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다시 일어서는 기도의 자리에서

[신간] 흔들리는 날들의 기도
도서 「흔들리는 날들의 기도」

<연탄길>로 한국 문학계에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전했던 작가, 이철환. 따뜻한 감성과 소외된 이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430만 독자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가, <예수 믿으면 행복해질까> 이후 십여 년 만에 다시 펜을 들었다. 그의 신간 <흔들리는 날들의 기도>는 제목에서부터 고백적이다. 흔들리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다시 일어서는 일상처럼 이 책은 믿음과 삶 사이의 틈을 정직하게 걸어간 기록이다.

이번 책은 단순한 묵상집이 아니다. 저자가 직접 색연필과 수채화, 연필로 시간과 마음을 들여 그린 그림들과 함께, 기도처럼 써 내려간 내밀한 고백의 글들이 독자를 마주한다. 겉으로는 소박하고 조용한 책이지만, 그 안에는 내면 깊숙이의 갈등과 상처, 회복과 은혜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의 글과 그림은 눈에 띄는 기교보다 진심을 품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그 어떤 정제된 말보다 깊은 위로로 다가온다.

기도는, 때로는 비명이고 때로는 속삭임이었다

<흔들리는 날들의 기도>에서 기도는 단지 신앙인의 덕목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에게 비명이었고 질문이었고 때로는 눈물이었다. 꽃이 피고 지고, 눈이 오고 녹는 시간 동안 그가 하나님 앞에 던졌던 물음표들은 하나씩 시편처럼 자리 잡았고, 마침내는 ‘기도’라는 형식으로 정리되었다.

저자는 “믿음이란 질문과 의심을 지나 마침내 주님께 다다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말처럼, 책의 곳곳에는 답을 찾기보다 고백을 택하는 신앙인의 자세가 묻어난다.

이철환 작가는 공황과 강박, 결벽의 시간을 지나며 그림을 그렸다. 특히 어두운 색감의 물감을 즐겨 사용하는 그의 그림 속에서는 흔히 외면당하는 어두운 색들이 오히려 주인공이 된다. 삶의 고통을 숨기기보다 드러내며, 그것마저도 하나님의 은혜 아래에 있음을 담담히 보여준다. 그는 글 속에서 독자에게 말하듯 이야기한다.

“우리 인생의 불완전함과 부박함, 아픔과 슬픔을 체휼하시는 그분께로 가져가세요.”

말씀은 파도가 되어, 내 마음의 벽을 흔들었다

책 속에는 한때 말씀을 암송하며 살았던 젊은 날의 기억도 함께 담겨 있다. 하늘색 종이에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적어 벽면을 가득 채웠던 날들. 바람이 불어오면 말씀 가득한 벽에서 파도 소리가 들려왔던 순간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기적처럼 되살아나 주님의 음성으로 다가왔던 기억들. 이 책은 그런 시간의 층위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오면, 파도 너머 수평선이 보일 것만 같았습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주님.”

빛나는 별빛,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이철환 작가는 자주 ‘당신’이라 부른다. 그것은 독자를 향한 말이기도 하고, 삶 속에서 자신처럼 흔들리는 이들을 향한 위로이기도 하다.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면서도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당신, 아무렇게나 피어나지 않는 들꽃 같은 당신, 하나님 말씀대로 살 수 없어 마음 아파하는 당신. 당신이 바로 빛나는 별빛입니다.”

그리고 “주님을 믿는 사람은 자신을 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넘을 수 없는 장벽 같아 보일지라도, 고쳐지지 않을 성격이나 습관일지라도,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면 언젠가는 넘고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곧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소망이다.

<흔들리는 날들의 기도>는 묵상이자, 그림이자, 곧 기도다

이 책은 그저 조용한 묵상집이 아니다. 그림과 글, 말씀이 만나 하나의 ‘기도 시편’이 된다. 그리고 독자 자신도 어느새 그 안에 기도를 얹게 된다. 이철환의 말처럼, “소원 가득한 간구도, 누군가를 위한 기도도 아닌데, 사람을 살린다.”

당신이 지친 하루 끝에 작은 숨을 고르고 싶을 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연약함을 꺼내 놓고 싶을 때, 그저 조용히 주님 앞에 앉고 싶을 때 이 책은 곁에 있어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은 지금도 흔들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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