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 종교 폐해 방지·종교 자유 수호, 함께 지켜야 할 두 축”

한국교회법학회 학술세미나 열려… 반사회적 종교단체 해산 논의 속 정교분리 원칙 재조명
한국교회법학회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반사회적 종교단체 해산과 정교분리’를 주제로 제37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지동 기자

한국교회법학회(학회장 서헌제 교수, 이사장 소강석 목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반사회적 종교단체 해산과 정교분리’를 주제로 제37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정치권과 종교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정교유착 방지법안(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둘러싼 쟁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반사회적 종교단체의 폐해를 근절할 수 있는 법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통일교와 신천지 관련 정교유착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계기로 정부가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밝히면서 국회 일부 의원들에 의해 이른바 ‘정교유착 방지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종교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법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종교해산법’, ‘반민주적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열린 이번 학술세미나는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 진행됐다.

◆ 정교유착 방지법안 논쟁 속 학계·교계 대응 본격화

(왼쪽부터) 명재진 교수, 구병옥 교수, 서헌제 교수, 정종휴 교수, 권철 교수. ©장지동 기자

세미나는 서헌제 중앙대 명예교수의 기조발제 ‘반사회적 종교단체 해산의 법적 논의’를 시작으로, 구병옥 교수(개신대학원대), 정종휴 명예교수(전남대 명예교수, 전 주교황청 대사), 권철 교수(성균관대 법전원)의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각 발표는 사이비 종교의 반사회성, 민법 개정안의 문제점, 해외 사례 분석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정교유착 방지법안과 종교 규제 문제를 다뤘다.

한국교회법학회는 앞서 한국교회총연합의 법률 자문 요청에 따라 차별금지법안과 민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작성해 전달했으며, 한국교회총연합은 이를 토대로 정부와 국회에 입법 반대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음선필 교수(홍익대 법대학장)는 개회사에서 “이번 학술세미나를 통해 정교분리의 올바른 이해와 원칙을 재확인하고, 반사회적 종교집단의 폐해를 차단하면서도 건전한 종교 활동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대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교회총연합, 한국교회미래재단,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총연합회가 후원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교계 지도자들이 참석해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갔다.

◆ “반사회적 종교단체 문제, 더 이상 내부 논쟁 아닌 사회 구조적 과제”

서헌제 교수가 ‘반사회적 종교단체 해산의 법적 논의’라는 주제로 기조 발제를 했다. ©장지동 기자

기조발제를 맡은 서헌제 교수는 이단·사이비 종교 문제를 단순한 종교 내부 갈등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이들 단체가 신도들에게 왜곡된 신념을 주입해 심리적 지배력을 확보한 뒤 헌금 강요, 성범죄, 폭력, 인권 침해, 탈세 및 자금세탁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질러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특검 수사를 통해 일부 종교단체가 조직적으로 정치 영역에 침투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며 “반사회적 종교단체 문제는 사회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대응 방안으로 교주 등 관련자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근본적으로 단체 자체를 해산하는 필요성도 제기했다. 다만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 아래 이들이 법망을 피해온 현실과 정치권의 취약한 대응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신천지 관련 법인 해산 시도와 ‘청춘반환소송’ 사례에서 법원이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종교단체 측의 손을 들어준 점을 언급하며,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국회에 발의된 정교유착 방지법안에 대해 법인 감독권 강화, 정교분리 위반 시 해산 사유 명시, 재산 국고 귀속 등을 주요 내용으로 소개하면서도 종교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가는 종교를 판단할 권한이 없으며 범죄를 처벌할 권한만 있다. 국가 권력이 종교단체 해산 권한까지 갖게 될 경우 종교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서 교수는 민법 개정보다는 ‘반사회적 종교법인 해산에 관한 법률’과 같은 특별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적용 대상의 명확화, 모호한 개념 배제, 법원의 판단 중심 구조, 구체적 해산 사유 설정, 피해자 구제 중심 재산 활용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사회적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막는 일과 종교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함께 지켜야 할 두 축”이라며 “반사회적 종교범죄는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교분리와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토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가라지를 제거하려다 곡식까지 뽑아버리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사이비 종교 폐해, 신학적·사회적 대응 병행 필요”

구병옥 교수는 사이비 종교의 반사회성을 신학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는 ‘창조질서 원리’와 ‘진리·정직 윤리’를 기준으로 삼아 이단·사이비 종교의 구조적 문제를 설명했다.

구 교수는 “분석 결과 사이비 종교는 인간 존엄 훼손, 가정 파괴, 교회 정체성 붕괴, 교주 중심 구조와 거짓·기만에 기반한 윤리 붕괴 등의 특징을 보였다”며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교리적 왜곡에 기반한 구조적 현상으로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응 방안으로 종교단체 해산과 같은 포괄적 규제보다는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개별 범죄행위에 정밀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건강한 소그룹 공동체 형성, 교리 교육 강화, 상담 및 회복 사역 전문화, 교회 간 협력 등을 제시하며 “이단 대응을 교회의 본질 회복이라는 과제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 “민법 개정안, 기본권 침해 우려… 특별법 접근 필요”

정종휴 명예교수는 민법 개정안이 법인의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키고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정안이 법인에 대한 감독 권한을 과도하게 확대해 주무관청에 사실상 무제한적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인의 대표자와 임원에 대한 출석 요구, 검사 권한 확대 등은 헌법상 영장주의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해산된 법인의 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조항에 대해서는 재산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 교수는 “정교분리 위반을 해산 사유로 규정한 조항 역시 개념이 모호해 자의적 해석과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해당 법안이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결론적으로 민법 개정이 아닌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제한적이고 명확한 기준 아래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일본 사례 분석… “정교분리 적용, 한국과 단순 비교 어려워”

권철 교수는 일본의 종교법인 해산 사례를 분석하며 한국에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했다. 그는 일본에서 구 통일교 해산 결정이 정치인 암살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고액 헌금과 교리 문제 등이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해당 사건에서 종교와 정치권의 유착 문제는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며 “이를 한국 상황에 단순히 적용하기는 어렵다. 일본의 사례는 특정한 사회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권 교수는 “나아가 한국의 비영리단체 법제가 1958년 제정된 민법에 기반하고 있어 현대 사회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비영리단체와 종교단체 법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해외 사례를 참고해 체계적인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발제에 앞서 한국교회법학회와 전국17개광역시도기독교총연합회와 MOU 체결식도 진행됐다.

한국교회법학회와 전국17개광역시도기독교총연합회가 MOU 체결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장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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