과 책임이 빠진 일회성 소비일 뿐이며, 성은 오히려 사랑을 성화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문 원장은 발표를 마치며, “오늘날 성혁명은 인간 존재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라며, “기독교는 몸과 성, 결혼의 본래적 의미를 회복함으로써 문명의 기반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