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지역 초·중·고 학생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 수가 전년보다 2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을 시도한 학생 역시 전년 대비 8.2%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학생 마음건강을 보다 촘촘히 살피고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 학생 마음건강 증진 추진 계획’을 마련했다. 이번 계획은 학생 자살과 자살 시도 증가세, 청소년 스트레스와 우울감 경험률, 학교급별 위기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예방부터 발견, 지원, 치료 연계까지 학생 마음건강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자살이 단일한 원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고, 정신건강 문제와 가정환경, 학업 부담, 대인관계 등 여러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존 검사에서 정상군으로 분류된 학생들 가운데서도 자살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학교와 교육청 차원의 위기 감지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다.
◈학생 자살 시도, 2021년보다 3.9배 증가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추진 계획 배경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지역 초·중·고 학생 자살자는 전년 대비 27.5% 늘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1.8배 증가한 수준이었다. 자살 시도 학생 수는 전년보다 8.2% 증가했으며, 2021년과 비교하면 3.9배로 늘어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학생 자살 원인을 분석한 결과 정신건강 문제가 3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31%였고, 가정문제가 18%, 학업 문제가 10%로 뒤를 이었다. 교우관계와 개인문제는 각각 4%로 집계됐다. 이는 학생 마음건강 위기가 특정 요인 하나가 아니라 생활 전반의 어려움과 맞물려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학생마음건강지원개선방안에서도 중·고등학생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고 응답한 중·고등학생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2023년 37.3%에서 2024년 42.3%로 올랐다가 2025년 41.3%로 전년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학생 10명 중 4명 이상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셈이었다.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우울감 경험률은 2023년 26.0%, 2024년 27.7%, 2025년 25.7%로 나타났다. 전년보다는 낮아졌지만, 학생들의 정서적 어려움이 학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돼야 할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정상군 학생도 위험 노출… 기존 검사 체계 보완 필요
성별로는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 모두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마음건강 문제를 성별, 학교급, 개인적 상황에 따라 세밀하게 살펴야 하며, 획일적인 접근만으로는 위기 학생을 충분히 발견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서울 지역 자살 학생 가운데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정상군으로 분류됐던 학생 비율이 지난해 70.6%에 달한 점이 주목됐다. 기존 검사에서 특별한 위험 신호가 드러나지 않았던 학생들 사이에서도 자살이 발생했다는 의미였다.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된 학생의 2차 연계율은 73.1%로 나타나, 위험 학생 발견 이후 치료와 상담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검사 정상군에서 자살 학생이 다수 발생했고, 치료 연계도 미흡했다”며 “예방-발견-지원 체계를 보완하는 위기 감지, 치료 연계, 정보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학생 마음건강 지원 체계가 정기 검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평소 학교생활과 상담, 교사 관찰, 학부모 협력, 전문기관 연계를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학교급별 위기 양상도 달랐다. 정신건강 전문가의 초기 평가 결과, 학생들이 주로 호소한 문제는 우울, 대인관계 어려움, 자해·자살 관련 문제였다. 초등학생은 관계 문제와 행동 통제, 집중력 문제가 두드러졌고, 중학생은 정서적 어려움과 자해·자살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고등학생의 경우 우울과 자해·자살 문제가 더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으며, 전체 학생 가운데 39.2%를 차지했다.
◈서울시교육청, 예방부터 치료 연계까지 대응 강화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학생 마음건강 증진을 위해 상담 안전망을 구축하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예방 활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동시에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긴급 지원과 지속 관리를 제공하고, 고위험군 학생에게는 치료와 학습 지원을 집중적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요 개선 방안에는 전 학년 사회정서교육 15차시 확대 운영, 수시진단 추가, 생명지킴이 교육 강화, 관심군과 자살위험군에 대한 전문적 치료 연계 확대, 상담 인력 확충과 상담 채널 확대 등이 포함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마음건강 문제를 사후 대응에만 맡기지 않고, 학교 안에서 예방교육과 조기 진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학교 위기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각 학교는 교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교감, 교무부장, 학년부장 등이 참여하는 학교생명존중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신학기에는 학생 상담을 강화해 학기 초 적응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서적 어려움과 위기 신호를 더 적극적으로 살피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도 부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학생정신건강증진위원회와 평생진로교육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생명존중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 교육청과 학교가 각각 위기관리 체계를 갖추고, 학생 마음건강 지원 정책을 현장에 적용하는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AI 마음일기 앱 활용… 상담 인력도 단계적 확충
서울시교육청은 매월 10일을 ‘마음 지킴의 날’로 정하고 학생 마음 돌봄 프로그램, 또래 상담과 소통 활동, 학부모교육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주변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학교 안에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학생 상담 안전망 구축을 위해 ‘1교 1전문상담교사 또는 전문상담사’ 배치도 확대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향후 5년 동안 매년 50명 이상 정원을 확보해 모든 학교에 상담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 마음건강 문제를 상시적으로 살피고, 필요할 때 신속하게 전문 상담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위기학생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마음일기 앱도 활용한다. 학생이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마음 상태를 간편하게 기록하면 AI가 감정을 분석해 스트레스, 우울, 불안, 자존감 지수를 점수화하고 도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 정서 변화를 확인하고, 학교가 위험 신호를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자살시도·자해 학생과 심리정서 위기학생에 대한 치료비 지원도 이어진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생에게 1인당 최대 300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신건강전문가가 학교를 지원하는 거점병원은 지난해 7개에서 올해 11개로 확대해 전문 의료기관과 학교 간 협력 체계를 넓히기로 했다.
◈고위기 학생 위한 ‘마음치유학교’ 설립 추진
서울시교육청은 심리정서 고위기 학생에게 치료와 대안교육을 함께 제공하는 가칭 ‘마음치유학교’ 설립도 추진한다. 마음치유학교는 중·고등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심리정서적 어려움으로 일반 학교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회복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별도 교육 공간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뒀다.
마음치유학교는 성동구 옛 덕수고 이전부지에 마련될 예정이며, 내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설 조성과 운영 준비를 거쳐 2028년 3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학교는 학생 마음건강 위기가 심각한 단계에 이른 학생에게 치료적 지원과 교육적 지원을 동시에 제공하는 모델로 추진된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학생 마음건강 증진 계획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학생 자살과 자살 시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 대책의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정상군으로 분류된 학생에게서도 위기가 발생한 점, 관심군 학생의 치료 연계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 학교급별로 위기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 점을 반영해 기존 체계를 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교육계에서는 학생 마음건강 문제가 학교만의 과제가 아니라 가정, 지역사회, 의료기관이 함께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예방교육 확대, 수시진단 강화, 전문상담 인력 확충, 치료비 지원, 거점병원 확대, AI 기반 모니터링, 마음치유학교 설립 등을 통해 학생 마음건강 위기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