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2000조 눈앞…주담대 둔화 속 신용대출 급증

이 대통령 “민간부채 너무 많아 우려”…대출금리 상승에 이자 부담 확대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불가 대한민국'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금리 인상기를 앞두고 가계부채 문제에 강한 우려를 나타낸 가운데, 국내 가계빚이 빠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다소 둔화했지만, 신용대출이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며 전체 가계대출 증가를 이끄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통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14조원 늘어난 규모로, 관련 통계상 사상 최대 수준이다. 현재 증가 속도가 이어질 경우 2분기 말에는 가계부채가 20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 민간부채가 너무 많다”며 “어느 순간 큰일 나는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0조가 넘어가네 마네 하는 상황에서 1%만 이자가 올라도 난리가 날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경제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770조원 넘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70조822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3조5269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특히 신용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6조5154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1741억원 급증했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5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마이너스통장 중심으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 신용대출은 이달 들어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잔액은 107조5048억원으로, 불과 며칠 사이 9894억원 더 늘었다.

금리 인상 전망에 대출금리도 상승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가운데 금리 인상기 전환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지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두 차례 인상을 통해 연말 기준금리가 3.00% 수준까지 오르고, 내년 추가 인상으로 최종금리가 3.50%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긴축 전망이 시장금리에 선반영되면서 은행채 등 금융채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 대출금리 역시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이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12개월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59~6.13%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4.36~5.89%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 하단은 0.23%포인트, 상단은 0.24%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6%를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도 상승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5년형은 연 4.50~7.43%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4.26~7.10%와 비교하면 하단은 0.24%포인트, 상단은 0.33%포인트 뛰었다.

신용대출 증가와 이자 부담 관리 과제

금융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수요 일부가 신용대출로 이동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주담대 증가세를 억제하더라도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전체 가계부채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뿐 아니라 신용대출 이용자들의 이자 부담도 빠르게 커질 수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가능성도 높아진다.

가계부채가 2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와 차주들의 상환 부담 완화 대책이 함께 요구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증가세까지 어떻게 관리할지가 향후 금융시장 안정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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