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경신학회(대표회장 이승구 목사)가 11일 오후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지훈 목사) 대예배실에서 ‘제55차 한국성경신학회 정기논문발표회’를 ‘시편 주해와 설교’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발표회는 1부 예배, 2부 논문 발표순으로 진행됐다. 예배는 김지훈 목사의 사회로 드려졌으며 박덕준 교수가 대표기도를 드렸다. 이어 이승구 목사가 ‘진정한 신정론’(시편 73편)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 목사는 “시편은 인간 영혼의 깊은 속마음을 하나님 앞에 드러내고, 그분 앞에서 어떻게 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말씀이다. 시편 73편은 특히 ‘왜 악인이 번영하는가’라는 신앙의 난제를 다룬다. 하나님이 마음이 정결한 자에게 선을 베푸신다는 믿음을 가진 시인은, 현실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 자들이 오히려 평생 잘되는 모습을 보고 혼란에 빠진다. 악인들이 교만하게 말하며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듯 보이고, 정직하게 사는 자들은 오히려 고난을 당하는 현실은 신앙의 근간을 흔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가 그들의 종말을 깨닫게 될 때, 그 번영이 잠시뿐이며 결국 멸망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깨달음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의 가치와 깊이를 더욱 분명하게 한다. 하나님의 백성은 지금도 그분의 손에 붙들려 인도받으며, 죽음 이후에는 영광 가운데로 영접받는다.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주님 외에는 사모할 이가 없으며, 육체와 마음이 쇠약해져도 하나님은 영원한 힘과 기업이 되신다. 그러므로 신앙의 결론은 언제나 ‘하나님을 가까이하는 것이 복’이라는 고백이다. 악인의 번영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의 때에 모든 것이 바르게 세워질 것을 믿으며 사는 것, 그것이 시편이 전하는 진정한 믿음의 길이다”고 했다.
이어 이 목사가 축도했으며 이어진 논문 발표는 장세훈 교수(본회 총무)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현창학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가 ‘찬양시와 하나님 중심 신앙’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현 교수는 “신앙의 여정에서 찬양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세우는 중요한 기도다. 많은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 하나님께 간절히 도움을 구하는 탄식의 기도에는 익숙하지만, 이미 주신 은혜를 고백하고 감사하는 찬양에는 서툴다. 그러나 시편의 찬양시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이 창조와 구속을 통해 이미 모든 것을 베푸셨음을 인정하게 한다. 이는 결핍을 채워 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충만히 채우신 은혜를 ‘받아들이는’ 고백이다. 하나님이 베푸신 구원과 은총을 시인하며, 부족함이 아니라 충족함 속에 사는 신앙이야말로 복음적 신앙의 본질이다”고 했다.
그는 “시편 136편은 하나님의 창조와 출애굽 사건을 통해 그분의 위대하심과 선하심을 선포한다. 창조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하나님의 섭리를 의미하며, 출애굽은 단 한 번의 역사적 사건을 넘어, 오늘날에도 신자들의 삶 속에서 반복되고 재현되는 구속의 은혜를 보여준다. 이 은혜는 하나님의 언약적 사랑인 ‘헤세드’로, 자격 없는 자를 구원하시고 끝까지 지키시는 변함없는 신실함이다. 우리가 찬양할 때마다 그 은혜가 현재화되어,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이 우리의 삶 속에 다시 살아 움직인다”고 했다.
이어 “찬양은 하나님과의 가장 순수한 인격적 교제다. 주고받기의 조건 없이, 무엇을 달라는 요청 없이, 하나님 그분만을 높이고 즐거워하는 행위다. 하나님을 환하게 반기고 그분의 임재를 기뻐하는 것이야말로 영혼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이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은 종종 ‘무엇을 받는가’에 집중하다 보니, 하나님 자신을 즐거워하는 데 소홀해진다. 찬양은 이 시선을 ‘나’에서 하나님께로 옮기며, 신앙의 중심을 하나님과의 사귐에 두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찬양은 하나님 주권에서 시작해 하나님 영광으로 끝나는 신앙의 길을 보여준다. 우리의 삶 속 사건들은 모두 하나님의 주권 아래 일어나며, 궁극적으로 그분의 영광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신앙은 단순히 문제 해결과 복의 수취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받았고, 그 안에 모든 복이 포함되어 있다. 찬양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기도이며, 결핍이 아니라 충족 속에서 사는 법을 가르친다. 하나님께서 주신 전 은총을 깊이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 찬양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고 했다.
이어 강규성 교수(한국성서대학교 구약학)가 ‘탄식에서 찬양으로: 시편 22편의 문학적 구조에 나타난 치유적 기도 모델 연구’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강 교수는 “시편 22편은 절망의 탄식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확신, 그리고 찬양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께 버림받았다는 절규에서 출발하지만, 과거에 하나님을 신뢰했던 믿음의 공동체와 자신의 존재가 하나님께 속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다시 부르짖는다. 이러한 기도는 막연한 외침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 뿌리를 둔 호소이며, 탄식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기대와 소망이 깔려 있다”고 했다.
그는 “시편 기자는 자신의 현실을 숨기지 않는다. 외부로부터의 압박과 위협을 황소, 사자, 개와 같은 생생한 이미지로 묘사하고, 내면과 육체의 붕괴를 물처럼 쏟아지고, 뼈가 부서지며, 혀가 마르는 극한 상태로 표현한다. 그는 수치와 멸시, 모욕을 고스란히 토로하며 자신이 ‘벌레’와 같은 존재로 느껴지는 처절한 심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렇게 내외적 고통을 구체적으로 고백하는 과정은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치유의 첫걸음이다. 고통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회복을 향한 중요한 시작임을 시편 22편은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시편 22편은 고통의 기록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인은 하나님의 언약을 붙잡고, 더욱 간절하고 단호한 어조로 구원을 요청한다. ‘멀리하지 마소서’라는 간구는 단순한 감정 호소가 아니라, 하나님이 반드시 응답하실 것이라는 믿음의 고백이 된다. 이 전환점에서 시인의 시선은 자신의 고통을 넘어 공동체로, 그리고 온 세상으로 확장된다. 그는 회중 가운데 하나님의 이름을 선포하겠다고 결심하고, 모든 민족과 세대가 하나님을 경배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노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기도의 여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기도 모델을 제시한다. 먼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고통을 솔직히 고백한다. 다음으로, 자신의 외적·내적 상황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언약을 붙잡고 시선을 확장해, 개인의 절규를 공동체적·우주적 찬양으로 승화시킨다. 이렇게 현실의 아픔에서 시작된 기도가 하나님의 통치와 구원을 선포하는 찬송으로 마무리될 때, 하나님과의 관계는 회복되고, 고통은 오히려 그분의 이름을 높이는 노래가 된다. 시편 22편은 바로 그 길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안내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