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작가
황선우 작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회를 거듭할수록 우영우(박은빈)와 이준호(강태오)의 러브라인을 많이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해 “뻔한 이야기로 돌아간다”, “변호사의 재판 사례나 장애인 이야기 안 하고 뭐하냐”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우영우와 이준호의 러브라인 역시 장애인 인권의 본질 중 하나이다.

드라마 10화에서는 한 장애인이 성폭력 피해자가 된 사례를 다뤘다. 사실 그 장애인은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을 실제로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장애인 딸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아 성폭력 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장애인은 성폭력 피해자로, 상대 남성은 가해자로 재판이 종결되었다. 이를 보는 우영우 변호사는, 장애인은 사랑하기도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현실을 봐도 마찬가지다. 소위 “불쌍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사랑이 아니라 연민이다. 그저 도와주고 싶고 어디서 피해 안 당했으면 좋겠다는 연민, 그것을 사랑이라 착각하며 함께 있어주지만 그 관계는 연인이 아니라 후원자에 불과하다. 드라마 10화에 나온 장애인 피해자의 부모 역시 딸에 대한 사랑보다 연민이 더 컸다. 어머니가 그 딸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놓아줄 줄도 알아야 했다. 그저 장애인 딸을 “불쌍한 사람”으로만 보니 딸의 자유를 틀어막기만 했다.

하지만 이준호는 진심으로 우영우를 사랑했다. 친구에게 “그것은 연민”이라 비난받지만, 이준호가 그저 착해서 우영우를 여자로 보는 게 아니었다. 우영우가 웨딩드레스 입은 것 보고 반하는 것을 보면, 보통 사랑의 시작과 비슷하다. 말 그대로, 이준호가 우영우에게 가지는 마음은 연민이 아니라 사랑이다.

이 러브라인이 드라마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얼마나 중요한지 알 필요가 있다. 사람을 대할 때, 연민에 의한 후원을 한다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진심어린 사랑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연민이 아닌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고, 후원이 필요한 경우라도 연민이 아닌 사랑에 의한 후원을 해야 한다. 여기서 사용된 '사랑'과 '연민' 이분법, 이를 보고 감탄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극본을 쓴 문지원 작가의 섬세함이 놀라웠다.

하지만 문 작가가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내용을 다룰 때 사용하는 이분법은 매우 아쉽다. 그때 많은 것이 왜곡되어 나타난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극단적인 두 경우를 보여주며, 둘 다 잘못된 것임에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한 쪽이 더 선한 것인 양 보게 만든다. 이분법을 사용하면 안 되는 부분에서 사용한다.

드라마 2화의 ‘웨딩드레스’ 사건이 그 시작이다. 딸이 아버지의 강요를 벗어나 독립심을 가지는 것이 딸의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나온다. 이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아버지를 그릴 때, 돈에 환장하며 돈만 보고 딸에게 결혼을 강요해왔고 결혼시키기 위해 종교까지도 강요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에 반해, 딸은 아버지의 강요에서 벗어나 다른 종교를 믿고, 아버지의 강요로 이루어진 결혼식에서 벗어나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언니와 결혼하겠다고 한다.

즉, 딸은 동성애자였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하면서 동성애자 언니와 함께 법정에서 나가는 모습이 매우 짜릿한 것인 양 그려진다. 이 극단적인 두 경우 모두 잘못되었으나 드라마에서는 딸의 삶이 더 선한 방향이라 묘사하고 있다. 성인이 되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나 돈만 보고 결혼을 결정하면 안 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독립에 더하여 딸처럼 동성애를 하는 것까지 선한 방향이라 묘사하는 건 문지원 작가의 지나친 편향이라 보여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드라마 9화의 ‘방구뽕’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다. 자녀 셋 모두 서울대 보낸 무진학원 원장의 셋째 아들 방구뽕, 즉 이 아들도 서울대 출신이다. 그런 아들이 자신의 이름을 방구뽕으로 개명하고 자신의 직업을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이라 말한다. 나중에는 학원 버스까지 빼돌리며 학원 학생들과 놀다가 고소 당한다.

하지만 재판 후반부에 학원 학생들이 오히려 방구뽕을 옹호한다. 방구뽕의 혁명스러운 행동이 미화된다. 물론, 드라마에도 나오듯 초·중학생에게 밤늦게까지 학원 다니게 하는 건 그 아이의 미래를 봤을 때도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고등학생 때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건 필요할 수 있겠으나, 초·중학생 때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 개인적인 취미, 독서 등을 하는 것 역시 그 아이의 장기적인 성적과 미래를 봤을 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들 방구뽕을 그토록 미숙하게 키운 무진학원 원장은 그 아들을 서울대에 보냈음에도 그다지 좋은 자녀교육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자신의 학원에 다니는 초·중학생을 밤늦게까지 학원에 있으라 하는 것 역시 잘못된 부분이 있다. 그런데 방구뽕의 사상처럼, 학교와 학원 그리고 부모님의 권위 자체를 부정하며 이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역시 잘못되었다. 이처럼 극단적인 어머니와 아들 둘 다 잘못된 길을 걸어왔는데, 드라마에서는 아들 방구뽕이 선한 방향인 것처럼 그리고 있는 것을 보면 마찬가지로 아쉽다.

더 황당한 일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만 5세 초등 취학’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방구뽕의 발언을 딴 팻말을 메인 테마로 세운 것이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만 5세 초등 취학 정책에 반대하지만, 드라마 속 방구뽕의 미숙하고 반(反)사회적인 발언을 정치 집회에 가지고 나오는 건 상당히 어이없는 일이다. 이는 드라마 극본에서 이분법을 바르게 사용하지 못한 것 역시 책임이 있다.

이러한 흐름은 문지원 작가가 이전에 각본을 썼던 영화 <증인>(2019)에서도 드러난다. 이 영화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마찬가지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여성이 등장한다. 어눌하고 산만하게 말하는 장애 여성 지우(김향기)가 증인으로 채택될 수 있는지에 대해, 순호(정우성) 변호사가 처음에는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며 비판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업무까지 내팽개치며 장애 여성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순호 변호사는 자신이 과거에 활동했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곁으로 돌아간다. (참고로 민변은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이재명 의원 등 다수의 민주당 정치인을 배출한 변호사 단체.) 이 영화에서도 정의로운 민변과 돈에 타협한 변호사라는 이분법이 사용되었다. 민변이 하는 일이 장애인을 위하고 정의로운 것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민변을 미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또 한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극단적이면서도 조금씩 뒤틀린 이분법 속에서,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한지에 대한 분별이 시청자들에게 꼭 필요한 상황이다.

황선우 작가(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선의 비범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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