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지는 군대 내 동성 성범죄

이명진 소장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2013년 7월부터 3개월간 대구의 모 육군부대 선임병이 후임 병사 17명에게 자신의 성기를 강제로 구강성교를 시키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병사들은 치욕적인 성추행에 대한 정신적 충격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성추행 가해 병사는 군사법원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피해자 병사와 가족들의 분노와 정신적 충격은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이후 연이은 군대 내 동성 성범죄 사건들로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불안감이 고조되어 있다. 만약 자신의 자녀가 군대에서 강제로 구강성교와 항문성교를 당했다면 피해자를 죽이고 싶을 정도의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이런 군대 내 동성 성범죄를 막고 있는 법 조항이 군형법 92조 6항이다. 만약 이 조항이 없어진다면 군대 내에 동성 성행위와 성폭력이 만연할 것이 자명하다.

불안을 선물한 대법원 판결

상황이 이런데도 2022년 4월 21일 대법원은 남성 군인 두 명이 근무시간 외 영외에서 합의 하에 성행위를 한 것을 군형법 92조 6항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군형법 92조 6항을 무력화시키는 초월적 사법권을 행사한 것이다. 대법원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의한 합의에 의한 성관계이고, 장소가 군대 영내가 아니며, 전시가 아니라는 것이 무죄의 이유였다.

그동안 동성 성행위 옹호자들은 군대 내 동성 성행위를 허용해 달라며 군형법 92조 6항에 대한 3차례 헌법 소원을 냈었다. 헌재는 3차례 모두 합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군형법 92조 6항에 대한 위헌소송이 끊이지 않고 현재 10여 건이나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 인권에는 한 마디도 못 하면서 정치권력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군형법 92조 6항을 없애라고 훈수를 두며 완장질을 하고 있다.

양식있는 법조인들의 비판과 지적

위험한 대법원판결에 대해 양식 있는 법조인들의 비판과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법조인들은 1) 법률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라면 법률에 따라 판결을 내려야 한다. 2) 입법권을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무리하고 위험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3) 최고법원의 대법관들이라고 하더라도 보편타당한 도덕을 폐기할 권한이 없다. 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부끄러운 졸속 판결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적 다툼의 문제는 법조인들에게 맡기고 이번 판결에서 강조한 합의에 의한 성관계이기에 무죄하다는 판결 요지에 대한 의학적 윤리적 반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성병과 전염병은 합의한 성관계이건 아니건 간에 발생된다.
2. 공익과 직업윤리를 훼손하는 판결은 재고되어야 한다.

성병과 전염병은 합의한 성관계이건 아니건 간에 발생된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합의에 의한 동성 성관계이기에 무죄하다고 했다. 하지만 ‘성병과 전염병은 합의한 성관계이건 아니건 간에 발생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0세기 이전까지 전쟁 중 전염병에 희생된 병사는 전투와 부상에 따른 사망자보다 더 많았다. 전염병 사망과 같은 ‘비전투손실’ 때문에 전쟁의 승패가 바뀌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으로 인해 전사(戰史)가 바뀐 사례를 여러 동서양 사료를 통해 알 수 있다. 인류를 전멸 위기까지 몰고 갔던 3차례의 흑사병이 있었다. 1494년 프랑스는 신성로마제국과의 전쟁에서 전쟁터에 매춘부를 동행했다. 부대끼리 매춘부를 바꾸면서 매독은 더욱 확산됐다. 프랑스는 매독과의 전쟁도 동시에 치렀다. 발진티푸스는 1812년 나폴레옹 대군을 몰살시켰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확산 우려로 한때 많은 군 인원이 격리되고, 바다 위의 요새인 항공모함까지 운행을 정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대규모 집단생활을 하는 군대는 전염병에 매우 취약할 수 있다. 특히 젊은 남성들로 주로 구성된 군대 생활의 경우 각종 전염병과 성병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동성 성관계로 인한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라도 합의건 비합의건 비전투손실을 막기 위해 동성 성관계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공익과 직업윤리를 훼손하는 판결은 재고되어야 한다.

의사는 환자를 위한 공익을 위해 존재하고, 군대는 국가를 지키는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군대는 적군을 대적하여 국민과 영토를 지키는 일을 제일 중요한 가치로 지켜간다. 의사나 군인이나 공익을 지키는 사명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공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전문직은 전문직의 품위와 역량을 잘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사는 의사윤리강령과 윤리지침, 그리고 구체적인 행동수칙 (Code of Conducts)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지침에는 의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특수한 관계인 수련의나 환자와 성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의 경우 아예 자격증을 박탈하기도 한다.

(의사윤리지침) 제12조 ④항 의사는 진료 관계가 종료되기 이전에는 환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경우라 할지라도 환자와 성적 접촉을 비롯하여 애정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

비록 환자와의 성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일지라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같은 기준을 지키고 있다. 성적 자기 결정권에 의한 성관계나 교제를 금지하는 이유는 우월한 위치에 의한 비윤리적 행위가 환자와 수련의에게 위해(危害)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의사가 환자나 하급 수련의와의 성관계를 가져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받는 경우 법원은 의사단체의 징계를 존중해 주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 ‘합의한 동성 성관계이기에 무죄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군대의 공익을 훼손하고 있다. 전투를 위한 특수한 임무와 계급 체계를 가지고 있는 군인에게 합의에 의한 동성 성관계가 허용한다면, 군 기강이 무너지고 결국 싸움도 하기 전에 자멸하는 군대가 될 수밖에 없다. 모든 동성 성폭력과 범죄는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는 핑계로 빠져나갈 것이다. 하급자가 부대장과 애인 사이가 될 수도 있고, 부대 밖에서 상관에게 성관계를 요구할 수도 있으며, 병사 간에 삼각관계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군 당국은 군대 내 동성 성관계나 특히 근무 시간 중에 발생하는 성관계가 군 사기진작과 건강관리에 끼치는 영향과 군 위계질서와 지휘통제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법과 윤리는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강력한 보호막이다. 군 지휘부는 강인한 군인정신과 군기강를 확립을 통해 강한 군대를 만들고 군의 명예와 품위를 지켜가야 할 책임이 있다. 군형법 92조 6항은 군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비전투손실을 막기 위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의사협회와 같은 윤리지침이나 복무규정을 제정하여 합의건 비합의건 간에 군인의 동성 성관계를 엄격하게 금해야 할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인간의 성욕을 자제하지 못하면 패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모든 성욕과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절대적 권리가 될 수 없다. 도덕과 윤리를 넘어선 인권은 있을 수 없다. 공익을 훼손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고삐 풀린 망아지와 다를 바 없다. 지금 군인들에 필요한 것은 성욕 해소가 아니라 강인한 조국을 지키려는 군인정신과 사명감이다.

공익과 국익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 대법원은 국민과 조국에게 대단히 큰 실수를 범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판결을 재심의 해 주기 바란다.

이명진(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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