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은 로마서 1장 20절에서 인간이 하나님을 알 수 있는 단서를 개인의 내면뿐 아니라 창조 세계 전체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전한다. 세상의 모든 피조물에는 하나님의 영원한 능력과 신성이 선명히 드러나 있으며, 그렇기에 누구도 하나님이 없다고 핑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울은 인간의 양심과 이성이 하나님을 향한 주관적 증거라면, 우주 만물은 객관적 증거라고 말한다. 인간의 내면과 세계가 모두 하나님의 존재를 증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완벽한 질서와 목적을 지닌 세계다. 미시적으로 보아도, 거시적으로 보아도 자연의 법칙과 생명의 원리는 정교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건축물이 설계자 없이 존재할 수 없듯이, 정교한 우주 역시 설계자이신 하나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성경의 첫 구절인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선언은 이 우주가 하나님의 의도와 계획 안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낸다.
하늘과 땅, 해와 달, 산과 바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는 말없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시편 기자는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낸다”(시 19:1)고 노래했다. 낮과 밤, 바람과 물, 별과 나무, 모든 피조물은 각기 다른 언어로 “하나님이 계시다”는 진리를 말하고 있다.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예배당이며, 모든 피조물은 창조주를 찬양하는 증인이다.
태양과 달의 거리, 물의 순환, 식물과 인간의 호흡 관계까지 모든 것은 완벽한 균형 속에 존재한다. 이런 조화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창조주의 섭리를 증언하는 작품이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더 많은 학자들이 이 정교한 질서 속에서 경외심을 느낀다. 그들은 연구를 통해 자연의 깊이를 알수록, 그 속에 숨겨진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은 하나님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분의 존재를 부인하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람과 공기, 사랑과 양심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실재하듯, 하나님 역시 보이지 않지만 만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신다.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능력과 신성은 그분의 창조물 속에 분명히 나타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열릴 때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게 된다.
바울이 말한 “저희가 핑계치 못할지니라”는 말씀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운 초청이다. 하나님은 이미 자신을 충분히 보여주셨고, 우리는 그 증거 앞에서 응답해야 한다. 우리의 이성과 마음, 그리고 눈앞의 세계가 모두 하나님의 존재를 증언하고 있다면,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의 믿음의 고백이다.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인식하고 그분의 창조를 찬양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로마서 1장 20절이 우리에게 전하는 깊은 묵상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