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수출, 미·중 통상 충격에 흔들릴 가능성 확대

전문가들 “편중된 수출 구조가 근본 문제… 다변화 없으면 경기 하방압력 커질 것” 진단

내년 한국 수출이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 속에서 큰 변동 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발 고율 관세 정책과 미·중 갈등 심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이 겹치면서 수출 둔화와 중간재 수입 감소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 ‘불황형 흑자’ 구조가 반복되며 경기 전반에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전문가들은 현재의 불안 요인을 우리나라 수출 구조의 취약성에서 찾고 있다. 전체 수출의 약 40%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집중된 구조적 편중 탓에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은 1.9%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상반기 2.2% 성장을 기록한 뒤 하반기에는 1.5%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은 글로벌 교역 둔화 영향 속에서 전년 대비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 주요국 경기 부양 기조 등이 긍정 요인으로 꼽히지만, 세계 경제 전반의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수입 역시 중간재 수요 축소로 인해 0.3% 감소가 예상되며, 내년 무역수지는 약 675억 달러 흑자로 올해 대비 소폭 축소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는 다소 다른 흐름이 제시됐다. KDI는 내수 회복세를 근거로 GDP 성장률을 올해 0.9%, 내년 1.8%로 예상하며 수출 증가율 역시 연간 1.3% 수준을 제시했다. 수입도 연간 1.9%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두 기관 모두 내년 상반기 수출 둔화 가능성에는 공통적으로 경고음을 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이 대미 수출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차·철강 등 주력 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석유화학 등 기초소재 산업도 글로벌 수요 둔화와 정책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일부 인하했지만, 한국산 자동차의 무관세 수출 비중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담이 크다.

철강은 내년부터 관세 적용이 확대되면서 대미 수출 급감이 예상되며, 일반기계·가전 등 전통적인 효자 품목 역시 철강·알루미늄 파생 규제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향 수출 또한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중간재 수요 감소로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대미·대중 수출액은 각각 1278억 달러, 133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38%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가 악화될 경우 한국 수출의 40% 가까이가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위험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수출 구조 개편’이 꼽힌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 ‘글로벌 통상질서 전환과 대한민국 통상의 새로운 길’을 통해 가치사슬 재정비, 전략산업 중심 공급망 구축, 시장·품목 다변화 등 구조적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장은 “한국 수출은 특정 국가·특정 품목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전략산업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수출시장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아세안·인도·중동·남미·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강화가 수출 다변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심의 교역 구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보다 다양한 국가와의 통상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질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제 안보와 공급망 안정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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