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직 성령으로! 한국 교회가 발견한 생각의 통로

서울장신 류금주 교수
서울장신 류금주 교수

최근 필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전광훈 목사가 「생각의 3가지 통로」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일련의 설교 시리즈를 유-튜브에서 접한 일이 있다. 전 목사의 이 설교는 사도 바울의 고린도전서 1장 22-25절과 2장 10절 본문에 근거하고 있다.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오직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 “오직 하나님이 성령으로 이것을 우리에게 보이셨으니 성령은 모든 것 곧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도 통달하시느니라.” 전 목사는 생각의 3대 통로로서 지혜를 추구하는 헬레니즘과 표적을 추구하는 헤브라이즘 그리고 기독교의 십자가의 도를 나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성에 근거한 헬레니즘의 철학과 감성에 근거한 헤브라이즘의 종교가 아닌 계시에 근거한 오직 성령으로의 십자가의 길만이 인류를 구원하는 참된 생각의 통로임을 전 목사는 그의 설교에서 확인, 역설하고 있다.

한국교회사에서 볼 때, 1895년의 한국 교회와 1905년의 한국 교회는 무엇이 한국이 취해야 할 참된 생각의 통로인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교회 선교는 1884년에 시작되었다. 선교 초기의 한국 교회는 개인적이요, 경건주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1895년의 한국 교회는 애국충군(愛國忠君)의 교회로 불릴 만큼 예수 믿는 것과 애국하는 것을 동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1905년의 한국 교회에 가서는, 특히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한국 교회의 비정치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대 부흥 운동에서 교회의 실천이란 자고로 신앙의 불길이 먼저 타오른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연결 되는 것이라는 절차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1895년에 나타난 애국충군의 교회 안에 반드시 신앙과 연결되지 않은 행동과 실천이 섞여 들어와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말하자면, 성령의 통로가 아닌, 이성과 감정, 철학과 종교의 인간 중심적 통로가 작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반해, 1905년의 한국 교회는 한국이 마땅히 취해야 할 생각의 통로로서 성령의 통로를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예수께서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당부하시기를 성령을 기다리라고 하신 사실을 기억한다. 오직 성령으로! 성령의 능력이 임하고 나서야 교회의 행동과 실천이 가능하다는 것을 1905년의 한국교회는 깨닫고 있었다.

2. 성령의 불길을 조직으로 보존하고 선교로 폭발시킨 한국 교회

1907년 대 부흥 운동 후 한국 교회에는 세계 교회의 여느 성령운동에서는 별무한 특징이 나타나고 있었다. 도처 교회가 조직되었고 교파 간의 협력과 함께 선교가 불처럼 일어났다. 한국교회사 연구의 대석학 민경배 교수는 성령강림 후에 이어진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성령의 불길이 이제 조직의 메카니즘으로 보존되고 저장되면서 그 힘이 방출되는 통로가 선교로 나타났던 것이다.”

세계 교회는 1905년 한국 교회의 성령운동을 보면서 사도행전의 교회가 재현되었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성령의 불길이 임하면서 교회가 조직되고 이 조직된 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하면서 다시 성령운동이 계속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가다락방에 떨어진 성령의 불로 권능을 받은 사도들이 도처 예수를 증거하고 그 여파로 조직된 안디옥교회가 이제 이방선교의 중심지로서 바울과 바나바를 파송하고 다시 이방인의 사도 바울을 통해 성령운동이 아시아는 물론 유럽 각지로 뻗어간 것과 마찬가지이다.

3. 성령운동의 세 가지 경로와 그 선순환: 성령의 나타남-조직-선교

이와 유사한 경우를 세계교회사에서 찾아본다면, 가령 1546년 무렵의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흥운동을 들 수 있다.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는 개신교 종교개혁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 대항하는 방법이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흥운동에 있다고 보고 소위 반종교개혁이라고 불리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흥운동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런데 로마교회는 이 부흥운동을 트리엔트공의회, 세계적인 종교재판소 그리고 예수회라는 삼두마차로 이끌고 갔다. 여기서 트리엔트공의회는 교리, 종교재판소는 조직, 그리고 예수회는 선교를 맡고 있었다. 교리-조직-선교의 구도였다.

이상에서 볼 때, 성령강림과 조직과 선교는 기독교회의 생각의 통로인 성령운동이 필수적으로 거치는 경로임을 확인하고 싶다. 이 세 가지 경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코 성령의 나타남이다. 그런데 이 성령의 나타남은 두 번째 단계인 교회의 조직을 통해 그 에너지가 저장, 보존, 조절, 확대 된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인 선교를 통해 그 거대한 힘이 폭발적으로 방출 되어 세상과 역사를 역사 주재의 하나님의 뜻대로 변혁시킨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성령의 나타남-조직-선교로 선순환 되는 것이다.

류금주 교수(서울장신 교회사)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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