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전 세계 수입품에 부과해온 10% 글로벌 관세를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발효 시점은 즉시로 명시했으며, 향후 수개월 내 새로운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글로벌 관세 정책의 법적 틀이 전환되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미국 통상 정책의 향방에 다시 한 번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오전 10시 59분께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대법원이 수개월 고심 끝에 내린 터무니없고 부실하며 지극히 반미적인 관세 판결에 대한 완벽하고 상세한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런 제재 없이 미국을 갈취해온 많은 국가들에 대한 10% ‘글로벌 관세(Worldwide Tariff)’를 전면적으로 허용되고 법적 검증을 거친 최대 수준인 15%로 인상하겠다"고 적었다.
그는 발효 시점을 "즉시(effective immediately)"라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예고됐던 24일 오전 0시 1분(한국 시간 오후 2시 1분)부터 10%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15% 글로벌 관세가 곧바로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몇 달 내에 새롭고 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관세율을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조치 가능성도 열어뒀다.
◈연방대법원 판결과 글로벌 관세 법적 근거 전환
이번 조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 6대 3 의견으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한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됐다. 해당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상 권한을 근거로 부과했던 상호 관세와 이른바 펜타닐 관세는 효력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IEEPA 관세 징수를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무역법 122조에 따라 기존에 적용되는 관세에 더해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후 이를 15%로 상향 조정했다. 무역법 122조는 무역수지 악화 등 대외경제 상황이 긴급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일정 기간 관세 부과나 수입 할당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단독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150일로 제한하고 있으며, 그 이후에는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몇 달 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 150일 제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우선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5% 글로벌 관세를 유지하면서, 그 기간 동안 다른 법률에 근거한 새로운 관세 부과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됐다.
◈무역법 301조·232조 거론…한국 포함 주요 교역국 압박 가능성
차기 법적 수단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조항은 무역법 301조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한 무역행위를 했거나 무역협정을 위반한 국가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대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301조에 따라 다수 무역 상대국의 정당하지 않고 불합리하며 차별적이고 과도한 정책·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주요 무역적자국들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약 564억 달러, 한화로 약 81조 7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의회는 쿠팡 논란 등을 계기로 한국이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글로벌 관세 정책과 별도로 301조 조사가 병행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와 함께 미국 통상 안보에 해를 끼치는 상품에 대해 수입량 제한이나 관세 부과를 가능하게 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확대 적용 가능성도 언급됐다. 현재 한국의 핵심 수출품인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한 관세 부과 근거 역시 무역확장법 232조에 두고 있다. 글로벌 관세 15% 인상 조치가 다른 법률과 결합될 경우, 주요 교역국에 대한 압박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를 반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우파 성향 싱크탱크 카토연구소는 무역법에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150일 경과로 해제된 이후 동일한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150일 제한 이후에도 유사한 글로벌 관세 조치를 재차 시행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성공적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과정을 어느 때보다 더 위대하게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새로운 법적 틀 안에서 글로벌 관세를 15%로 상향한 이번 조치는 미국 통상 정책 전반과 주요 교역국과의 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