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우주가 존재하려면, 그보다 더 광대한 존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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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온신학회 창립 4주년 기념 세미나서 강연
온신학회 기념 세미나 우종학 교수 강연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제 22차 온신학회 전문위원 세미나가 9일 오후 4시부터 6시 반까지 장신대 여전도회기념음악관 연주실에서 열렸다. 이날은 온신학회 창립 4주년을 맞아 기념 세미나로 기독 과학자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초청했다. 그는 ‘과학시대의 두 과제 : 자연의 신학과 변증’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서두에서 그는“최근 과학의 신학에 대한 도전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는데, 정작 한국교회는 과학의 요청에 귀 닫고 성경으로 뒷걸음치는 건 아닌지?”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과학이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여 질 수 있다”며 “그러나 과학은 오히려 하나님의 창조를 이해할 수 있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과학은 하나님께서 우주와 세상을 창조하신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며 “더불어 하나님 지식의 풍성하심을 목격하는 탁월한 도구”라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신학·정치·사회 등은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그러나 과학자 사회에서 서로 다른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고 해도, 반증이 도출될 때는 재빠르게 합의에 이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신 우주 과학은 하나님 창조의 광대하심을 말하는데 상보적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예로 그는 허블 망원경으로 관측한 은하를 제시했다. 그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천억 개 단위의 별과 가스, 행성 등으로 구성 된다”며 “또 우리 은하에는 별이 2000억 개 이상인데, 빛의 속도로 260만 광년을 날아가야 안드로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안드로메다의 사진을 지구에서 찍으면 260만 년 전의 모습을 보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천 억 개 이상 존재 한다”며 측량 불가한 우주의 광활함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허블우주망원경으로 100억 년 전 은하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며 “우주배경복사 측정 결과 138억 년 전 빅뱅의 흔적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우주의 나이는 대폭발 이래로 138억년 이 된 것이다. 이런 우주를 보고 우종학 교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유년 시절에는 ‘광대한 우주가 존재하려면, 우주보다 더 광대한 존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막연히 하나님의 존재를 추론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지구의 신으로만 격하시키는 것 같다“며 ”우리 가족과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정도로만 생각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과학 중심의 천동설은 이미 폐기 됐지만, 신학 및 철학 중심의 천동설은 아직까지 남아있지 않을까“라며 ”곧 우리 안의 천동설은 하나님을 지구의 범위 안에 축소시켜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통찰했다. 반면, 그는 ”과학은 하나님 통치를 우주적 차원까지 확장시켜 생각하는 등 신앙에 철저히 상보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신앙에 상보적 역할을 하는 과학적 사실로 우종학 교수는 허블의 법칙 을 제시했다. 그는 “우주배경복사 발견으로, 가까이 위치한 은하 간 팽창 속도는 멀리 위치한 은하 간 팽창 속도보다 작았다”며 “허블의 법칙이란 은하의 후퇴속도는 거리에 비례하는 것이며, 이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고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허블의 법칙은 우주 대폭발 이래로 우주 팽창론을 입증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은 우주는 과거로 갈수록 작아진다는 것을 말한다”며 “우주배경 복사 측정으로 우주는 138억 광년의 빛에서 팽창했음을 증명한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그는 “빅뱅이론에 의거해 138억 년 전부터 우주의 팽창이 시작됐다면, 이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무에서 유로의 창조와 공명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신학자 및 과학자들이 빅뱅이론을 기독교 변증에 사용했지만, 빅뱅 이론 자체가 무에서 유로의 창조교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며 “빅뱅우주론은 그저 하나의 과학적 사실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과학은 현상(how)을 제시할 뿐, 무에서 유로의 창조론(why)을 입증하는데 복무하지는 않는다.

