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은 로마서 1장 29–31절에서 숨 돌릴 틈 없이 죄의 목록을 나열한다. 불의와 추악, 탐욕과 악의에서 시작해 시기와 분쟁, 교만과 무정함에 이르기까지, 그는 인간 사회를 가득 채운 죄의 풍경을 하나하나 드러낸다. 이 긴 목록은 단순한 도덕 교과서가 아니다. 하나님을 잃어버린 인간 안에 무엇이 차오르는지를 보여주는 영적 진단서다. 하나님이 사라진 자리에는 중립도 공백도 없다. 반드시 어둠이 들어온다.
이 죄들은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바울이 앞서 말했듯, 문제의 뿌리는 불경건이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지 않고, 감사하지 않으며, 하나님을 마음에 두지 않은 결과가 바로 이 목록이다. 죄는 개별적인 실수들의 합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삶 전체의 열매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무너지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도 함께 붕괴된다. 탐욕은 이웃을 삼키고, 교만은 공동체를 찢어 놓으며, 무정함과 무자비함은 인간다움을 갉아먹는다.
32절에서 바울은 더욱 충격적인 결론에 이른다. 사람들은 이런 일들이 사형에 해당한다는 하나님의 정하심을 “알고도” 행한다. 더 나아가, 자신만 죄를 짓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같은 죄를 짓는 자를 옳다 하며 서로를 정당화한다. 이것이 죄의 마지막 단계다. 양심이 무너지고, 판단이 뒤집히며, 어둠이 빛이라 불리는 상태다. 칼 바르트가 로마서 1장을 “깜깜함(Darkness)”이라고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경이 말하는 사형은 단순한 생물학적 죽음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단절, 곧 영원한 죽음이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고, 그 후에는 심판이 있다. 인간은 이 종착역을 피해갈 수 없다. 하나님 없는 문명은 겉으로 화려해 보여도, 실상은 지옥행 열차처럼 어둠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로마서의 어둠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성경은 이렇게 선언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다.” 죄의 목록보다 더 길고 깊은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다. 사형선고를 받은 인간에게 하나님은 아들을 통해 생명의 길을 여셨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살아서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
오늘의 묵상은 우리에게 묻는다. 이 죄의 목록은 과거 인류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여전히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현실인가.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더 선명해진다. 진리의 말씀 안에 거할 때, 어둠은 우리를 이기지 못한다. 다른 길은 없다. 이 깜깜한 세계에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