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시절 필자의 석사학위 논문 초고를 지도교수가 다시 쓰라고 돌려 준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불만에 찬 어조로 “그래도 저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라고 변명하였다. 그러나 선생님의 대답은 “자네 나이에서는 최선이 문제가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네.” 그분의 가르침은 결국 학위 논문은 낭만적 문학이 아니라 엄밀한 과학적 논리라는 것이었다.
이제 성혁명에 대해 “낭만”보다 엄밀한 과학적인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모든 사회정치 사상적 혁명, 예를 들어 프랑스 시민 혁명, 러시아 공산주의 프로레탈리아 혁명 등등은 흔히 낭만적으로 찬양되어 왔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노래를 상기해 보라) 그러나 혁명에 대한 불편한 진실의 하나는 피비린내 나는 살육이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혁명은 왕족, 귀족, 그리고 특히 카톨릭 성직자에 대한 살육과 성당파괴를 자행하였다. 그 파괴는 결국 혁명가 자기들끼리의 살육으로 이어졌다. 러시아 공산혁명도 같은 길을 걸었다. (스탈린을 기억해보라) 한편 미국 독립혁명은, 아마도 기독교정신 때문으로 보이는데, 민주주의 국가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현재 번영을 누리고 있다. 반면 아직도 사회주의 혁명에 머물고 있는 나라들, 즉 북한, 쿠바, 그리고 최근 사회주의 혁명을 하고 있는 베네주엘라의 형편은 매우 어렵다. 현재 우리는 이슬람 혁명을 단행한 국가들의 미래를 주시하고 있다.
산업혁명이나 과학기술 혁명은 어떠한가? 이들도 인류에게 부귀와 안락을 가져왔다고 하며 찬양 일변도이다. 그런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현재 그 혁명의 열매에 대해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원자폭탄, 자연파괴, 지구온난화, 공해로 인한 치매와 장애아의 증가, 경쟁 격화로 인한 노이로제 증가 등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의학발전도 놀랍기는 하다. 그러나 피임약, 낙태기술, 시험관아기, 신종 마약 합성 기술, 안락사, 유전자가위, 인간냉동 보존 등을 생각하면 뭔가 불길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4차 산업혁명은 어떨까? 이는 대량실업, 빈부격차의 증가, 만인을 감시하는 전자체제, 기계적 인간(좀비) 양산 등을 예견하게 한다.
그리고 성혁명이 있다. 성혁명은 인간의 성 본능을 해방하자는 것이다. 성혁명은 1920년대 일차 성혁명으로 시작되어 1960년대 이차 성혁명으로 꽃을 피웠다. 그 역사적 배경에는 휴머니즘, 계몽주의, 일차 및 이차 세계대전, 정신분석, 네오맑시즘, 학생혁명, 히피운동 등이 자리 잡고 있다. 1960년대 학생혁명의 구호는 “make love, not war”였다. 성혁명가들은 특히 기독교를 반대한다.
현재 전통적 기독교인들은 성혁명의 결과에 대해서도 불길하게 보고 있다. 성경은 성령은 그 열매로서 알 수 있다고 하신다. 성혁명의 열매는 무엇인가? 인류의 행복인가? 그 열매는 실상 다음과 같다. 불륜, 혼전 성행위, 성병, 에이즈, 포르노, 성폭력, 산아제한 등을 거쳐, 이제는 성적 자기결정권, 프리섹스, 일회성 섹스, 난교파티(orgy), 마약(화학적 섹스),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정상화, 다자연애(polyamori), 개방결혼(open marriage), 동성혼, 집단가족, 섹스로봇, 가상현실 섹스, 성적 마약 등등. 이러한 성해방을 누릴 사람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도 그러하지만) 극소수의 가진 자들일 것이다. 예를 들면, 아마도 환상적인 성적 마약이 합성될 것인데, 아마도 그 합성자는 부자가 되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하루 종일 성적 황홀경에 빠져 있기 위해 모든 가진 것을 포기할 것이다. 이는 과장된 추측일까?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인간문명의 퇴화에 대한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콘라드 로렌츠는 이차 성혁명이 한창이던 1973년 “문명사회의 치명적인 죄”라는 저술을 통해 전통의 파괴, 자연파괴, 핵무기, 그리고 특히 “동물로서의 인간의 유전적 퇴화”를 인류의 “치명적 죄악”으로 지적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퇴화가 아니라 타락이다. 특히 성혁명의 결과 합병증으로 성병, 에이즈, 간염, 이질 등 성으로 전염되는 질병들이 증가하고 있다. 매독과 에이즈는 태아도 병들게 한다. 정신건강도 악화일로이다. 서구 선진국에서, 기대했던 불안과 우울증 자살, 약물남용 등이 감소하지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인간의 성 능력은 감소하고 있고, 젊은 남자들의 정자수도 줄어들고 있으며, 임신도 잘 되지 않고 있다. 즉 신생아가 줄어들고 있다. 이 모두는 결국 현재 인간의 생명 현상과 창조능력이 손상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죽음의 권세”를 “죄악”으로 본다면, 성혁명은 결코 낭만적이 아니며, 그 열매가 없거나 오히려 병마를 불러들이고 있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성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