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현장 혼란 심화
교사 대다수가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 3단체는 25일 고교학점제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동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11월 4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전국 4060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응답자의 90%는 고교학점제로 인해 학생들이 과목 선택 과정에서 학습 불안과 진로 스트레스를 더 크게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동수업 확대로 인한 학급 내 유대 약화에 동의한 비율은 87.3%, 미이수제로 인한 학생 낙인과 정서적 위축 우려에는 83.5%가 동의했다. 사교육 확대 및 지역 간 교육 격차 심화 가능성은 87.4%, 학점 미이수로 인한 자퇴 등 학생 이탈 위험에 동의한 비율은 85.3%였다.
◈교사 행정 부담 증가… “반·시간표 편성 사실상 불가능 수준”
교사들의 행정·수업 부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7.2%는 학생마다 선택 과목이 달라 반 편성이 매우 어렵다고 했으며, 97.8%는 공강 시간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시간표 편성이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학급 개념 약화로 공동체 생활 지도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은 92%, 지역·학교 간 격차가 커졌다는 응답은 95.8%로 나타났다.
반면 고교학점제의 긍정적 효과를 묻는 문항에는 대부분의 교사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진로·적성 기반 과목 선택 효과에 동의하지 않은 비율은 78.2%, 학습 동기 유발 효과에 동의하지 않은 비율은 82%,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의 효과 부정 응답은 90.9%에 달했다. 학생 책임감 향상(86.8%), 성장·발달 기여(87.5%)에 대한 긍정 응답도 낮았다.
◈학생 선택 부담과 학교 여건의 한계
학생들이 과목 선택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진로 미결정 상태에서의 선택 부담’이 90.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입시에 유리한 과목 쏠림’이 80.9%, ‘학교의 제한된 과목 개설 수’가 38.9%로 조사됐다.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대상 학생이 있었다는 교사는 59.9%였고, 학습 부진이 3년 이상 누적된 결과라는 응답이 39.5%, 6년 이상 누적됐다는 응답은 51.5%였다. 이는 장기적으로 누적된 학습 격차가 제도 도입 이후 더욱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고교학점제 개편안에 대한 현장 반응도 부정적
지난 9월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2학기 최성보 유연화 방안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77.1%였으며, 반면 수업 교시별 출결 처리 권한을 과목 담당 교사와 담임에게 동시에 부여한 조치에는 63.1%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세부능력·특기사항(세특) 기재 분량 축소 조치에 대해서는 77.5%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발표 시기가 늦어 현장의 혼란이 컸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점 이수 기준과 졸업 기준을 묻는 문항에서도 현장 의견은 현행 제도 유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학점 이수 기준 폐지를 선택한 비율은 55.2%, 출석률 기준만 적용을 선호한 비율은 31.7%였다. 졸업 기준은 72.6%가 출석일수만 적용하는 방식에 동의했다.
◈교원단체 “현장을 외면한 정책, 다시 출발해야”
교원 3단체는 ▲최성보·미이수제 폐지 ▲진로·융합 선택과목 절대평가 전환 ▲교원 정원 확대 ▲학습 결손 학생 실질 지원 ▲국가교육위원회에 교사 참여 구조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학교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탁상 행정으로는 학생도, 교사도 살릴 수 없다”며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현장 중심의 정책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