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여안추)은 12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공간이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 개정 필요 없다! 여성 안수 즉각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여안추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 장봉생 목사, 예장합동)가 추진 중인 헌법 개정안에 대해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여성 목사 안수의 길을 막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예장합동은 오는 4월 전국 165개 노회에서 헌법 개정안 수의 절차를 진행한다. 개정안은 노회 과반수와 투표 인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이후 제111회 총회에서 최종 허락되면 시행된다. 지난해 제110회 총회에서 결의된 이 개정안은 여성에게 ‘목회자 후보생 고시’ 응시를 허용하는 대신 목사 자격을 ‘만 29세 이상 남자’로 명시해 여성은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없고 강도사로서 설교 사역만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안추는 “이번 개정안은 한국 장로교 역사상 처음으로 헌법에 여성의 강도사와 목사 직분 제한을 명문화하는 것으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 헌법 제14장(목사 후보생과 강도사) 제1조에는 남녀 구분 없이 신학대학원 졸업생이 총회 고시와 노회 인허를 거쳐 강도사가 되고, 이후 일정 기간 수련 뒤 목사 고시에 응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을 말한다면 헌법 개정 없이도 여성에게 강도사 고시를 허용할 수 있다”며 “같은 과정을 거친 목사 후보생 가운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사 안수를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합동 교단은 여성 안수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적은 없었지만 관행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다”며 “여성에게 강도권만 허용하고 목회 안수를 제한하는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여성 목사 안수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도권만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성 안수 자체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안추는 “교단이 여성 사역자의 역할 확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헌법 개정 대신 여성 강도사 제도를 즉시 시행하고, 여성 사역자 지위와 역할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열어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유미 박사(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장)는 여성 안수 반대의 근거로 제시되는 디모데전서 2장 12~15절과 고린도전서 14장 34절에 대해 “당시 교회 상황과 문맥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디모데전서 구절에 대해 “당시 영지주의 영향으로 여성의 남성에 대한 지배를 주장하는 사상이 확산되자 교회 내 혼란을 막기 위해 바울이 경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고린도전서 구절에 대해선 “당시 여성 대부분은 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이들이 예배 중 설교를 이해하지 못해 질문과 대화로 예배 질서를 어지럽히는 등 교회 질서를 잡기 위한 권면”이라며 “이 구절을 근거로 여성 안수를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문맥을 벗어난 해석”이라고 말했다.
토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구교형 여안추 공동대표는 “헌법 개정은 교단 정책의 중요한 변화이기 때문에 다양한 입장을 가진 이들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여성 안수 찬성 측의 의견도 공식적으로 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 사역자들은 목회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도 호소했다. 최성희 전도사는 “그동안 여성 신학생들은 강도사를 거쳐 목회 사역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준비해 왔다”며 “강도권만 허용하는 제도에 머물 경우 여성 안수의 길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를 비롯한 여성 전도사들이 교회 안에서 전도사라는 이유로 남성 후배 목사들에게 하대당하는 등 비인격적 대우를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여성도 하나님이 동일하게 부르신 사역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 안수가 통과될 경우 교회의 전도 동력이 강화되고, 교회가 사회 속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또한 교단별 여성 목회자 비율이 백석 약 50%, 통합 약 30%, 합동 약 10% 수준인 현실에서 여성 안수를 허용하면 목회자 수급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사역자 역시 남성과 동일하게 복음을 전할 사명을 받은 존재”라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여성에게도 목회 안수의 길을 열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