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환 교수(장신대, 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
성석환 교수(장신대, 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 ©‘미와십자가교회’ 유튜브 캡처

미와십자가교회(담임 오정섭) 창립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성석환 교수(장신대, 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가 지난 12일 ‘디지털 세상과 신앙의 향방’이라는 주제로 디지털 상황이 가져올 신앙과 신학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성 교수는 “코로나 사태는 문명사적인 사태다. 모든 단체와 개인의 삶의 방식이 바뀌는데, 신앙은 안 바뀔 것이라는 건 오류이다. 시대가 바뀌고 시대적 요청이 바뀌면 복음을 담고 있는 그릇과 그것을 전달하는 교회의 선교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이후 교회의 새로운 방향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하는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 전환은 전 세계를 변화시킬 것인데, 특히 교회, 개인의 신앙을 많이 바꿀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교회의 진로가 회복이냐, 회귀냐의 갈림길에 있다. 코로나 이전에 한국교회가 정말 건강한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께 온전히 헌신한 삶을 살아왔는가.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훨씬 이전부터로, 지금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 시점에 우리는 회귀가 아니라 회복을 해야 한다. 디지털 실존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존적이라는 뜻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내가 유지해온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지금 내가 스마트폰을 보고 메타버스로 들어가고 온라인을 통해서 다 해결하는 이 상태를 실존이라고 한다. 세상은 이 실존적 사태로 변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가장 결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요소는 디지털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인간의 삶의 양식 변화이다. 이 삶에는 신앙도 포함된다. 기술이 바뀌어서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나면 신앙 양식도 변하게 될 것이고, 인간의 삶의 양식도 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간성도 변하게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신체와 물질의 물리적 세계에서 정보와 데이터의 디지털 세계로 변해간다. 지금까지의 AI는 딱 봐도 AI인줄 알았다면, 이제 표정이 완전히 똑같아서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올 것이다. 앞으로 기계 안에 데이터와 정보를 계속 축적됨으로 AI가 스스로 진화하는 딥러닝이 깊어지면 이제 재기적 판단의 수준에 들어가게 되고, 인간과 거의 비슷한 지능을 갖는 발전을 이룬다. 그러면 인간이 무엇인가에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로봇도 구원을 받을 수 있는냐는 얘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실존이 변화됐을 때 인간관계, 공동체가 어떻게 달라질지 고민하게 되는데, 목회자로서는 심각한 일이다. 성도들이 몸으로 와서 함께 예배드리고 눈도 마주쳐야 하는데, 훗날은 아닐 것 같다. 이미 메타버스 같은 것이 현실화되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제공한 디지털 신앙 경험을 정리해보면, 먼저 디지털 신앙과 교인이다. 교인들이 리모컨 신앙인이 되었다. 설교를 듣다가 중간에 멈추거나 화장실을 갔다가 또 들을 수도 있다. 부정적인 건 지금까지 물리적 공간, 제한된 공간 안에서 드렸던 예배의 제약성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거룩하지 않은 느낌이 들 수 있다. 익숙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성도들이 스스로 자기 신앙을 케어하는 시대가 됐다. 만인사제론, 이제 일반 성도들도 자기 의지를 가지고 온라인을 켜고 앉아 헌금을 보내고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그 신앙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가 돼버렸다”며 “자기 주도형 신앙이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목회자는 힘들게 되었다. 성도들이 다 흩어져 있고, 집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목양이나 목회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고, 더 집중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어른들은 그래도 모여야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스타벅스에서 드리는 예배가 왜 예배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꽤 있었다. 이것을 좋고 나쁨으로 우리가 규정할 수 없다. 어떤 방식이 더 익숙하냐이다. 앞으로 신앙의 주역이 될 청년·청소년에게 특정 시간에 특정 공간에 나오는 것이 신앙이라고 했을 때, 앞으로 어떤 반응이 나올지 고민하게 된다”며 “디지털 신앙의 뉴노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성 교수는 “미국의 하이드 캠벨이라는 학자가 디지털 교회라는 것은 디지털 장비의 구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은 디지털성에 근거한 새로운 신앙양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특정한 공간과 신앙생활의 디지털성이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고 장비만 갖다 놓으면 조금 있다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뉴로모픽, 메타버스 등 세상을 바꾸는 디지털 기술이다.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 안에서 사람들은 회의도 하고 물건도 사고팔고, 심지어 땅 투기도 한다. 10대 청소년에겐 이미 현실만큼이나 익숙한 공간이다. 메타버스를 보면서 디지털 실존은 디지털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거꾸로 생각해 봐야 한다. 메타버스나 디지털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욕망과 오프라인의 삶이 오히려 디지털 세계를 바꿔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초시공간적 현실은 곧 종교적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2천 년 예수님의 이야기, 오병이어의 기적, 홍해를 디지털에선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 디지털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 메타버스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종교적인 현실에 들어가는 것이다. 실제 내 실존, 내 삶 자체가 디지털로 들어가 버리면 시공간의 구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실제 그 시대를 경험하는 것처럼 현실감을 가질 수 있다. 종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갈 수 없는 것을 갈 수 있는 것처럼 믿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오실 주님, 과거에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을 믿는다. 물리적 구조 안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믿는 게 신앙이고 종교이다. 만약 그것이 가능한 공간이 따로 있다면 그 자체가 이미 종교적 현실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신앙은 디지털 종교의 새로운 내러티브를 보게 된다. 성경은 시종이 있다고 하는데, 디지털 세계에선 시종이 없다. 죽으면 심판이 있다고 했는데 디지털 세계에선 죽음이 계속 미뤄진다. 신비는 보이지 않고 갈 수 없고 만질 수 없어야 하는데 디지털 공간에선 이 신비가 땅 아래로 내려온다. 시종은 없고 죽음은 지연되며 신비는 내려앉은 게 디지털 실존”이라며 “그런 세계에선 진짜와 가짜의 권위가 문제가 된다”고 했다.

