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구매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곽 지역으로 매수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노원·도봉·강북구를 묶은 ‘노도강’과 금천·관악·구로구를 뜻하는 ‘금관구’에서는 해당 지역 주민의 자체 매수보다 다른 서울 자치구 거주자의 매수 증가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났다.
2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노도강 지역의 집합건물 매수는 1만1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63건보다 45.3% 증가했다. 집합건물에는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이 포함된다.
금관구의 집합건물 매수도 같은 기간 7265건에서 1만355건으로 42.5% 늘었다. 노도강과 금관구 모두 최근 5년 상반기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노도강 매수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
노도강 매수 건수는 2022년 상반기 4862건에서 2023년 3954건으로 줄었다가 2024년 4876건, 지난해 6963건, 올해 1만120건으로 증가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금관구는 2022년 1만285건에서 2023년 5418건으로 감소한 뒤 2024년 8918건, 지난해 7265건을 기록했다. 올해는 1만355건으로 늘며 최근 5년 중 최대치를 나타냈다.
외곽 지역의 매수 증가는 해당 지역 주민보다 다른 서울 자치구에 거주하는 매수자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다른 서울 자치구 거주자의 노도강 매수는 27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31건보다 9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노도강 거주자의 자체 매수 증가율인 31.5%보다 약 세 배 높은 수준이다.
금관구에서도 다른 서울 자치구 거주자의 매수는 지난해 상반기 1847건에서 올해 3191건으로 72.8% 늘었다. 금관구 주민의 자체 매수 증가율인 40.9%를 크게 웃돌았다.
성북구는 노도강, 영등포구는 금관구 매수 증가
노도강으로 유입된 매수 수요는 인접한 서울 동북권에서 가장 많았다.
성북구 거주자의 노도강 매수는 지난해 상반기 249건에서 올해 469건으로 88.4% 증가했다. 중랑구 거주자의 매수는 148건에서 279건으로 88.5%, 동대문구는 132건에서 221건으로 67.4% 늘었다.
증가율만 보면 강서구 거주자의 노도강 매수가 22건에서 81건으로 268.2% 증가했다. 관악구는 38건에서 126건으로 231.6%, 영등포구는 31건에서 98건으로 216.1% 늘었다.
금관구에서는 영등포구 거주자의 매수가 가장 많았다. 영등포구 거주자의 금관구 매수는 지난해 상반기 228건에서 올해 847건으로 271.5% 급증했다. 매수 건수와 증가율 모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동작구 거주자의 금관구 매수도 221건에서 460건으로 108.1% 증가했다. 양천구는 163건에서 279건으로 71.2% 늘었다. 영등포구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마포구가 187.7%, 광진구가 141.7%로 높았다.
3억∼7억원 가격 차이가 수요 이동에 영향
이 같은 매수 수요의 하향 이동은 서울 집값 상승과 대출 한도 축소로 주택 구매 여력이 줄어든 수요자들이 기존 선호 지역보다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매수처를 옮긴 영향으로 분석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영등포구가 12억8800만원, 동작구가 14억1400만원이었다. 반면 금관구의 평균 매매가격은 7억5100만원으로 5억∼7억원가량 낮았다.
노도강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도 6억4100만원으로 성북구 9억4300만원, 동대문구 9억94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낮았다.
지역별 평균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기존 거주지에서 주택을 매수하기 어려워진 수요자들이 자금과 대출 여건에 맞춰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까지 매수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 몰린 노도강·금관구 집값도 상승
매수 수요가 유입된 노도강과 금관구의 아파트 가격도 서울 평균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구로구 아파트값은 7.05%, 관악구는 6.92% 상승했다.
노도강과 금관구에 속한 6개 자치구의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은 5.40%로 같은 기간 서울 평균인 5.11%를 웃돌았다.
서울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로 매수 수요가 사라지기보다 구매 가능한 가격대의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외곽 지역의 거래량과 집값을 함께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은 “과거 서울 내 이동은 상급지로 갈아타는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전월세 가격 불안, 매물 부족 등이 겹치면서 대출을 보태 살 수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자들이 자신의 자금 사정에 맞춰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지역을 선택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