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사도행전과 역사적 바울 연구'
도서 '사도행전과 역사적 바울 연구'

신간 <사도행전과 역사적 바울 연구>는 바울의 역사성에 대한 책이다. 사도행전 속 바울이 서신서를 쓴 사도 바울과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런 주장이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서구 학계는 사정이 다르다.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서구 학계에서는 이 신학적 입장이 절대적으로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며 "1845년 독일 튀빙엔 대학교의 F. C. 바우어(Baur) 교수가 사도행전 속 바울은 실제 바울이 아니라는 회의적 입장을 제기한 후, 그의 주장을 옹호하는 학자들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회의적 입장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인 필립 필하우어(Vielhauer)는, 자신의 논문 <사도행전의 '바울 사상'에 대하여>(1950)에서 바울 서신 속 네 가지 신학적 주제, 즉 자연신학, 율법, 기독론, 종말론을 사도행전에 나타난 같은 주제들과 비교한 후, 누가가 사도행전에서 바울 서신의 신학을 전달하지 않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누가가 기술한 신학은 단지 1세기 말경 초기 보편 교회의 신학이었다는 것.

또 다른 학자 존 녹스(Knox) 역시 논문 <바울의 생애의 여러 국면>(1950)에서 "사도행전에 나오는 바울은 서신의 바울과는 아주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며, 바울 생애를 재구성할 때 사도행전의 자료를 연대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자유주의적 해석을 반대한 학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F. F. 브루스(Bruce)나 I. 하워드 마셜(Howard Marshall) 등 보수학자들은 사도행전의 바울을 역사적 바울로 기정사실화 한 채 신학 작업을 했다. 하지만 "회의주의적 학자들의 영향은 커져만 갔고, 자유주의적 주장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반박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현재 서구 학계는 바울 연구에 사도행전의 자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풍토가 자리잡았으며, 사도행전의 바울을 실제 바울로 간주하면 학문적이지 못하다고 조롱받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이에 대해 "학문적 갑옷을 입고 있어 일견 그럴듯한 주장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편협한 방법론과 주관적인 자료 해석으로 학문적 허점을 양산했다"고 비판한다. 

전체 바울 신학을 오로지 서신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는 가정은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데살로니가후서 2장 15절에 '말로나 우리의 편지로 가르침을 받은...'이라고 한 데서 보듯, 바울은 편지 뿐만 아니라 말로써도 가르침을 수행했으며, 이에 바울 서신들은 "그의 신학 사상 전체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가르침을 보충해주고 있다"고. 서신들 속 신학만을 가지고 사도행전 속 바울의 역사성을 재단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또 바울 서신과 사도행전은 기록 목적이 상이하다. 바울 서신은 "후속 편지", 사도행전은 "복음의 메시지와 복음의 진보에 대한 기록"이 주목적이다. 누가가 사도행전에서 바울을 묘사할 때 초점은 "선교사 바울"이었으며, 그 범위 역시 "바울의 개척 선교사역"에 국한되었다. 

이에, 사도행전에서 바울이 청중을 회심시키기 위해 행한 '전도' 설교의 기록을, 서신 속 이미 회심한 성도들을 향한 '신학적이고 목회적인 가르침'과 비교하는 일은 "방법론적으로 위험하다"고 본다.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필하우어의 입장을 다루면서 그의 학설이 지닌 약점을 지적한다. 2장에서는 바울 서신에 나타난 바울의 전도 설교를 재구성한다. 바울 서신에서 재발견된 바울의 전도 설교의 내용을 사도행전에서 누가가 묘사한 바울의 전도 메시지와 비교한다. 3장에서는 누가의 신뢰성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바울 서신과 사도행전 사이에서 흔히 제기되는 불일치 항목들을 검토한다. 4장에서는 사도행전의 저자가 바울의 여행과 사역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사도행전 속 '우리-본문'을 연구한다. 5장에서는 바울의 생애와 사역에 대한 보다 일반적인 주제들을 검토한다.

저자 최종상 박사(Daniel J-S Chae)는 런던신학교에서 로마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이 대학 강사와 객원교수를 역임하고 지금은 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로마서: 이방인의 사도가 전한 복음', '유럽을 향한 하나님의 심장소리' 등이 있다.

사도행전과 역사적 바울 연구 ㅣ 최종상 저, 이용중 역 ㅣ 새물결플러스 ㅣ 352쪽 ㅣ 17,000원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