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문연구회(회장 김태황 교수)가 18일 오전 명지대학교(총장 임연수 교수)에서 ‘2025년 제42회 기독교학문연구회 연차학술대회’를 ‘글로벌 자국 우선주의와 세계복음화의 책임’이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행사는 개회식, 세미나 순으로 진행됐으며 김태황 회장이 개회사를 전했다. 그는 “이번 학술대회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학문적 교제의 자리”라며 “모든 동역자들이 신앙과 학문이 어우러진 복된 동행을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임연수 총장이 환영사를 전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기독교적 학문과 교육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뜻깊은 장이 되기를 바란다”며 “모든 참가자들이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풍성한 지혜를 나누고, 학문 속에서 하나님의 진리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진 세미나는 기정훈 교수(명지대 공공인재학부)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강유덕 교수(한국외대 LT학부)가 ‘자국 중심주의와 기독교적 공동체 이상: 갈등인가, 재해석인가?’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강 교수는 “오늘날 세계는 점점 더 ‘내 나라만 잘살면 된다’는 자국 중심주의로 기울고 있다. 국가 간의 연대와 협력보다 자국의 이익과 생존이 우선시되고,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의 불안을 자극하며 폐쇄적 민족주의를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결국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제적 경쟁과 문화적 갈등 속에서 사람들은 보호받고 싶은 욕망을 국가의 울타리 안에서 찾으려 하지만, 그 결과는 더 큰 분열과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은 이러한 자국 중심주의의 논리에 정면으로 맞선다. 복음은 한 민족이나 국가의 소유가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열린 하나님의 구원의 소식이다. 하나님 나라는 국경을 넘어선 공동체이며, 그 중심에는 ‘이웃 사랑’이 있다. 자국만의 번영을 추구하는 세계관은 결국 이웃을 배제하고 타자를 도구화하지만, 복음은 타인과 함께 사는 법, 나눔과 섬김의 질서를 가르친다. 교회가 지켜야 할 정체성은 경쟁의 논리가 아니라 연대의 영성”이라고 했다,
이어 “기독교 공동체는 이기적 국가주의의 흐름 속에서도 보편적 사랑과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 신앙은 특정 민족의 이익을 지키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내는 책임이다. 교회는 경제적 성공이나 정치적 영향력보다, 고통받는 이웃을 품는 자리에서 복음의 진리를 증언해야 한다. 자국우선주의가 힘과 이익으로 세상을 묶는다면, 기독교의 부르심은 섬김과 희생으로 세상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기독교적 공동체 이상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꿈이다. 그것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오늘 이 땅에서 실천해야 할 삶의 방향이다.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은 강한 나라가 아니라 선한 이웃이며, 경쟁의 승리가 아니라 사랑의 연대다. 세계가 벽을 쌓을 때, 교회는 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부름받은 자들이 세상에 보여야 할 증거”라고 했다.
이어 김상덕 교수(한신대 평화교양대학)가 ‘집단정서의 관점에서 본 글로벌 자국 우선주의와 기독교적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오늘의 세계는 ‘나의 나라, 나의 민족’만을 외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의 두려움과 분노를 자극하며, 타국과 이웃을 향한 벽을 더욱 높인다. 이러한 자국우선주의는 단순한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두려움과 불신으로 형성된 집단정서의 결과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안전과 번영을 갈망하지만, 그 욕망이 타인에 대한 배제와 적대의 감정으로 변질될 때, 사회는 깊은 분열에 빠진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은 이런 감정의 흐름 속에 다른 길을 제시한다. 하나님 안에서 인간은 경쟁자가 아니라 형제요 자매다. 복음은 두려움을 공감으로, 혐오를 사랑으로 바꾸는 능력을 가진다. 기독교 공동체는 ‘우리만의 생존’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 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은 이념이나 제도가 아니라, 공감의 영성이다.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함께 울 수 있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첫걸음이다”고 했다.
또한 “기독교적 대응은 단순히 자국 중심적 사고를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상처받은 사회의 감정을 치유하는 일이며, 두려움과 분열을 넘어서는 감정의 회복 운동이다. 신앙은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관계의 회복을 통해 드러난다. 교회가 세상의 분노를 품고 기도할 때, 공동체의 감정은 정화되고, 사회는 다시 화해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시대의 교회는 ‘진리의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감정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복음은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하나님의 언어다. 우리가 다시 이웃의 얼굴을 바라보고, 두려움 대신 사랑을 선택할 때, 자국 우선주의의 벽은 허물어질 것이다. 세상의 감정이 미움으로 흘러갈 때, 교회는 사랑의 감정으로 흐름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에 주어진 복음의 소명이다”고 했다.
이어 김태룡 연구원(경희대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이 ‘배타적 자국 우선주의와 K-컬처 팬덤의 대항적 액티비즘’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김 연구원은 “오늘날 세계는 ‘나만, 우리만’을 외치는 배타적 자국우선주의가 사회 전반을 뒤덮고 있다. 경제와 정치, 문화의 영역까지 경쟁과 이익이 우선되며, 타자에 대한 이해와 연대의 감각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세계 곳곳에서 다른 형태의 연대가 태어나고 있다. 바로 K-컬처 팬덤 공동체다. 한국 대중문화의 팬덤은 단순히 한류 콘텐츠를 소비하는 집단이 아니라, 세계 시민들이 서로를 연결하고 지지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네트워크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팬덤의 힘은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연대와 공감의 정서적 에너지에서 비롯된다. 세계 각국의 팬들은 국경을 넘어 협력하며, 사회적 불의나 차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 이는 자국의 이익만을 강조하는 정치적 언어와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팬덤의 연대는 ‘타자를 환대하는 문화적 영성’으로 작동하며, 개인의 취향이 세계적 공감으로 확장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흐름은 기독교가 추구하는 ‘하나됨’의 가치를 문화 속에서 새롭게 드러내는 장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K-컬처 팬덤의 대항적 액티비즘은 인간의 공통된 정서와 도덕적 감수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복음은 분리된 집단을 하나로 묶는 힘이며, 문화 속에서도 그 진리를 구현할 수 있다. 팬덤 공동체의 자발적 나눔과 연대는 교회가 잃어버린 ‘공동체적 사랑’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세속 문화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선을 추구하고, 정의를 외치며, 사랑을 실천하고자 한다. 이 움직임을 단순한 대중문화 현상이 아닌, 하나님이 주신 보편적 사랑의 흔적으로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결국, 자국우선주의에 맞서는 진정한 힘은 무기가 아니라 문화이며, 두려움이 아니라 공감이다. K-컬처 팬덤이 보여주는 세계적 연대의 흐름은 그리스도인의 선교와 복음화 사명에도 깊은 통찰을 던진다. 복음은 국경을 초월하고, 언어와 문화를 넘어 사랑으로 이어질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교회가 이 문화를 품고 해석할 때, 세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길이 열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