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사건 1심 무죄 판결에 유족 반발… “월북 프레임 재판부가 외면했다”

이대준씨 형 이래진, 판결문 공개하며 재조사·특검 촉구… 국가 구조 의무·정보 통제 쟁점 부각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유족 이래진씨(왼쪽)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19일 서울 서초구 한 사무실에서 서해 피살 사건의 판결문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고(故)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가 판결문을 공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은 재판 과정에서 핵심 증거와 조사 진술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고, 국가의 구조 의무와 책임에 대한 실질적인 사법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증거는 배제되고 월북 시나리오만 다뤄졌다”

이래진씨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한 증거와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진술은 배제된 채, 범죄에서 벗어나려는 행위의 진술만을 중심으로 재판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관계 기관이 사건 초기부터 실족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한 채 개인 채무와 사적 상황을 부각하며 ‘월북 시나리오’를 만들어 갔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구조나 송환을 위한 선제적 조치는 없었고, 해양수산부와 통일부 사이에서 책임을 미루는 상황만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대한 오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유족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재판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감청 기록 속 생존 신호에도 구조 지시 없었다는 주장

유족 측은 국정원과 군의 감청 자료를 근거로, 사건 당시 이대준씨의 생존 가능성이 충분히 인지됐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감청 기록에는 ‘살려달라’는 음성이 있었고, 살아는 있으나 신체 상태가 악화돼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통신 감정도 존재했다”고 말했다.

국정원과 국방부, 연평 해병대의 감청 기록을 종합하면 당시 상황은 긴박했고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는 점이 확인되지만, 그럼에도 구조 지시는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이씨는 “끌려다니는 과정에서 ‘자꾸 물속으로 잠긴다’는 감청 내용까지 있었는데도 방치됐다”며 강한 표현으로 당시 대응을 비판했다.

◈해경 수사 과정 논란…“실족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유족은 해양경찰의 수사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대공 혐의 수사가 지시됐고, 개인 채무와 사생활이 과도하게 부각됐다는 것이다. 반면 개인회생 절차 진행 사실과 변호사 증언 등은 수사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했다.

이씨는 사건 발생 직전 동생과의 통화에서 신변 이상 징후가 전혀 없었다며,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시점과 근무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실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못한 채 부유물에 의지해 떠다녔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유족은 이러한 의혹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통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재판부 “절차·내용상 위법 증거 부족”…검찰 일부만 항소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라인 인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절차적인 위법이나 내용상의 허위가 개입됐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을 확인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른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실종 보고와 피격 및 소각 사실 전파, 국가안보실·국방부·국정원의 대응, 해경의 수사 결과 발표 과정에서도 절차 위반이나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른바 ‘월북 몰이’ 주장에 대해서도 특정 결론을 정해 놓고 수사나 회의를 진행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 이후 검찰은 해경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한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했고, 이에 따라 박지원 전 원장과 서욱 전 장관 등에 대한 무죄는 확정됐다. 유족 측은 이를 두고 국가의 구조 의무 이행 여부와 정보 관리 과정에 대한 사법적 판단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유족 “보안 명분 아래 구조 실패 검증 봉합”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관련 정보 삭제가 구조 실패와 피격 사실을 숨기기 위한 은폐였는지, 아니면 보안 유지와 정보 통제를 위한 직무상 조치였는지를 들었다. 그는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시점이야말로 정보 삭제나 은폐가 시도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인데도 재판부가 이를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보안이라는 이름 아래 국민 생명 보호 실패가 형사적 검증의 대상이 되지 못하도록 봉합된 판결”이라며, 검찰의 항소 포기 역시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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