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손인웅, 이사장 이승택)이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소재 덕수교회(담임 김만준 목사)에서 ‘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마을목회’라는 주제로 제65회 공개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노영상 박사(바이블아카데미 총장)·조용훈 박사(한남대, 한남대학교회 담임)·김만준 박사(덕수교회 담임)가 강사로 나섰다.
◇ 마을목회, 개인보다 공동체적 행복 강조
‘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마을목회’라는 주제로 강연한 노영상 박사는 “마을목회가 개인적 행복뿐 아니라 공동체적 행복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가치와 연결된 삶을 추구한다”며 “마을목회가 현대 사회의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인 삶의 방식에서 비롯된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시되며, 기독교가 강조하는 사랑과 공동체성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어 “마을목회는 단순히 교회나 교인들의 이익을 넘어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조직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을교회, 마을학교, 마을기업, 마을복지, 마을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지역 기반 조직들이 상호 협력하여 공동의 유익을 위해 활동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이는 ‘네트워크’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마을목회의 핵심 가치로, 주민들과 교회, 그리고 다양한 지역 기관들이 하나 되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 박사는 “오늘날 우리는 개인주의와 파편화된 삶에 갇혀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공유하지 않는다”며 “마을목회가 제시하는 ‘공동적 삶의 방식’은 서로의 짐을 나누는 공감의 삶을 촉진한다. 마을목회는 이웃과의 친교를 통해 행복을 나누고, 공동체를 더욱 단단히 만드는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고 했다.
또한 “마을목회는 단지 농어촌 지역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도시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도시 내에서도 지역 주민들이 서로 돕고 협력하는 공동체를 형성할 필요하다”며 “마을목회는 공동체성 상실을 극복하고, 마을을 하나의 생명공동체로 만들자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의 연대와 협력적 관계를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을목회는 이미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총회한국교회연구원은 마을목회에 관한 24권의 책을 편찬했으며, 마을목회에 관한 학문적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또, 다양한 교단에서 마을목회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목회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노 박사는 “마을목회의 이상적인 비전은 자기 혼자 잘 살기보다는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며, 그것이 바로 마을목회의 본질”이라고 했다.
◇ 교회의 사명, 마을공동체운동 실현
‘마을공동체와 교회공동체’라는 주제로 강연한 조용훈 박사는 교회가 마을공동체운동을 활성화하려면 신학적, 목회적 이해뿐만 아니라 사회운동으로서의 역동성과 해결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박사는 “교회가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목회 방향으로 마을공동체 운동을 제시하며, 신학적 이해와 목회적 실천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회가 마을공동체운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치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공동체운동이 단순히 사회운동에 그치지 않고, 교회가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며 “특히 마을공동체운동을 통해 ‘공동체성’, ‘지역성’, 그리고 ‘지속가능성’ 같은 가치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1990년대에 사회운동가들 사이에서 시작된 마을공동체운동은 2000년대 들어 한국교회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었다”며 “‘마을이 살아야 교회도 산다’는 진리를 깨닫는 데 시간이 걸린 한국교회는 이제야 마을공동체와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처럼 교회는 본래 마을공동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박사는 예수의 산상설교를 언급하며 “예수가 제자공동체를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비유한 것을 예로 들었다. 교회는 ‘산 위의 마을’로서, 세상 속에서 희망의 공동체로 자리해야 한다”며 “교회가 마을공동체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은 단지 영적 사역에 그치지 않으며, 물질적 나눔과 연대를 통해 지역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초기 예루살렘 공동체가 보여준 것처럼, 교회는 교인들 간의 영적 교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달해야 한다”며 “사도행전에서 예루살렘 교회가 서로 나누고, 연대하며, 지역사회의 소금과 빛이 되어 많은 이들의 호감을 얻고 구원의 수가 늘어났다”고 했다.
