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속담에만 머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성장 후 어른이 되서도 가난의 사슬을 끊지 못하는 이른바 '가난의 되물림'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전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자료(2009년 실시)를 기초로 분석·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보조금을 수령하는 ‘수급자 가정의 어린이’보다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빈곤 가정 어린이’의 생활이 더욱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교육 기회 부족과 생활고 등의 이유로 향후 성장 결과까지도 가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빈곤아동의 문제는 빈곤장애인과 빈곤노인, 빈곤여성의 문제와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보고서에서는 전체 조사가구 7072가구 중 아동 가구원이 있는 2504가구를 대상으로 최저생계비 지원유무와 실제 빈곤정도를 기준으로 계층을 구분했다.

이 결과 △'비빈곤 가구'는 전체의 87.8%(아동 수 970만9천 명) △'정부지원을 받는 빈곤가구'는 6.0%(아동 수 37만1천 명) △절대빈곤선 이하의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가구’는 2.3%(아동 수 16만9천 명) △절대빈곤선 이상의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 빈곤가구’는 3.9%(아동 수 24만1천 명)로 각각 집계됐다.

(※ 용어설명= ' 절대빈곤선'이란 가구 별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인 경우 / '저소득 빈곤가구'란 가구의 소득이 절대빈곤선보다는 높으나 상대빈곤선 이하에 놓인 빈곤가구)

집계된 수치에 따르면, '정부지원을 못 받는 빈곤가구'와 '저소득 빈곤가구를 합한 이른바 ▲‘복지사각지대 아동빈곤가구’는 약 41만 명으로 정부지원 대상 아동인구 약 37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빈곤가구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정부지원을 받는 빈곤가구' △89만원,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가구 △61만원,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 빈곤가구' △53만원 수준으로 각각 나타났다.

가구 소득과 같이 객관적 지표로 측정 가능한 빈곤의 수준 이외에 주관적 빈곤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생활 곤란 경험’ 조사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가구 아이들 16만9천 명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평소 가정형편을 가늠할 수 있는 ‘돈이 없어서 공과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부지원을 받는 빈곤아동 37만 명은 16.8%만이 ‘그렇다’라고 답한 반면,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아동 16만9천 명은 32.8%가 경제적 문제로 공과금을 제 때 납부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돈이 없어서 자녀의 공교육비를 한 달 이상 주지 못한 경험 ▲돈이 없어서 추운 겨울에 난방을 하지 못한 경험 ▲연속 3개월 이상 건강 보험 미납으로 인해 보험 급여자격을 정지당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정부지원을 받는' 빈곤가정보다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가정에서 ‘그렇다’는 응답율이 모두 높았다. '자녀 공교육비 미납' 경험의 경우와 '병원비나 건강 보험료' 미납의 경우는 응답율이 8배나 차이가 났다.

더구나 빈곤가구 아동의 ‘부모와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빈곤가정 아동이 정부 지원금을 받는 빈곤가정 아동보다 신체적·정서적 학대 정도가 높아 복지 사각지대 가구의 양육자가 ‘생활고로 인한 양육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유숙경 소장은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정부지원금마저도 받지 못하는 가구의 아동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며 "이번 조사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실태가 파악된 만큼 민·관이 서로의 역할을 논의하고 이들에 대한 자원 분배 문제를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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