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비제이예시 랄 목사의 기고글인 ‘당연하게 여겨졌던 안정의 시대는 끝났으며, 기독교 선교는 이제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Assumed stability has ended and Christian mission needs to adapt)를 26일(현지시각) 게재했다.
비제이예시 랄 목사는 인도복음주의연맹(EFI) 총무로 섬기고 있다. 그는 인도 안팎에서 훈련, 사회·경제 개발, 옹호 활동, 연구 사역에 깊이 참여해 왔다. 또한 인도 EFI 출판신탁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AIM」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이 글은 선교 전략과 기관 운영을 책임지는 기독교 지도자들을 향한 요청이다. 지금은 전략적 변화를 결단해야 할 시기다. 급변하는 지정학적 환경은 즉각적인 적응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일정 기한을 둔 글로벌 동원 운동들이 여러 기독교 네트워크의 우선순위를 재편하고 있는 지금, 그 필요성은 더욱 절박하다.
우리는 전례 없는 복음 전도와 사회적 참여의 확장을 경험하는 동시에, 세계 질서의 근본적인 재편을 함께 겪고 있다. 이제는 과거의 전제에 기대어 기독교 확장을 계속 시도하기보다, 신앙적 확신에 뿌리내린 진지한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더 이상 이전의 조건 위에 서 있지 않다.
가정된 안정의 종말
오늘날 세계 기독교를 형성하는 제도적 구조 대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되었다. 그 시기는 비교적 안정된 국제 질서, 확장되는 서구 자원, 그리고 조직화된 종교 활동을 위한 예측 가능한 시민 공간이 존재하던 시대였다.
물론 같은 시기에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다수 세계(Majority World)’ 교회들은 빈곤, 박해, 정치적 불안 속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선교 기관, 신학교, 재정 구조, 국제 네트워크 등은 대체로 ‘지속적 확장’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그 전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것은 신앙이 쇠퇴하고 있다는 주장도 아니고, 복음의 생명력을 평가절하하는 말도 아니다. 기독교는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때로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성장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신앙’이 아니라, 조직화된 기독교 사역이 작동하는 ‘환경’이다.
정치 질서가 대체로 예측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국경을 넘는 자금과 인력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는 전제, 수십 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등 이 모든 것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변동성은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 되었다.
전후 국제 질서에서는 규칙이 대체로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고, 중소 국가들도 강대국 경쟁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 접근권이 협상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규제 체계는 무기화되며, 사람·자본·정보의 이동은 정치적 계산의 대상이 되었다.
제재, 관세, 자본 통제, 규제 강화, 비자 제한은 더 이상 예외적 조치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들조차 이를 일상적인 국가 운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국제 질서의 기준선이다.
미국은 관세와 제재를 외교 압박의 표준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정치적 정렬에 따라 자본과 데이터, 비자 발급을 제한한다. 인도는 특히 종교 단체를 포함한 NGO의 해외 자금 규제를 강화했다. 이런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다.
이러한 세계를 흔히 ‘다극 체제’라 부르지만,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라 결과다. 혼란은 더 이상 간헐적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 현실이 되었고, 계획 수립의 지평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영향력 중심의 이동
동시에 세계 기독교의 인구 중심도 이동했다. 오늘날 기독교인의 다수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오세아니아에 살고 있다. 그러나 재정 자본, 출판 인프라, 학문적 권위, 국제 네트워크의 영향력은 여전히 서구에 집중되어 있다. 이 지역들은 교세 축소, 고령화, 문화적 주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앙이 가장 역동적인 곳’과 ‘제도적 시스템이 자리한 곳’ 사이의 불일치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도덕적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약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더 이상 잉여 자원을 당연시할 수 없고, 영향력도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앞으로 제도적 지속성은 규모나 유산이 아니라 회복탄력성, 적응력, 신뢰에 달려 있다.
교회는 역사적으로,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단지 익숙함에 불과한지를 구분해야 했던 시기에 가장 분명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가지치기는 약점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사명을 선명하게 한다.
상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실제 상실보다 더 큰 피해를 낳는다. 지도자들이 과거의 형식을 무조건 보존하려 할 때, 그들은 붕괴를 지연시킬 뿐 신뢰를 잃는다. 앞으로의 충성은 ‘얼마나 확장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견뎌냈는가’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제약 속의 선교, 재정, 동원
안정의 시대가 끝났다면, 20세기 후반의 운영 환경이 다시 올 것처럼 선교를 계획할 수 없다.
특히 2033년, 예수 부활 2000주년을 향한 글로벌 동원 운동은 이러한 취약성을 더 빨리 드러낸다. 많은 복음주의, 오순절, 초교파 네트워크에서 2033년은 전도, 교회 개척, 지도자 양성, 국제 협력의 집중 목표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암묵적으로 다음을 전제한다: ▲국경 간 재정 흐름이 안정적일 것 ▲환율과 금융 환경이 예측 가능할 것 ▲규제 부담이 감당 가능할 것 ▲국제 인력 이동이 지속 가능할 것. 이 전제들은 더 이상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지도자들이 지금 직면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2033을 향한 동원은 지혜로운가?”가 아니라, “현재의 동원 모델은 중도 붕괴 없이 혼란을 견딜 만큼 회복탄력적인가?”이다.
세 가지 숨겨진 의존성
첫째, 국경 간 재정이다. 글로벌 선교는 소수 지역의 기부자와 특정 금융 채널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그러나 송금 지연, 규제 강화, 환율 변동, 국가주의적 의심이 일상화되고 있다.
둘째, 국경 간 이동성이다. 비자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종교 사역자는 중립적 방문자가 아니라 정치·문화적 행위자로 간주되기도 한다.
셋째, 시민·규제 공간이다. 정부들은 외국 연계 단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외부 주도형·비맥락화된 사역은 오히려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이 모든 압력은 선교를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취약한 모델을 지속 불가능하게 만든다.
적응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적응은 단순한 전술 조정이 아니다. 그것은 계획 이론 자체의 변화다: ◆장기 고정 목표 대신 짧은 의사결정 주기 ◆확장보다 회복탄력성 우선 ◆중앙 집중형 권한에서 현지 분권화로 이동 ◆성장 신호 대신 운영 준비금과 법적·규제 역량 강화. 이는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장기적 방향 전환이다.
어떤 기관은 축소해야 할 것이다. 어떤 프로그램은 종료되어야 할 것이다. 2033과 연결된 일부 계획은 실패 전에 재설계되어야 한다. 결정을 미루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오히려 선교를 약화시킬 수 있다.
인도의 사례
인도는 하나의 스트레스 테스트다. 엄격한 규제, 제한된 해외 자금, 공적 의심 속에서도 교회는 활발히 존재한다. 지속 가능성은 현지 리더십과 현지 재정에 달려 있다. 인도는 예외가 아니라, ‘돈, 이동성, 시민 공간’의 전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선교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마무리: 제약 속의 순종
2033과 같은 비전은 잘 사용되면 협력과 기도를 촉진한다. 그러나 잘못 설계되면 과시적 목표와 취약한 약속을 낳는다. 차이는 의도가 아니라 설계에 있다.
다가오는 10년, 사역은 “얼마나 시도했는가”보다 “무엇을 지켜냈는가”로 평가될 것이다. 가정된 안정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제약 속에서 절제된 순종의 시대다. 지금 선교를 재설계하는 지도자들은 미래의 더 큰 상실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역사는 허락을 구하지 않고 결정을 강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