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권리를 가로막는 장벽, 교회가 ‘일의 다리’를 놓아야 하는 이유는

스튜어트 맥컬록. ©www.stewardship.org.uk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스튜어트 맥컬록의 기고글인 ‘사람들이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We must build bridges to meaningful work)를 최근 게재했다.

스튜어트 맥컬록은 크리스천스 어게인스트 포버티(Christians Against Poverty)의 최고경영자(CEO)로 섬기고 있다. 그의 역할은 영국에서 점점 심화되고 있는 빈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교회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적 운동을 이끄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을 빚에서 해방시키고 그 결과로 삶이 변화되는 것을 보고자 하는 그의 개인적인 열정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이전에 국제 보험 회사를 이끌었으며, 이후 자신의 신앙과 일을 통합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월드비전(World Vision)과 스튜어드십(Stewardship)과 같은 기독교 자선 단체에서 사역해 왔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일은 인간의 삶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국의 경우 평균적인 성인은 거의 50년에 가까운 시간을 일하며 살아간다. 유급 노동이든, 가정에서의 무급 노동이든, 혹은 돌봄과 같은 자원봉사 활동이든 간에 ‘일’은 우리가 시간과 재능을 관리하고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 가운데 하나다.

성경적 원칙과 전통에 기초해 설립된 크리스천스 어게인스트 포버티(CAP, Christians Against Poverty)는 일이 본질적으로 신성한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다. 일은 인간에게 의미와 존엄, 그리고 정체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영국에서만 수백만 명, 전 세계적으로는 수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러한 존엄의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서 있다. 그 문이 굳게 잠겨 있기 때문이다.

CAP는 올해 영국에서 사역 30주년을 맞아 ‘일의 장벽: 도전, 지원 그리고 해결책(Barriers to Work: challenges, support and solutions)’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교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CAP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과 최신 국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현대 노동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동 시장은 더 이상 기회의 사다리가 아니라, 도리어 성문이 굳게 닫힌 요새처럼 느껴진다.

이 보고서는 영국의 상황을 중심으로 작성됐지만, 그 안에 담긴 주제—반복되는 거절, 구조적인 실업, 그리고 그와 결합된 심각한 부채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실이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는 실업자를 단순한 통계 수치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들은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세상에 기여할 기회를 빼앗긴 형제자매들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해자: 일자리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에게 취업의 길은 복잡하게 얽힌 여러 장벽으로 막혀 있다. 단순히 “일자리를 찾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영국에서는 실업자 가운데 42%가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를 취업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구직 과정 자체가 오히려 불안을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업들로부터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하거나 자동화된 거절 통보만 반복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지난 1년 동안 900만 명의 성인이 최소 10번 이상의 취업 지원에서 실패한 경험을 했다. 초급 직무에 지원했음에도 열 번, 스무 번, 심지어 쉰 번까지 “당신은 충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듣는다면 그 사람이 느낄 자존감의 상실은 어떻겠는가. 이것은 단지 경제적 실패가 아니라 영적인 위기이기도 하다.

CAP 취업클럽 관리자 가운데 한 사람은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들의 자신감이 조금씩 깎여 나간다.” 결국 사람들은 월급만 잃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목적까지 잃게 된다.

게다가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상황이 반드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정하고 저임금의 파트타임 노동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이 재정 문제로 지속적인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제 일자리는 더 이상 빈곤에서 벗어나는 확실한 탈출구가 아니다.

부채와 실업은 일종의 ‘캐치-22’ 상황을 만들어 낸다. 경제적 안정이 있어야 직장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소득이 없으면 경제적 안정 자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 다리를 놓는 공동체

그렇다면 이 요새의 도개교를 어떻게 내려야 할까. CAP의 보고서는 영국 정부를 향해 몇 가지 정책 제안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더 많은 대면 상담 지원, 기업의 유연한 고용 정책 확대, 그리고 ‘생활 가능한 소득’ 전략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발견은 정책이 아니라 ‘공동체의 존재’다. 2013년 이후 CAP는 지역 교회들과 협력해 취업클럽(Job Club)을 운영해 왔다. 이곳은 정부 사무실이 아니라 은혜의 공동체다. 8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코칭을 받으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그 효과는 분명하다. 영국 전체 인구 가운데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39%가 “대면 지원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보고서에는 에이미(Amy)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녀는 보육시설에서 일하던 직장을 잃은 뒤 월 500파운드로 집세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다. 며칠씩 굶는 날도 있었다. 자존감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러나 지역 교회에서 운영하는 CAP 취업클럽은 그녀의 강점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도왔다. 결국 그녀는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됐다.

바로 여기에서 교회가 가진 독특한 강점이 드러난다. 정부는 복지 제도를 제공할 수 있고,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사랑에 뿌리를 둔 공동체만이 진정한 회복을 제공할 수 있다.

전 세계 교회를 향한 요청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요새’라고 부르는 노동 시장의 장벽은 여러분의 도시와 마을에도 존재한다. 어떤 곳에서는 디지털 격차가 문제일 수 있고, 또 어떤 곳에서는 학력 중심의 채용 문화가 삶의 경험을 무시하기도 한다. 범죄 기록에 대한 낙인 때문에 취업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장벽의 모습은 다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간적 고통은 동일하다.

예수께서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누가복음 10:30–37)에서 자비와 긍휼을 보일 뿐 아니라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하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지상명령(마태복음 28:18–20)을 통해 우리의 사명이 단지 영혼의 구원에 그치지 않고 삶의 회복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셨다.

만약 노동자의 20%가 건강 문제나 돌봄 책임 때문에 직장 내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교회가 먼저 모범을 보일 수 있다. 교회는 공정한 임금을 제공하는 고용주가 될 수 있으며, 젊은 세대를 위한 멘토가 되어 그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도록 연결해 줄 수 있다.

교회가 취업클럽을 열 때 그것은 단순히 이력서 작성법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웃에게 맡겨진 재능을 책임 있게 돌보는 청지기적 사역이다.

앞으로의 길

앞으로의 도전 역시 만만치 않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수많은 직업을 대체할 수 있으며, 50세 이상에게는 연령 차별이 여전히 기회를 빼앗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의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희망을 다시 불붙이는 사람들이다. 영국의 노동당 정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CAP는 이번 보고서가 그러한 정책에 현실적이고 자비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로드맵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법과 정책만으로는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할 수 없다.

이제 전 세계의 교회가 자신의 공동체를 돌아볼 차례다. 누가 이 사회의 ‘해자’ 밖에 남겨져 있는가? 아이 돌봄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어머니인가, 정신 건강 문제로 주 35시간 근무가 어려운 사람인가, 기회를 잃어버린 노동계층의 청년인가?

이제 우리가 도개교를 내려야 한다. 일은 사회와 경제에 중요하지만, 사람은 하나님의 마음에 더 중요하다. 가장 연약한 이들이 일할 기회를 얻도록 돕는 일은 단지 경제를 살리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