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지인의 북한 동조 발언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은 혐의로 1973년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故) 성기호씨의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29일 관보에 따르면 해당 판결은 지난 9일 내려졌다.

과거 부산대 사학과 학생이던 성씨는 1968년 외삼촌의 친구로부터 북한을 이롭게 하는 선전을 듣고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1970년 외삼촌에게 비슷한 내용을 듣고 함구한 혐의도 더해졌다. 1972년 1심 법원은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성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1973년 4월 판결이 확정됐다.

육군보안사령부 대공수사과 소속 수사관들은 1972년 3월 22일 성씨를 임의동행으로 데려갔으나 구속영장은 5일이 지난 3월 27일에야 일괄 집행됐다. 교단에 서던 성씨는 1972년 3월 17일 구 교육공무원법에 근거해 직위해제 조치를 받았으며 이듬해 4월 면직 처리됐다. 성씨가 1994년 9월 세상을 떠난 뒤 자녀가 지난해 9월 재심을 청구하며 다시 재판이 열렸다.

불법구금 당한 고교 교사, 53년 만에 재심 무죄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성씨가 5일간 불법으로 구금됐던 사실이 인정되고 3월 22일 이전부터 이미 불법 체포돼 구금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씨는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적으로 체포, 구금된 상태에서 가혹행위 등을 당해 임의성 없는 심리 상태에서 수사기관에서 자백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 후 검사의 피의자 신문 단계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돼 진술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검사는 그런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지 못했다”며 “검찰에서 작성된 성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서는 모두 증거 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가보안법이 찬양이나 고무 행위자를 신고하지 않은 행위를 더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설령 외삼촌 등이 '남북한 협상을 통한 평화통일 방안'을 언급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행위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있는 반국가단체 찬양, 고무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성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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