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마지막 정부 통제 구역인 엘파셔(El Fasher) 시에서 26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포위된 채 참혹한 폭력 속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기독교 인권단체들과 구호단체들은 국제사회에 긴급히 민간인 대피 통로를 개설하고, 안전한 탈출로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CP는 최근 급격히 악화된 상황은 지난 9월 30일 신속지원군(Rapid Support Forces, RSF)의 드론 공습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붐비는 시장에서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지 저항위원회는 “도시를 무릎 꿇리려는 일련의 학살”이라고 비판했다.
이 참사 직전인 지난주 금요일, RSF는 엘파셔 도심에 포격을 가하며 주택가, 시장, 병원, 난민 거주지를 집중 공격했다. 저항위원회는 “새벽부터 이어진 무차별 포격으로 엘파셔는 오늘 ‘열린 시신 안치소(open morgue)’가 되었다”고 전했다.
엘파셔는 다르푸르 내에서 수단군(SAF)과 RSF 간의 주요 격전지로, 17개월째 포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기반 기독교 인권단체 ‘크리스천 솔리더리티 월드와이드’(CSW)는 RSF가 도심 외곽을 차단하고 탈출을 시도하는 남성과 소년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RSF는 도시 외곽에 벽을 세워 이동로를 봉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RSF는 70만 명 이상의 피난민이 거주하던 아부수크(Abu Souk)와 잠잠(Zamzam) 난민캠프를 점령해 군사기지로 전환했다. 이후 5월부터 9월 사이, RSF의 포격은 엘파셔 성공회 교회를 여섯 차례 타격했으며, 9월 5일 공격에서는 교회 내 피난민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7명이 실종된 상태다. 현지 보고에 따르면, RSF는 현재 오순절교회와 성공회 교회를 점령해 병력을 주둔시키고 저격수를 배치하고 있다.
또한 지난 9월 17일, RSF는 아부수크 캠프 인근의 한 모스크를 공격해 최소 70명을 살해했다. 이 중에는 의료진 3명이 포함돼 있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엘파셔 주민들이 탈출과 생존 사이에서 불가능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 데니스 브라운은 “이 지역은 인도주의적 재앙의 중심지 중 하나”라며 “접근 자체가 극도로 어렵다”고 전했다. 브라운은 엘파셔에서 50km 떨어진 타윌라(Tawila)에 머물며 “이곳으로 오기 위해 3개국을 거쳐 3대의 비행기를 타고, 사흘간 차량으로 이동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타윌라에는 엘파셔에서 탈출한 난민 60만 명이 머물고 있다.
유엔은 수단 전역에서 1,200만 명 이상이 강제 이주를 당해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으로 인한 식량 불안은 심각해져 2,400만 명 이상이 극심한 식량 부족 상태에 놓여 있으며, 전염병과 영양실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콜레라, 뎅기열, 기아성 질환 등이 확산 중이며, 지난 14개월 동안 콜레라로만 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최근 다르푸르 학살을 주도한 수단 민병대 지도자 알리 쿠샤이브(Ali Kushayb, 본명 알리 무함마드 알리 압둘 라흐만)를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로 유죄 판결했지만 RSF의 폭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수단 내 인도적 통로 확보 없이는 대규모 학살이 불가피하다”며 세계 각국 정부에 즉각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유엔은 수단의 42억 달러 규모 인도적 지원 계획이 현재 25%밖에 충당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현장 구호 인력들이 자원 부족으로 생명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