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서울에서 생애 첫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무주택자가 4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가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등 연이어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전반에는 ‘막차 심리’와 ‘패닉바잉’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매수세가 오히려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서울에서 생애 최초로 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 집합건물을 구매한 사람은 총 3만5,82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같은 기간의 3만8,996명 이후 가장 많은 규모로, 최근 몇 년간 위축됐던 매수 흐름이 크게 반등한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20대와 30대 청년층에서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생애 최초 매수자 중 청년층 비중은 59.8%로, 2021년 같은 기간 60.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혼부부·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대출 혜택이 확대되었지만, 무엇보다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가 매수 결정을 앞당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10·15 대책 발표 직전에는 매물이 나오자마자 거래되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30대로 보이는 부부가 집을 본 지 한 시간 만에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규제가 강화된다는 소문이 돌자 오히려 매수자들이 더 서두르는 분위기였다”고 현장을 전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서도 서울의 집값 상승세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 주택 종합 매매가격은 1.19% 오르며 2018년 9월(1.25%)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규제가 강조된 달임에도 오히려 오름폭이 커진 것은 시장 전반에 남아 있는 가격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매수심리도 꺾이지 않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10월 부동산 시장 소비자 심리지수 조사 결과, 서울 주택 매매 소비심리지수는 137.5로 전월 대비 4.71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올해 6월의 150.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수가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전히 강한 매수 의지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똘똘한 한 채’ 선호 경향이 강화되면서 규제가 반복될수록 핵심 지역 중심의 매수세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 정비사업 예정지 등을 중심으로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강남권을 기점으로 시장이 다시 움직일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부 부동산연구위원은 “규제 발표 이후 조정된 호가를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며 “공급 부족과 풍부한 유동성 기대가 더해지면 정비사업 중심으로 실수요가 계속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생애 최초 매수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면서 서울 주택시장은 규제와 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정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 규제 여부와 금리 흐름, 정책 대출 지원책의 지속 여부가 향후 시장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