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앞에 선 교회, 창조세계와 화해해야 할 때”

목회·신학
학회
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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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술원, 제113회 월례학술포럼 개최
기독교학술원이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제113회 월례학술포럼을 ‘기후변화, 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기독교학술원 제공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17일 오후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 화평홀에서 제113회 월례학술포럼을 ‘기후변화, 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포럼은 경건회와 발표회 순으로 진행됐다. 오성종 교무부장(기독교학술원, 전 칼빈신학대학원장)의 사회로 김송수 목사(기독교학술원(AC)수사, 동석교회 원로)가 ‘국가를 위하여’, 김홍식 목사(기독교학술원(AC)수사, 생명나무교회)가 ‘한국교회와 북한구원을 위하여’, 박경수 목사(서울중앙교회)가 ‘전쟁종식과 세계평화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각각 기도했다. 이어 유석성 교수(서울신대 총장)가 ‘생태정의와 평화’(창 1:26-28, 롬 8:22)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유 교수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시는 경고이며, 창조세계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성경은 인간을 창조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대리자이자 관리자로 부른다. “땅을 정복하라”는 말씀은 착취나 지배의 명령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사랑하고 돌보라는 청지기의 사명이다. 그러나 인간은 탐욕과 편리함을 좇으며 자연을 이용하고 훼손해 왔다. 그 결과, 지구는 신음하고, 생명은 병들고, 인간은 평화를 잃었다“고 했다.

이어 ”진정한 평화는 정의 위에 세워진다. 생태정의가 무너진 곳에는 평화가 존재할 수 없다. 지금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은 창조세계와의 화해다. 하나님과 화목할 뿐 아니라, 이 땅과 화목하는 신앙으로 나아가야 한다. 절제와 금욕의 문화를 회복하고, 생태적 감수성을 신앙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과 피조물이 함께 하나님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상태다. 교회는 바로 그 평화를 이 땅 위에 다시 세우는 부르심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진 발표회에서 김영한 박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박찬호 교수(백석대 조직신학, 前웨신대총장)가 발표자로 나섰다.

김영한 원장이 개회사를 전했다. ©기독교학술원 제공

발표에 앞서 개회사를 전한 김영한 원장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기후위기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염, 산불, 홍수와 같은 재난은 인간의 탐욕과 무절제가 불러온 결과이며, 동시에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보내시는 경고의 신호다. 하나님은 피조 세계를 우리에게 맡기셨지만, 인간은 창조의 청지기로서의 책임을 잊고 자연을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이제 교회는 이 현실 앞에서 눈을 들어, 하나님이 주신 창조 질서의 회복이라는 사명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 있다. 산업 문명은 효율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으면서 하나님 대신 인간을 중심에 두었다. 그 결과, 인간은 스스로를 창조주처럼 여겼고, 자연은 착취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으되,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관리인이다. 이 시대의 신앙은 더 많은 것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덜 사용하고 절제하며, 피조 세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윤리를 배우는 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생태적 회개의 길이다. 기후위기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영성의 문제이며, 신학의 문제다. 창조의 하나님을 믿는 교회는 무너진 생태질서를 회복하는 영적 운동의 중심에 서야 한다. 절제와 정의, 돌봄과 사랑이 함께하는 신앙이야말로 이 위기를 넘어설 길이다.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보내신 마지막 경고음일지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창조주 앞에 겸손히 서서, ‘생태 정의’라는 믿음의 순종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박찬호 교수가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 신학적 성찰과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발재했다.

박찬호 교수(가운데)가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 신학적 성찰과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발재했다. ©기독교학술원 제공

박 교수는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폭염, 미세먼지, 홍수와 가뭄은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생태계의 비명이다. 인간은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며 문명의 정점을 향해 달려왔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창조의 질서를 훼손해 왔다. 그러나 성경은 세상을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을 증언한다. 하나님은 인간이 아닌 창조세계 전체를 향한 사랑과 질서를 세우셨다. 따라서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창조 질서의 붕괴라는 신학적 경고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과학은 기후변화를 온실가스의 증가와 에너지 과잉 사용의 결과로 설명한다. 하지만 신학은 그 이면에서 인간의 죄와 탐욕이라는 더 근원적인 문제를 본다.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어지면서 자연과의 관계도 단절되었다. ‘피조물 전체가 함께 탄식한다’는 로마서의 말씀처럼, 인간의 불순종은 피조세계에까지 상처를 남겼다. 그렇기에 기후위기의 근본적 해결은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 곧 하나님과 자연, 인간 사이의 조화를 되찾는 데 있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 신학은 창조 세계를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의 장으로 바라본다. 인간은 창조세계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존재다. 하지만 근대 문명은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여기며, 효율과 생산성의 이름으로 파괴를 정당화해 왔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하나님의 자리를 인간이 차지하려는 시도였다. 신앙의 회복은 이 왜곡된 질서를 바로잡는 데서 시작된다.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께 위탁받은 청지기(관리자)로 부름받았다. 청지기란 주인의 뜻에 따라 자원을 돌보고, 모든 생명을 책임지는 존재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앞에서 교회가 취해야 할 태도는 회피가 아니라 참여다. 교회는 먼저 회개해야 한다. 경제 성장과 편리함을 추구하며 자연을 함부로 다루어 온 사회의 일원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교회는 세상을 향해 절제의 영성을 회복하자고 외쳐야 한다. 절제는 부족함이 아니라, 창조의 질서를 존중하는 믿음의 표현이다. 물질의 풍요보다 관계의 풍요를 추구하는 문화, 경쟁보다 나눔을 선택하는 문화가 바로 기독교적 생태윤리의 핵심이다“고 했다

또한 그는 ”기후위기는 또한 구속의 신학적 차원에서 새롭게 조명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죄로 인해 피조세계가 고통받고 있다면, 그리스도의 구속은 인간뿐 아니라 온 피조물을 회복하는 구속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인간의 영혼만이 아니라, 상처 입은 세계 전체를 품는 구원의 표징이다. 따라서 기독교적 희망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서, 새 창조(New Creation)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 생태 정의는 결국 하나님의 구속사 안에서 완성되는 은혜의 과정이다“고 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이제 교회는 세상의 소리를 듣는 동시에, 피조물의 신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신앙은 더 이상 예배당 안에 머무는 행위가 아니라, 땅과 바다, 하늘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여야 한다. 절제와 돌봄, 책임과 사랑이 함께하는 믿음이 이 시대의 진정한 경건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신앙인은 더 적게 소비하고, 더 깊이 감사하며, 더 넓게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 삶이 바로 창조의 회복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시작이며, 교회가 이 세상에서 감당해야 할 거룩한 부르심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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