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은 로마서 1장 21–22절에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죄의 모습을 꿰뚫어 본다. 그것은 하나님을 전혀 모르는 무지가 아니라, 하나님을 알면서도 영화롭게 하지 않고 감사하지 않는 태도다. 인간은 하나님을 부정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을 잊어버린다. 존재를 부인하기 전에, 관계를 끊는다. 바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생각이 허망해지고 마음이 어두워진다고 말한다.
인간은 늘 필요가 사라지면 감사를 잃는다. 물이 넘칠 때는 물의 가치를 잊고, 공기가 당연할 때는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위기가 닥쳐야 비로소 하나님을 찾는 모습은 인간 안에 깊이 자리 잡은 영적 야만성을 드러낸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 한가운데 살면서도, 그 창조주께 영광을 돌리지 않는 삶—바울은 이것이 단순한 무례가 아니라 죄라고 말한다.
감사는 인간이 피조물임을 인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신앙의 고백이다. 시편 기자는 밤하늘의 달과 별을 바라보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나이까”라고 고백한다(시 8:3–4). 존재 자체가 은혜임을 아는 마음, 숨 쉬는 것만으로도 찬양이 되는 삶이 인간의 본래 자리다.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지어다”(시 150:6)라는 선언은 선택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목적을 말한다.
그러나 감사는 창조에 대한 인식에서 멈추지 않는다. 죄인 된 인간이 구원을 받았다는 사실 앞에서 감사는 더욱 깊어진다. 바울이 말한 “범사에 감사하라”(살전 5:18)는 권면은 상황에 대한 낙관이 아니라, 구원받은 자의 정체성에서 흘러나오는 고백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쉽게 감사하지 않는다. 시편 14편이 말하듯, 어리석은 자는 마음으로 하나님이 없다고 말하며 그 삶은 점점 부패해진다.
바울이 지적한 “스스로 지혜 있다 하나 어리석게 되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반복된다. 인간의 지식과 문명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감사는 사라지고 자율과 자만은 커진다. 하나님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인간의 마음은 가장 깊은 어둠으로 향한다. 감사의 상실은 곧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이며, 그 결과는 영적 무감각이다.
로마서 1장 21–22절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정말 하나님을 모르는가, 아니면 알고도 외면하고 있는가. 감사 없는 지혜는 결국 어리석음으로 끝난다. 오늘의 묵상은 단순한 자기반성이 아니라 초청이다. 다시 창조주를 기억하고, 다시 구원의 은혜를 붙들며, 감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자리로 돌아오라는 부르심이다. 감사가 회복될 때, 어두워졌던 마음도 다시 빛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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