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일교·신천지 등 이단 사이비 단체들의 불법 정치로비 및 특정 정당 조직적 가입 의혹을 계기로 발의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최혁진 의원 대표발의)’을 두고 교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정석 목사, 이하 한교총)은 25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교총 사무실에서 법조계 인사들을 초청해 ‘민법개정법률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해당 개정안은 현행 민법 제38조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사유를 구체화하고 주무관청의 감독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비영리법인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이나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정치활동에 조직적으로 개입할 경우,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고 그 재산을 국고로 귀속(몰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행정청에 조사권을 부여해 관리감독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했다.
먼저 권순철 변호사(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정책위원장)는 해당 법안의 찬·반 논리를 정리하고 최종적 검토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법안 반대 논리로 “첫째, ‘정교분리 원칙의 왜곡’”이라며 “본래 국가가 종교에 간섭하지 말라는 방어적 장치인 정교분리 원칙을, 국가가 종교를 관리하려는 근거로 역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둘째, ‘영장주의 위배’”라며 “개정안에 명시된 조사권이 법원의 영장 없이 행정 공무원이 종교단체를 사실상 압수수색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준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또한 “법안에 등장하는 ‘조직적·반복적’, ‘공익을 해함’ 등의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해, 낙태 반대나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등 기독교적 신념에 따른 정당한 사회 참여조차 ‘정치 개입’으로 몰아 입을 막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사적 자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민법 체계에 행정적 재산 몰수를 삽입하는 것 자체가 법 체계에 맞지 않다”고 했다.
반면 “개정안을 옹호하는 측은 이 법안이 반사회적 종교단체의 법인격 남용을 막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치라고 주장한다”며 “즉 현행 민법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라는 추상적 취소 사유를 명문화함으로써 오히려 주무관청의 자의적 해석을 막고 정당한 종교 법인에게 보호막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특히 “사이비·이단 세력이 종교의 탈을 쓰고 불법 자금을 공여하거나 선거에 개입하는 헌법 유린 행위를 제재하려면, 단지 개별 행위자를 처벌하는 데 그치는 현행법(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며 “이들이 법인 설립허가 취소 후에도 이름만 바꿔 활동을 재개하는 이른바 ‘법인 세탁’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재산 몰수와 같은 강력한 사후 책임이 필요하다는 논리”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의 통일교 해산 명령이 행정청의 직권이 아닌 법원의 판결(사법적 통제) 하에 이뤄졌고, 프랑스는 정부 기구가 감시와 피해자 지원에 무게를 둔다”는 점을 들어, “이번 개정안이 해외 사례에 비해 너무 강력한 ‘행정 주도적’ 성격을 띠어 사법권 침탈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안은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의 위헌성과 행정권 남용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사적자치의 자유를 최대한 견지하는 ‘민법’ 정신을 건드리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 이어져 한국교회 전체 생태계와 신앙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권 변호사는 “단순히 정교분리를 명분으로 모든 비영리법인(종교법인)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사이비종교피해 방지법’ 등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사이비 종교 단체의 반사회적 행위만을 ‘핀셋’으로 정확히 규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보다 세밀하고 신중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는 본 개정안이 신천지나 통일교의 반사회적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법리적으로 “무의미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신천지의 경우 사단법인을 해산하더라도 전체 재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신천지 산하 개별 교회들은 대부분 ‘비법인 사단’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총유 재산 형태로 지속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교의 경우 통일재단 외에도 일화, 세계일보 등 14개 계열사는 상법상 영리법인이므로 민법 개정안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결국 법을 개정해도 이들 조직을 실질적으로 해산하거나 재산을 국고 귀속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지 변호사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이 법안이 정통 기독교 교단에 미칠 파급효과다. 그는 “정통 개별 교회들은 대부분 법인 등록을 하지 않은 ‘비법인 사단’으로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개별 교회를 직접 해산시키거나 그 재산을 몰수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합동, 백석 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교단들 대부분은 ‘사단법인’ 혹은 ‘재단법인’ 형태의 유지재단을 운영하고 있고, 개별 교회들도 부동산(예배당 등)과 자산은 세금 및 행정적 편의를 위해 교단 ‘유지재단’ 명의로 신탁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교단 소속 목회자나 단체가 정치적 목소리를 낼 경우, 주무관청이 이를 ‘조직적 정치 개입’으로 해석해 교단 전체의 자산을 관리하는 유지재단의 설립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압박할 수 있다”며 “실제로 법안에 의해 '유지재단(법인)'의 설립허가가 취소되고 재산 몰수 절차가 진행된다면, 그 법인 명의로 묶여 있는 수많은 개별 교회들의 재산권이 한꺼번에 국고 귀속 위협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안이 정교분리에 입각한 헌법상 기본권인 종교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이 유달리 기독교계만을 압박하는 ‘독소 조항’으로 변질됐다”며 “해당 조항은 교육적·종교적·직업적 단체 내에서 직무상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전국교원노동조합 등 교육 관련 노동조합의 정치적 활동은 표현의 자유로 폭넓게 인정받는 경향이 있는 반면, 목회자가 강단에서 성경적 가치에 기반해 사회 현안을 언급하는 것은 즉각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 변호사는 “개정안은 정교분리 혹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 ‘정치 활동 개입’이라는 모호한 잣대로 종교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길원평 한동대 석좌교수는 헌법 제20조 제2항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의 역사적·법리적 배경을 설명하며 개정안의 논리를 반박했다. 길 교수는 “정교분리는 국가가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박해하는 것을 금지하며, 종교 단체의 자율성을 존중하라는 ‘국가 권력에 대한 방어권’”이라며 “대한민국 제헌헌법 초안은 미국 연방헌법을 모델로 작성됐는데, 국교분리를 명시한 원문의 ‘state(국가)’를 ‘politics’로 오역해 잘못 해석된 결과다. 즉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종교인은 시민의 일원으로서 민주적 절차 내에서 정치적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헌법상 정당한 권리”라고 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김철영 사무총장은 이날 나온 발언들을 정리해 “최혁진 의원이 발의한 민법 개정안이 신천지 등 반사회적 집단 대응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법률적 용어의 명확성이 부족해 행정권 남용과 정교분리 원칙 오용의 위험이 크다”며 “민법이라는 기본법을 개정해 전체 비영리법인을 통제하기보다, 이단 사이비 단체만을 정밀하게 규제하는 ‘사이비피해방지 특별법’ 제정이 합리적 대안”이라고 했다. 특히 “2013년 김한길 의원의 차별금지법 자진 철회 선례를 언급하며 자진 철회 등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향후 종교 관련 입법 시 기독교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소통하여 사회적 갈등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교총은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들을 토대로 교계의 최종 입장을 정리해 추후 최혁진 의원을 비롯해 정치권에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