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엽
연세대 교수, 추계예대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서울시합창단 단장을 역임했던 김명엽 교수

시편은 원래 노래(music of poetry)였습니다. 히브리어 시편의 시와 멜로디는 동의어였습니다. 지금처럼 상징적인 표현으로서의 음악이 아니라, 음정과 리듬이 시상을 정확하게 표현될 수 있는 실질적인 선율이었습니다. 시편은 시이자 노래였고, 노래이자 시였습니다.

비잔틴 성가와 그레고리오 성가로 불리던 시편에 박자가 생겨나고 리듬이 생겨나고 기법이 발전하며 음악은 점차 시에서 분리되었습니다. 종교 개혁 이전에는 회중들이 예배 때에 시편을 노래할 수 없었고, 특별히 훈련받은 성가대만 부를 수 있었습니다.

루터는 시편에 의한 노래를 시도하였으며, 1533년에는 뉴샤텔(Neuchâtel, 독어; Neuenburg)에서 압운(押韻)된 시편가가 나왔습니다. 1537년에는 칼뱅에 의해 제네바의 개혁교회에서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네바 시편가

제네바 시편가(Genevan Psalter)는 16세기 칼뱅(Jean Calvin, 1509 - 1564)의 감독 아래 제네바의 개혁교회들이 전례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프랑스어 운율 시편가입니다. 위그노 시편가(Huguenot Psalter)라고도 합니다.
칼뱅은 예배에서 전체 회중이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었고, 그를 위해 시편가 찬양의 중요성을 말했습니다.

“교회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나 찬양함에 공동 기도의 형식으로 시편을 노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회중들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동으로 기도하고 찬양과 감사를 드리며 감동하게 될 것이다.”

칼뱅은 성경 본문으로 노래하는 방식이 회중들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시편을 노래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1538년 제네바를 떠나야 했던 칼뱅은 스트라스부르에 정착하여 위그노 회중과 합류하여 수많은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그는 스트라스부르에서 루터와 다른 사람들이 작시(作詩)한 독일어 시편을 프랑스 회중들과 공유하였고, 그들 자신을 위해 몇 편의 프랑스어 운율 시편가를 지었습니다. 칼뱅은 자신들보다 더 훌륭한 작시를 위해 16세기 초반에 프랑스 궁정 시인 마로(Clément Marot, 1496 – 1544)에게 시편 대부분의 프랑스어 작시를 의뢰했습니다.

1539년 판; 1539년에 ‘일부 운율 시편과 찬송가’(Aulcuns Pseaulmes et cantiques mys en chant)라는 제목으로 칼뱅의 시편가 초판이 출판되었습니다. 마로의 12편(1, 2, 3, 15, 32, 51, 103, 114, 115, 130, 137, 143), 칼뱅의 6편(25, 36, 46, 91, 113, 138)을 포함하여 노래에 붙인 18편의 시편과 찬송가가 포함되었습니다. 십계명, 시므온의 노래와 사도 신조 등 멜로디의 대부분은 당시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독일 교회에서 사용되던 친숙한 곡들이었습니다. 일부는 다흐슈타인(Wolfgang Dachstein, 1487-1553)이나 그라이터(Matthäus Greiter, ca. 1495 – 1550)가 작곡한 것으로 보입니다.

1542년 판; 칼뱅은 1541년에 제네바로 돌아와 1542년에 새로운 시편가 ‘마로와 베즈가 지은 프랑스어 운율 시편가’(Les Pseaumes mis en rime francoise par Clément Marot et Théodore de Béze)를 출판했습니다. 칸토어이자 음악 교사인 기욤 프랑(Guillaume Franc, c. 1505–1571)은 시편 6, 8, 19, 22, 24편(62, 95 및 111에도 사용됨)의 곡조를 작곡하였고, 시편 38편을 포함하여 많은 곡이 작곡되었습니다.

1543년 판; 마로는 1543년 제네바로 이주하여 또 다른 19편의 시편과 시므온의 운율시를 지었습니다. 1544년에 마로가 사망한 자 그의 작업은 베즈(Théodore de Bèze, 1519 - 1605)에 의해 계속되었습니다. 1543년 판에는 ‘교회 기도와 성가의 형식’(La Forme des Prieres et Chantz ecclesiastiques)이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새로운 시편의 멜로디는 기욤 프랑이 작곡했습니다.

1551년 판; ‘다윗의 시편 83편’(Pseaumes Octante Trois de David)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시편가는 마로가 지은 시편 49편과 베제가 지은 시편 34편이 실려 있습니다. 새로운 컬렉션은 1551년 장 크리스팽(Jean Crispin, c.1520 - 1572)에 의해 제네바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책임 작곡가는 부르주아(Loys Bourgeois, c.1510 – 1559)였습니다. 그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멜로디를 작곡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추가 곡의 대부분은 그의 손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송영(Doxology)으로 알려진 찬송가 1장 ‘만 복의 근원 하나님’의 곡조인 시편 100편인 OLD 100TH 첫 번째 버전이 실렸습니다. 이 판에서 이 곡은 시편 134편(Ecce nunc benedicite Dominum)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1562년 판; 마침내 150편의 모든 시편이 운율 버전으로 완성되어 1562년에 발행되었습니다. 이전의 멜로디 중 일부는 대체되고, 마지막 40개의 곡조는 프랑스 작곡가인 다반테스(Pierre Davantès, 1526 – 1561)가 지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로와 베즈가 지은 많은 가사가 수정되거나 대체되었습니다.

