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모습. ⓒ 뉴시스
과거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모습. ©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대남 위협 국면을 주도하는 가운데 북한 1인자인 오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제 재등장할지 주목된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전단 관련 첫 담화를 시작으로 현 대남 위협 국면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예고했던 남북 간 통신선 차단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그대로 실행하면서 북한 내 2인자 지위를 확고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1인자인 김 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종횡무진하며 대남 전선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와중에 김 위원장의 침묵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뒤 자취를 감췄다. 당시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였음에도 김 위원장은 정치국회의에서 경제 정책 부문에 관한 언급만 하며 동생을 위한 활동 공간을 남겨뒀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내치에 집중하는 동안 김 제1부부장이 악역을 도맡아 우리측에 대한 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 제1부부장은 남북관계 악화의 기로가 될 군사 부문에서는 최종 결정권을 오빠인 김 위원장을 위해 남겨뒀다. 각종 군사 분야 정책의 최종 승인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 사항으로 남긴 것이다. 중앙군사위 최종 결정권자는 김 위원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제1부부장이 악역을 수행하면서 긴장감을 최대한 고조시킨 뒤 김 위원장에게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김 위원장이 향후 대미, 대남 회담에 임할 때 협상력을 극대화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북한 주민도 다 안다. (김 제1부부장 덕에) 김정은 위원장은 자기 손에 피를 안 묻히고 하고 싶은 것을 다 달성했다"며 "어느 정도 필요했던 것을 채우고 나서 자기들이 이쯤이면 됐다는 판단이 되면 그때 김 위원장이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재등장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로 추정되는 항공기가 17일 오전 함경남도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민간 항공기 운항 상황을 추적하는 '플라이트 레이더 24'는 이날 오전 평양을 출발한 항공기가 함경남도 함흥 지역까지 항공한 뒤 기수를 북쪽으로 옮긴 것으로 표시했다.

이후 항공기 항적은 잡히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이 항공기에 탑승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잠수함 기지가 있는 함경남도 신포에서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참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처럼 남매가 역할 분담을 하며 대남 위협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모습이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만 심화시킬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특히 북미 협상을 통해 대화가 가능한 정상국가 지도자라는 인상을 줬던 김 위원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오명을 입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 지도자'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널리 확산됐다"며 "그러나 북한이 이처럼 4·27 판문점선언의 중요한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난폭하게 파기하고 남북관계를 냉전시대의 적대적 관계로 후퇴시키면서 국제사회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합의도 언제든지 깨뜨릴 수 있는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짚었다.

정 센터장은 또 "북한은 이처럼 기존 남북합의의 파기를 통해 그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던 개성공단 지역을 확실하게 군사적 용도로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로 인해 북한에 대한 한국사회의 내부 여론이 악화되고 북한의 국제적 고립도 심화돼 이는 북한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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