이어 “복제품과 원본성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진품이 진품인 것은 그 옛날에 그 사람이 그렸다는 것 때문이다. 디지털에는 그 옛날, 그 사람이라는 게 의미가 없다. 똑같기 때문에 역사적 권위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디지털 세계에선 더 이상 원본과 복제품의 권위가 차이가 없다. 그 말은 인간과 인간의 복제품 AI가 차이가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온라인 처치를 보조적이고 임시적인 것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대안적이고 대체적인 것으로 볼 것이냐를 고민할 수 있다. 온라인 교회에 대한 한국교회 교인들의 찬성률,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찬성률이 높아지고 있다. 교인들은 온라인 예배에 대한 유연성이 훨씬 더 높아졌는데, 목사님의 입장은 그래도 교회에 와야 한다는 게 더 강하다. 목사님은 성도들을 케어하고 영적 지도를 해야 하니까 그럴 수 있다. 성도들의 입장에선 내 삶이 전부 디지털로 바뀌고 있는데, 예배만 디지털로 드리지 말란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온라인 예배를 드려도 진짜 하나님을 경험하고 진짜 신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다면, 온라인 예배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아직은 우리 기술과 시스템이 온라인을 통해서 진짜 하나님을 만나도록 하는데 부족하기 때문에 그래도 예배당에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강력할 수 있다. 하지만 점점 세대가 내려갈수록 달라질 것이기에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장 예배만 진정한 예배라고 주장하는 것은 디지털 이원론자들의 관점이다. 성육신하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적 관점에서 디지털 공간도 선교회 현장이며 우리는 디지털성에 근거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선교적 교회가 되어야 한다. 1900년대 말엽에 바보들의 교회라는 이름으로 아바타를 활용한 예배가 이미 있었다. 찬반양론이 엄청나게 일어났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의 신앙의 흐름들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장애우, 교회에 오기 꺼리는 사람들, 가나안 교인에겐 훨씬 접근도가 좋을 것이다. 기성교회를 위해서는 오프라인 교회, 바깥의 성도들을 위해서는 온라인 교회를 병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성 교수는 “지금까지 2천 년의 신앙은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의 종교 즉 처치 고어(Church Goers)들의 신앙이었다. 앞으로 2천년의 신앙은 디지털 시커스(Digital Seekers) 디지털 세계의 추구자들의 영성이다. 어떻게 하면 모이지 않지만 디지털 세계에서 만나는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나오길 바란다. 왜 우리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가?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느냐고 물었을 때, 예수님께선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즉, 물리적 세계, 과거, 현재, 미래에 묶여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가성 여인의 물음에 예수님께선 하나님은 영이시니 영과 진리로 드리는 자가 진정으로 예배드리는 것이라 말씀하셨다.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도 커뮤니티, 공동체가 가능하다면 거기에 하나님나라가 임할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디지털 선교 공동체의 비전이 되기를 바란다 ”고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성 교수는 “구원, 중생의 개념도 디지털 방식으로 새롭게 규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시공간이 뒤바뀌는 세계를 살 수밖에 없는데, 이 지구 안에서 시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 안에 있는 구원의 개념과는 달라질 것이다. 복음은 영원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하신 구원의 통로는 영원할 것이나 구원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변화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고백하는 종교개혁 신학이 디지털 신학으로 변화돼야 한다. 두 세대 정도 지나서 정말 디지털 세계에 존재 자체가 사는 시대가 되면 달라질 수 있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국교회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 온라인뱅킹을 하는데, 한국교회만 은행 창구를 엄청나게 열어놓고 사람들이 안 오면 타락했다고 이야기할 게 아니다. 온라인뱅킹으로 가는 걸 보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금의 10대는 디지털 인간이다. 지금 당장 우리의 실존이 이해하기 어렵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하면 디지털 세계에서 하나님을 새롭게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인가가 앞으로 우리 선교의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면 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다가오는 세계, 다가오는 미래는 그걸로 해결이 안 될 거란 것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보고 있지만, 여전히 육체적인 삶을 살아왔다. 육체로 만나야 하고, 같이 밥도 먹어야 좋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세계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다음세대가 이 세계의 주역이 됐을 때는 어떤 영성이 요구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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