1587년 판; 1587년, 베즈와 버트럼(Corneille Bonaventure Bertram, 1531 – 1594)의 주도로 시편가의 소소한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판은 공식으로 인정되어 이후의 판은 이 개정된 버전을 따릅니다.

음악 작품; 제네반 시편가의 가장 잘 알려진 4성부 화성 편곡은 프랑스의 작곡가들인 구디멜(Claude Goudimel, c. 1514 to 1520 –1572), 르 죈(Claude Le Jeune, 1528-1600), 자네킨(Clément Janequin(c. 1485–1558), 에스토카트(Paschal de l'Estocart, 1538 or 1539–after 1587)입니다. 이탈리아의 유대인 작곡가 살라모네 로씨(Salamone Rossi)는 제네반 멜로디를 바탕으로 모테트를 작곡했으며, 최근의 작곡가인 마틴(Frank Martin), 오네거(A.Honegger) 등도 제네바 시편가에 의한 작품을 썼습니다.

칼뱅의 찬송가 548장

찬송가 548장, ‘날 구원하신’(Je te salue, mon certain Redempteur)은 칼뱅이 지은 찬송 시입니다. 1545년 출판된 스트라스부르 판 마로의 시편가에 수록되었는데, 가톨릭 찬송가인 성모 찬송 ‘살베 레지나’(Salve Regina)의 개신교 버전으로 보입니다. 곡명 TOULON은 원래 제네바 시편가의 시 124편 멜로디입니다.

네덜란드 운율 시편가

네덜란드의 얀 우텐호브(Jan Utenhove, 1516 – 1566)와 루카스 데 헤레(Lucas de Heere, 1534 – 1584)는 제네바 시편가를 네덜란드 어로 번역하였고, 1565년 칼뱅주의 신학자인 다테누스(Petrus Dathenus, c.1531 – 1588)는 제네바 시편가의 곡조을 빌려 마로와 베제의 프랑스어 번역본을 문자 그대로 번역하였습니다. 네덜란드 시편은 1773년 네덜란드 개혁주의 교회의 공식 찬송가가 되었으며, 개정판에서 의역하지 않은 찬송가를 컬렉션에 추가했습니다. 이 시편은 네덜란드의 개혁교회에서도 계속 사용하였고, 최근 1985년에 개정되었습니다.

음악 작품; 네덜란드 작곡가인 스벨링크(Jan Pieterszoon Sweelinck)는 모든 시편에 대해 4성부에서 8성부로 된 모테트를 썼으며, 작곡가이며 오르가니스트인 노르트(Anthonie van Noordt)는 이 멜로디를 기반으로 오르간 작품을 썼습니다. 라쏘(Orlando di Lasso)는 그의 아들 로돌포(Rodolpho)와 함께 울렌베르크(Caspar Ulenberg) 시편 텍스트로 된 제네반 멜로디를 바탕으로 작품을 썼습니다.

독일어 운율 시편가

제네바 시편가의 멜로디는 독일 찬송가(Evangelisch Reformierte Kirche)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시편 138의 의역인 ‘내가 전심으로 주께 찬양’(Mein ganzes Herz erhebet dich)과 같은 멜로디는 루터교, 다른 개신교와 심지어 일부 가톨릭 찬송가에서도 발견됩니다.

1573년 독일의 인본주의자이며 번역가인 롭바써(Ambrosius Lobwasser, 1515-1585)에 의해 제네바 시편가를 독일어로 번역한 ‘롭바써 시편가’가 출판되었습니다. 롭바써 시편가는 스위스 개혁교회에서 공식으로 사용되며, 북미에도 가져가 아미쉬(Amish; 재세례파 계통) 회중에서도 사용됩니다. ‘롭바써 시편가’는 제네바 시편가의 체코어와 헝가리어 번역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1576년의 음악 판은 2004년에 재인쇄되었습니다.

1798년 요리쎈(Matthias Jorissen, 1739 - 1823) 목사는 거의 200년 동안 사용하던 구식 시편가를 대체하는 ‘신 운율 시편가’(Neue Bereimung der Psalmen)를 펴냈습니다. 현재 독일의 복음주의 개혁교회와 옛 개혁교회 찬송가(1996)에는 요리쎈 목사를 비롯한 많은 저자들의 시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리쎈 시편가는 수정 보완한 새로운 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1931, 1951, 2006).

또 다른 독일 시편가는 ‘벡커 시편가’(Becker Psalter)입니다.
음악 작품; 시편가의 멜로디 중 다수는 J.S.바흐와 독일의 다른 작곡자들에게도 영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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