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법과 가이사의 법(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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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헌제(한국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다”(마 25:36, 히 13:3)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예수님은 양과 염소의 비유에서 오른편에 선 복 받은 자들에게 “내가 옥에 갇혔을 때에 너희가 와서 보았다”고 칭찬하셨다(마 25:36). 히브리서 기자도 “너희도 함께 갇힌 것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라”(히 13:3)며 수형자에 대한 기억과 돌봄을 권면한다. 사도 바울은 로마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 자신을 부지런히 찾아와 준 오네시보로를 언급하며, 주님께서 그에게 긍휼을 베풀어주시기를 기도한다(딤후 1:16–17).

예나 지금이나 감옥은 자유가 박탈된 비좁은 공간이다. 철문은 굳게 닫히고, 창문은 쇠창살로 가로막혀 있다. 햇빛은 한 줄기씩만 스며들고, 하루의 모든 움직임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통제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갇힌 자들은 대개 충격, 불안, 분노, 수치심에 휩싸인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하고 싶고, 억울함이나 두려움은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시간이 흐르면 환경에 순응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무력감과 자존감 저하를 겪는다.

그러나 모든 갇힌 자가 절망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침묵과 고독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과 변화의 문턱에 선다. 어쩌면 그들은 가장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예수님께서 갇힌 자를 돌아보라고 하신 말씀은 단순한 위로나 동정을 넘어, 그들이 죄를 회개하고 새사람으로 거듭날 기회를 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성감옥의 절망 속에서 선교사들이 전해준 성경 말씀을 통해 새사람으로 거듭난 이승만 건국 대통령의 예는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우리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수형자 역시 국민이며, 기본권의 주체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역시 수용자에게 신앙의 자유와 종교행사, 종교상담, 경전 열람 등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물론, 교정시설은 보안과 질서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특수한 환경이다. 예배나 종교집회, 외부 종교인과의 접촉은 일정한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은 최소화되어야 하며, 정당하고 비차별적인 기준에 따라야 한다. 실제로 법원과 헌법재판소도 여러 차례 판결을 통해 “수형자의 종교의 자유는 가능한 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차이가 크다. 형이 확정된 기결수에 대해서는 비교적 종교행사 참여가 잘 보장되는 반면,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미결수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로 제약이 크다. 예배시간에 공범 간의 접촉을 통한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교정시설의 인력·공간 부족도 그 이유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1년 결정에서 두 가지 점을 지적하였다. 첫째, 미결수는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오히려 기결수보다 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공범 간 모의 가능성은 이들을 분리하여 종교행사에 참여시키면 해결될 문제라는 점이다. 따라서 4개월간 미결수의 종교행사 참석을 금지한 대구구치소장의 조치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 판단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5년의 다른 결정에서는 미결수 간의 접촉 제한 필요성을 인정하며, 매주 종교행사를 실시하지 않고 4주에 1회로 제한한 조치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결수보다 미결수의 종교 자유를 더욱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이며, 미결수의 처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행정편의주의에 입각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수용자에게 종교가 미치는 치유적·회복적 영향과 세계적인 인권 보장의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아쉬운 결정이기도 하다.

수형자의 종교활동은 단순한 ‘종교적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인생의 밑바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영적 회복의 기회이며, 죄를 인식하고 용서를 구하는 은혜의 통로이기도 하다. 수많은 간증이 증명하듯, 감옥 안에서 처음 성경을 접하고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교도소 안에서 드려지는 예배, 찬송, 말씀 묵상은 단지 위안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갇힌 자들에게 종교활동의 자유가 더 확대되어야 할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수님은 우리가 “가난한 자, 병든 자, 옥에 갇힌 자에게 한 것이 곧 주님께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마 25:40).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수용소 내에 상근 교목제도가 회복되고, 한국교회가 세운 소망교도소가 그 사명을 잘 감당해 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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