하여, 그는 “과학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에 답을 줄 수 없다”며 과학 만능론을 경계했다. 또 그는 “과학은 자연이라는 실재에 대한 영원한 근사이며, 다시 말해 절대주의도 상대주의도 아닌 그 중간에 있다”며 “과학은 언제나 중립적이며, 기독교나 무신론 둘 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나아가 그는 “과학은 그저 인과관계를 밝힐 뿐이지, 자연현상이 하나님의 섭리 결과인지 아니면 자연현상이 스스로 작동하도록 프로그램화 됐는지 알려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편, 그는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시편19:1)’를 빌리며, “예수 그리스도는 구원 사역 뿐 아니라 창조사역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과학은 이 지점에서 신앙의 이해를 더 풍성히 해준다”며 “100억 광년의 우주를 통치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이 인간으로 오셔서 예수가 되신 사실은, 그리스도의 보혈의 가치를 끝없이 증폭 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그는 “과학은 기독교의 도전이 아닌,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여주는 신학 해석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신학이나 과학은 하나의 해석이며, 두개의 해석을 통합하면 괴물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그는 “마치 포르투갈어와 일본어를 섞으면 알아들을 수 없듯, 과학과 신학은 서로의 독립적 해석관을 존중하며 지지해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그는 “과학은 무신론을 지지하는 데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무신론자가 창조론자에게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신을 누가 만들었는가?’라고 묻는다면, 창조론자는 ‘성경에 의거해 하나님은 스스로 계신다’고 답한다”고 말하며, “이어 우리(창조론)도 정당한 질문을 무신론자에게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즉 그는 “물질이 스스로 진화해 인간을 만들었다면 물질은 누가 만들었는가?”라고 진화론자에게 묻는다면, “진화론자들은 원래 물질은 영원 전 부터 존재했다고 말할 것”이라 전했다. 이는 “자연이 원래부터 존재했다는 논리는 창조론자들과 비슷하다”라며 “결국 무신론도 하나의 믿음”이라고 그는 못 박았다.

결국 그는 “유신론과 무신론은 과학으로 입증되지 않는 전제를 가졌다”고 전했다. 하여, 그는 “과학의 영역에서는 유신론과 무신론이 동등할 수 있겠지만, 형이상학의 영역에서는 어느 것이 더 설명력이 클까?”라고 반문하며,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말을 인용했다. 맥그라스에 의하면, 기독교 유신론이 더 많은 대답을 해준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그는 “이웃을 사랑하는 삶은 증거를 제시해 답을 내릴 수 없다”며 “도덕·윤리처럼 증거주의로 온전히 답을 내릴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그는 C.S 루이스를 인용하며, “만일 진리가 사실이라고 믿으며 우리가 거기에 몸을 던질 때, 진리는 우리 삶을 인도하고 삶으로 온전히 경험되는 세계가 있다”고 답했다. 하여, 그는 “우리 믿음의 기초란 바로, 증거로 이해하는 게 아닌 믿음이 이해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처럼 그는 “하나님을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하나님을 인정해야지 내 삶과 우주 속 내 존재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과학과 신앙에 대한 바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무신론자들은 과학을 무신론의 증거로 사용 한다”며 “과학자들이 말하는 진화는 자연현상이며, 시간에 따른 인과적 변화를 설명했을 뿐”이라 못 박았다. 이어 그는 “과학은 가치중립적이고 진화론과 유신론 둘 중 어느 하나를 도출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진화론을 무신론적 해석을 견지하는데 사용되는 것을 철저히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로 그는 “도킨스는 진화론을 무신론을 주장하는 데 사용했다”며 “하지만 콜린스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생물진화론을 주장했고, 이는 하나님께서 다양한 종을 창조하셨다는 해석을 도출했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진화론에 따라 유신론과 무신론 해석으로 나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진화론에서 말하는 우발성 또한 하나님의 섭리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왜냐면 그는 “인과율의 그물망에서 벗어난 우발성은 또한 다양한 가능성을 창출하시는 하나님 섭리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창조(who)는 진리지만, 창조의 그림(how)은 다양하다”며 해석의 틀이 논점이 아니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진화론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창조를 바라보는 다양한 해석 중 하나로, 하나님 창조를 뒷받침 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목회자는 우종학 교수에게 질문했다. 질문은 “진화론은 원숭이에서 인간이 나왔다는데, 이는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였다. 이에 우종학 교수는 “진화론은 원숭이에서 인간이 생겨났다고 말하지 않는다”며 “다만 인간이나 원숭이는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진화된 결과물로서, 서로 다른 종”이라고 설명했다. 곧바로 그는 “인간은 바로 공통 조상인 ‘단세포’에서 나왔다”며 “하나님이 이를 사용하셨다”고 주장했다.

왜냐면 그는 “우리 인간은 정자 난자라는 단세포가 만나서 자궁에서 발육 되어 내가 나온 것”이라며 “하나님 창조의 방법이 진화의 방법이든 직접 아담을 빚으신 기적의 방법이든, 두 가지 모두는 하나님 형상인 인간의 존엄함을 충분히 담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종래 신학계는 심정적으로 진화론에 거부감을 가져왔는데, 이제는 진화론의 과학적 근거가 명확한 만큼 진화론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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