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기자회견 갖고 유전학·의료윤리 쟁점 다뤄
PC주의가 의과학·생명윤리에 미치는 영향 조명
한국성과학연구협회(회장 민성길)가 ‘동성애 유전이 아니라면’과 ‘PC주의와 의학’을 출간하고,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내 카페에서 출판 기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두 책은 성과 생명, 의료윤리와 관련한 현대 사회의 쟁점을 의과학적 관점에서 다루며, 기독교적 문제의식도 제시한다. ‘동성애 유전이 아니라면’이 동성애 행동의 유전적 요인과 정신사회적 원인, 임상적 특징을 살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PC주의와 의학’은 PC주의가 의과학과 의료윤리, 성문화와 가족, HIV 예방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삼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자들은 동성애의 유전적 요인과 원인에 관한 연구,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주의)이 의과학과 의료윤리에 미치는 영향, 낙태와 의사조력자살 등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저자들은 의학과 과학이 이념이나 사회적 압력에 좌우되지 않고 근거에 기반해 연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과 생명, 젠더, 가족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의과학적 연구와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적 가치와 창조질서라는 관점에서 여기에 접근해야 함을 역설했다.
◇ ‘동성애 유전이 아니라면’… 유전학 연구와 임상적 쟁점
민성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집필한 ‘동성애 유전이 아니라면: 동성애의 임상적 사실들’(문지사)은 동성애와 유전의 관계를 비롯해 동성애 행동의 생물학적·정신사회적 원인과 임상적 특징을 다룬다.
책은 동성애 행동이 유전되는지, 이른바 ‘동성애 유전자’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의과학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1980년대 쌍둥이 연구와 1990년대 Xq28 관련 연구, 이후 대규모 전장유전체연관연구(GWAS)로 이어지는 연구 흐름을 살핀다. 저자는 특정한 동성애 유전자가 확인됐는지를 넘어 유전적 요인이 인간 행동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하는지를 검토한다.
민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동성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유전적 특징을 분석한 2019년 연구를 언급했다. 그는 해당 연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일부 유전적 차이가 관찰됐다고 설명하면서도, 이를 동성애만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동성애 행동과 관련된 유전적 소질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소질은 동성애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여러 행동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유전학적 연구에 더해 동성애 행동의 정신사회적 원인도 살핀다. 20세기 초 정신분석학에서 시작된 발달이론과 트라우마 이론, 비공유 환경 가설, 역경적 소아기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s·ACE) 관련 연구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아동기 학대와 방임, 집단 따돌림, 과잉보호 등의 경험이 성격 발달과 행동 문제, 건강 문제 등 여러 측면과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민 교수는 동성애 행동을 인간 행동의 하나로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그 행동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판단할 때는 결과와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독교적으로는 행동의 열매를 살피고, 의학적으로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 후반부에는 동성애의 빈도와 생활양식, 합병증, 예후와 유동성, 치료 등 임상적 내용을 정리한 부록도 실렸다. 동성애가 정신장애 진단명에서 제외된 1973년의 역사적·정치적 과정도 다룬다.
민 교수는 “동성애자의 인권을 존중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차별 문제를 법으로 해결할 경우, 그 과정에서 학문·언론·신앙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법적 강제보다 교양을 통한 접근이 바람직하며, 이번 책도 관련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자료라고 민 교수는 강조했다.
◇ ‘PC주의와 의학’… 근거중심의학과 의료윤리 강조
‘PC주의와 의학’(광연재)은 한국성과학연구협회가 지난 3월 21일 ‘PC와 의학’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연례 콜로키움에서 발표된 회원들의 논문을 모은 책이다. 이명진·류현모·민성길·송흥섭·문지호·박종명·고두현·임수현 등 의과학자와 의료인 8명이 참여했다.
책은 PC주의가 의과학 연구와 의료윤리, 성과 가족, 공중보건 등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살핀다. 저자들은 PC주의가 소수자 보호와 차별 철폐를 내세우지만, 그 과정에서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의과학 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 주제 제한과 연구비 통제, 논문 취소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EBM)과 의료윤리를 토대로 한 ‘의학적 올바름(Medical Correctness)’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됐다. 근거중심의학과 의료윤리를 위협하는 PC주의와 의료 상업주의를 비롯해 젠더, 동성애, 트랜스젠더, 현대 가정과 공동체, 성문화와 성혁명, 소아성범죄, HIV 예방정책 등을 다룬다. 특히 인권과 공중보건의 관계, 성문화의 변화가 가족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의과학 및 의료윤리의 관점에서 검토한다.
류현모 부회장(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교실 명예교수)은 기자회견에서 “PC주의가 약자 보호를 명분으로 다수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의학과 과학의 자유로운 논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젠더주의가 생물학적 성에 관한 과학적 사실과 배치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생식기 형태를 바꾸거나 호르몬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신체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는 있어도 개인의 유전적 특성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전환과 호르몬 치료의 장기적 부작용도 지적했다.
류 부회장은 “성과 생명, 결혼과 가정에 관한 입법 논의가 한국 사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 책이 관련 쟁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진 총무(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는 “PC주의가 의학뿐 아니라 신학과 정치 등 여러 영역에서 표현과 논의를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을 사례로 들며, “관련 논의가 복음과 창조질서에 관한 기독교적 관점의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의학은 근거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각 분야의 기독교 전문가들이 관련 쟁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태와 의사조력자살 문제도 언급한 이 총무는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됐다”며 “이러한 기독교적 관점에서 낙태는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국가가 많다”며 일부 국가의 제도만으로 낙태 허용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불법 유통을 이유로 낙태약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마약의 불법 유통을 이유로 마약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며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사조력자살에 대해서는 “자살에 의사의 도움을 더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허용한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하는 국가가 세계적으로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생명을 보호하는 문화를 추구할 것인지 죽음의 문화를 추구할 것인지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성과학연구협회는 인간의 섹슈얼리티를 의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2014년 의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단체다. 월례 세미나와 연례 콜로키움, 대중 강연, 도서 출판 등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