끝으로 조 박사는 “마을공동체운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전인적 구원을 위한 사회적, 신앙적 실천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사명”이라며 “교회는 지역사회의 빛이자 희망으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 마을목회의 중심, 삼애의 정신(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자연 사랑)
‘지역사회를 섬기는 마을목회의 실제: 덕수교회의 사례’라는 주제로 강여한 김만준 박사는 덕수교회가 마을목회에서 이룬 성과와 함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김 박사는 “특히 리더십의 집중 문제와 교회가 지역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넓은 범위로 사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덕수교회의 마을목회는 손인웅 원로목사와 김만준 담임목사의 강력한 비전과 실행력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며 “그러나 특정 인물에 의존하는 구조는 장기적인 지속성에 취약할 수 있다. 평신도 리더십을 키우고 교회 공동체 전체가 마을목회의 주체로서 참여해야 한다. ‘성북사회봉사단’, ‘화요 도시락 나눔’, ‘성북천 살리기 운동’ 등 평신도 중심의 활동이 이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을목회의 성과가 주로 노인 복지나 생태 돌봄과 같은 일부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며 “앞으로는 어린이와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이웃을 품을 수 있는 사역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다문화 이웃과의 소통을 위한 문화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는 돌봄 체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교회의 공공성이 단순히 봉사와 선행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봉사의 이면에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비전이 분명히 자리해야 한다. 성도들이 그 의미를 배우고, 이를 삶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져야만 마을목회가 교회의 존재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덕수교회의 마을목회는 성북동이라는 지역적 배경 속에서 형성되었지만, 그 안에 담긴 원칙들은 보편적으로 다른 교회들에 적용할 수 있는 가치와 방향을 제시한다”며 ‘지역 중심’, ‘성육신적 공동체’, ‘협력 기반의 사역’, ‘공공성의 실천’이라는 네 가지 핵심 키워드를 언급하며 “마을목회를 기획하고 실천하려는 다른 지역 교회들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 중심의 원리는 교회가 위치한 공간을 단순히 사역의 무대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르신 선교 현장으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성육신적 공동체는 교회가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 주민들의 일상에 동행하며, 그들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며 “협력 기반의 사역은 교회가 단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지방자치단체, 학교, 복지기관, 시민단체, 심지어 다른 종교 공동체와도 연대하며 공적 책임을 나누는 태도다. 공공성의 실천은 마을목회가 단순한 봉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 돌봄의 가치를 구체적인 사회적 책임으로 드러내는 길”이라고 했다.
더불어 김 박사는 덕수교회의 사례가 다른 교회들에게 하나의 성공적인 모델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각 교회가 자신이 위치한 지역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세밀하게 조사하고, 그 맥락에 맞게 창의적으로 마을목회를 구현해야 한다”며 “동일한 프로그램이라도 농촌 교회, 도시 교회, 다문화 지역 교회에서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기에, 각 교회는 지역적 특성에 맞춰 프로그램을 변형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마을목회의 핵심은 교회가 지역사회에 진정성 있는 태도로 다가가고, 주민들과 신뢰 관계를 쌓아가는 일이다. 교회가 먼저 문을 열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그들의 필요에 응답할 때 비로소 교회는 지역사회의 동반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마을목회의 공공성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현실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마을목회의 중심에는 삼애의 정신(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자연 사랑)이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사랑은 교회의 신학적 정체성과 실천적 방향을 통합적으로 규정하는 기준이 된다”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예배가 이웃을 향한 돌봄으로 확장되고, 자연을 사랑하는 환경 운동이 신앙의 실천으로 이어질 때, 교회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공공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와 마을이 함께 웃고, 울며 살아가는 일상의 연대 속에서 하나님 나라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확장될 것이다. 이 과정은 화려한 행사나 단기적 성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에 깊이 스며드는 작은 실천과 지속적인 동행을 통해 가능하다”며 “마을목회를 통해 교회가 더 이상 고립된 제도적 기관이 아닌, 지역 주민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