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공식 의결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4월 1일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이 기업 경영에 혼란을 야기하고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재의요구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는 한덕수 총리 주재로 오전 중 열렸으며,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심의·의결됐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라는 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고심 끝에 재의를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법안은 경영의사결정 과정에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떤 결정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명확히 해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이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며 "이는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일반주주 보호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 총리는 이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일반주주 보호 관행이 정착되고 있으며, 관련 판례가 축적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법 개정을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접근이 더욱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안의 근본 취지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기업들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엄중히 인식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며 "주주가치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업 관행을 개선해달라"고 당부했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3월 13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3월 21일 정부로 이송됐다. 재의요구 또는 공포 시한은 4월 5일까지이며, 당초 임시 국무회의 개최도 검토됐으나 야권의 재탄핵 추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정기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재계는 이 법안이 소송 남발이나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고, 그에 따라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정부 내 의견 차이도 존재했다. 정부는 한덕수 총리가 경제6단체장과의 면담을 통해 재계 의견을 청취하고, 국무위원 간담회를 통해 내각 내 의견을 조율한 끝에 재의요구안 의결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는 조만간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예정이며, 재가가 이뤄지는 대로 해당 법안은 국회로 다시 송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