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가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대이란 지원 중단 문제를 최우선 핵심 의제로 삼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간의 치열한 패권 경쟁 속에서 이번 회담 결과가 글로벌 지정학적 질서에 미칠 파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이란과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이 이들 국가에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부품을 수출하거나 잠재적인 무기를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소식통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단행한 일련의 고강도 제재 조치들 역시 두 정상 간의 대화 테이블에 주요 안건으로 오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압박 수위를 연일 높여가고 있다.
실제로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 8일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미군 공격과 관련해 이란을 기술적으로 지원한 혐의를 포착하고 중국의 유력 위성기업 3곳에 전격적인 제재를 부과했다. 이어 미국 재무부 역시 중국산 휴대용 지대공시스템(MANPADS)이 이란으로 유입되는 과정을 은밀히 지원한 상하이위스타국제무역회사를 제재 명단에 올리며 중국의 무기 수출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징 회동 무역 갈등 속 보잉기 대두 구매 협의
이번 미중 정상회담 일정은 긴박하게 돌아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전용기 편으로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뒤 이튿날인 14일 시진핑 주석과 마주 앉아 팽팽한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회담 직후에는 양국 정상 내외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이징 천단(톈탄)을 나란히 방문하며 친교의 시간을 갖고, 저녁에는 시 주석이 주최하는 화려한 국빈 만찬에 참석해 우의를 다질 예정이다. 이어 15일에는 양측 고위 관료들이 배석한 업무 오찬을 소화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양국은 굵직한 경제 현안 타결을 위한 물밑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현재 중국이 미국의 대표적인 수출품인 보잉 항공기와 대규모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는 방안을 두고 긴밀하게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산물과 항공기 구매는 미중 무역 갈등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지표로 꼽힌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규모 투자 합의와 같은 극적인 성과가 도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섣부른 기대를 경계하며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 보복과 제재가 얽힌 복잡한 실타래를 단 한 번의 회담으로 풀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명칭 놓고 기 싸움 AI 소통 채널 구축은 청신호
경제 안보 의제와 더불어 뇌관으로 꼽히는 대만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중국 측은 미국에 대만 관련 정책의 전향적인 변경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중국 정부는 미국이 공식 석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다소 유보적인 표현 대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하는 차원에서 '대만 독립에 절대 반대한다'는 보다 강경하고 단호한 표현으로 수정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미국 고위 당국자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오랜 일관된 외교 정책에는 결코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중국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대만 해협을 둘러싼 양국의 팽팽한 기 싸움은 회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첨예한 갈등 속에서도 미래 산업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협력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최근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AI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측 당국자는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고성능 AI 모델의 등장과 관련하여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통제하기 위해 양국 간의 핫라인 등 긴밀한 소통 채널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중대한 계기로 삼아 글로벌 AI 표준 정립과 안전장치 마련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즉각 시작하길 원한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열린 다자간 정상회의에서 미중 양국이 위태로운 무역전쟁 휴전에 극적으로 합의한 지 약 6개월 만에 다시 열리는 뜻깊은 자리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무역 휴전 연장 여부와 관련해 미국 측 관계자는 양국 간 조율을 거쳐 가장 적절한 시점에 그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