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 3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에 대해 “불의의 사고”라고 했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해 일으킨 중대 사건이었음에도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DMZ에 북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장병 3명이 크게 다친 사건에 대해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한 건 국군통수권자로서 이번 사고를 대하는 인식에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내 자식이 이런 사고를 당했어도 그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불의의 사고’란 뜻하지 않게 발생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북한이 MDL을 침범해 국경 요새화 작업을 하는 사실을 군 당국이 알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다. 위험을 인식하고도 피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라 할 수 있다.
우리 장병이 그런 사고를 당했는 데도 이 대통령은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거나 경고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대신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 조치” “대화 복원” 등 북한을 향해 구애하는 듯한 표현만 되풀이했다.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무슨 대화를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막혀 있는 대화 창구를 열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화든, 대화든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매달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이번 북의 지뢰 도발 사건은 북이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일으킨 군사 도발이라는 게 우리 군과 유엔사의 공통된 인식이다. 북이 가해자란 사실이 드러났는데 대통령이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하면 저들이 앞으로 무슨 짓을 하든 묵인하겠다는 의사 표시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 김여정은 이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에 대해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광대극의 절정 장면” “서울은 더 이상 잔머리를 굴리지 말아야 하며 우리 국가의 영상을 훼손하려는 허튼 수작질을 당장 걷어치워라”고 하는 등 비난과 조롱을 쏟아냈다.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2026년 2월 제9차 당대회에서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재확인했다. 김여정이 담화에서 한국을 “서울”로 지칭한 것도 우리를 국가체제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그런 북을 상대하려면 책임을 묻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게 순서다.
이번 사고는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가해자인 북이 정전협정을 어기고 일으킨 군사 도발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북에 책임을 묻는 동시에 재발 방지를 위해 북한이 불법적으로 매설한 지뢰를 철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이 대통령이 언급한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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