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조위원회(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한국 대표 이은영)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전 세계 인도적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이번 상황이 시리아와 레바논을 넘어 여러 취약 지역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냉전 시기의 ‘도미노 이론’을 연상시키는 연쇄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위기는 향후 전 세계 식량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식량 위기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구조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상황은 단순한 공급망 문제를 넘어 에너지와 비료, 식량, 의약품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다중 충격 구조로 나타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문제가 다른 지역의 생존 환경을 빠르게 악화시키는 연쇄적 확산 양상이 확인되고 있으며, 이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식량 위기보다 더욱 광범위하고 구조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비료 교역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경로로 알려져 있다. 봉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향후 4~6주 내 주요 농업 지역의 파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파종 시기를 놓칠 경우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공급망 차질은 6월 이후 ‘춘궁기(lean season)’ 시기에 식량 가격 상승과 식사 횟수 감소, 영양실조 증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 글로벌 식량 위기와 인도적 위기 확산 우려
최근 시리아와 레바논을 방문한 국제구조위원회 데이비드 밀리밴드 총재는 병원과 보호시설, 강제이주민 거주지를 점검하며 현지 상황을 확인했다. 현장에서는 연료 부족으로 의료 서비스 운영이 제한되고 물가 상승과 공급 차질로 기본적인 생활 유지가 어려워지는 등 위기 심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밀리밴드 총재는 이번 상황이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충격과 인도적 수요 증가, 취약한 공급망이 결합된 복합 위기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충격이 다른 지역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구조 속에서 식량 위기가 시간차를 두고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표된 2주간의 휴전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되지만 레바논이 포함되지 않은 제한적 합의로 인해 공습과 교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지적됐다.
국제구조위원회는 특히 수단과 케냐, 방글라데시 등 이미 식량 불안정성이 높은 국가들이 이번 위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영양실조 치료식(RUTF) 등 필수 영양 지원 물자가 운송 지연으로 제때 전달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구조위원회는 국제사회가 즉각적인 휴전 확대와 인도적 접근 보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항공과 해상을 포함한 주요 운송 경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식량과 비료 공급망을 조속히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호 단체가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예측 가능한 재정 지원 확대도 요구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현재 시리아에서 의료 및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레바논에서는 강제이주민을 대상으로 긴급 구호물자와 심리사회적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취약 지역의 생존 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협력과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