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발생하는 손상 사망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가운데, 소아·청소년 사망의 절반 이상이 자해·자살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14개 기관과 협력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5차 국가손상종합통계'를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통계는 국내 손상 발생과 사망의 구조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손상은 질병을 제외한 사고, 재해, 중독 등 외부 위험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손상은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평가된다.
2023년 손상으로 인한 사망자는 2만781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7.9%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하루 평균 77명이 손상으로 사망한 셈이다. 2014년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으나, 전년 대비 다시 증가하면서 손상 사망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소아·청소년 손상 사망 절반 이상 자해·자살
소아·청소년의 손상 양상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0세부터 18세까지 손상 환자 수는 장기적으로 감소했으나, 2020년 이후 다시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소아·청소년 손상 사망 가운데 53.9%가 자해·자살로 나타났다. 이는 절반을 넘는 비율로,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된 위험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중증 외상의 주요 원인은 '추락 및 미끄러짐'이 63.5%로 가장 많았고, 비외상성 중증 손상에서는 '중독'이 4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독과 자해·자살 관련 손상은 모두 10년 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울증과 가족·친구 간 갈등으로 인한 자해·자살 시도는 2014년 대비 2023년에 55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아·청소년 자해·자살 발생은 246.2% 늘었고, 사망도 5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 증가와 응급실 내원 확대… 연령 높을수록 위험 커져
청소년 중독 환자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13~15세는 6.3%, 16~18세는 10.1%로, 13세 이후 증가 폭이 급격히 커졌다.
응급실을 찾은 자해·자살 관련 소아·청소년 환자 중에서는 중독이 6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우울증이 41.7%, 가족 및 친구와의 갈등이 21.2%로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2023년 손상으로 외래 진료나 입원을 경험한 사람은 약 35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6.9%에 해당했다. 최근 10년간 전체 규모는 감소했으나, 전년 대비 약 23% 증가하면서 다시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 가운데 입원 환자는 123만명 수준이었으며, 구급차로 이송된 손상 환자는 64만명으로 집계됐다.
◈추락 증가·교통사고 감소… 손상 구조 변화 뚜렷
최근 10년간 손상 유형에도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다. 교통사고 비중은 감소한 반면, 추락 및 미끄러짐은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119 구급차 이송 환자 기준으로 교통사고는 2014년 30.1%에서 2023년 26.7%로 감소했고, 추락·미끄러짐은 같은 기간 31.3%에서 41%로 증가했다. 입원 환자에서도 추락·미끄러짐 비중은 34.7%에서 51.6%로 크게 늘어났다.
손상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확대됐다. 건강보험 기준 손상 진료비는 2014년 3조5232억원에서 2023년 6조3729억원으로 증가해 약 1.8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는 손상이 개인을 넘어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애주기별 손상 양상 차이… 예방 중심 정책 필요
생애주기별로 손상 양상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아동의 경우 1000명 중 4명이 학대를 경험했고, 가해자의 86%는 부모로 나타났다. 학생 1000명 중 19명은 학교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의 경우 1만명 중 1.1명이 자해·자살로 사망했으며, 20대에서는 1만명 중 10.4명이 폭력·타살로 응급실을 방문했다. 30대에서는 1000명 중 7.8명이 교통사고로 손상을 경험했다.
고령층에서는 낙상 위험이 두드러졌다. 70세 이상 인구 100명 중 4.3명이 추락으로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소아·청소년의 중독과 자해·자살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질병관리청은 중앙손상관리센터와 협력해 학교 방문형 청소년 약물중독 예방 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상 사망 증가 흐름과 함께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나면서, 예방 중심 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