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소강석 목사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교회는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 반대파와 찬성파로 나뉘어졌던 것처럼, 영상예배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졌다는 신문기사를 보았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먼저 우리는 하나님 앞에 바로서서 예배의 정신과 가치를 목숨처럼 지키는 수직적 신앙을 지켜야 합니다.

저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수요저녁예배를 지키기 위하여 금남로를 걸어서 갔던 사람입니다. 주일예배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때 계엄군이 총으로 쏴 버리면 저는 그냥 죽는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가슴에 성경 찬송 품고서 찬송을 부르며 갔습니다. 왜냐면 하나님과 나와의 수직적인 믿음은 절대로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말고 순교적 각오로 지켜야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런 믿음으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겠다는데 누가 간섭을 하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믿음은 수직적 믿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의 믿음도 있습니다. 아무리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사회적 존재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혐오감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도 이웃사랑을 실천하라고 했지 않습니까? 아니, 율법의 총 요약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하셨잖아요. 특별히 전염병과 관련되어서는 교회가 집단감염의 거점이 되지 않도록,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사항을 잘 지켜줘야 합니다. 이것은 믿음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몇몇 교회가 감염의 진원지가 돼 버리니까 교회가 더욱 공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직적인 믿음도 중요하지만, 수평적인 믿음도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도, 이 수평적인 믿음 때문에 차량도 운행하지 않고, 예배도 축소하여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결코 우리가 믿음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수직적인 믿음과 수평적인 믿음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그러는 것입니다.

물론 온라인예배가 정상적인 것은 아닙니다. 온전한 예배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예배는 함께 한 장소에 모여 예배 드리는 공동체성이 있어야 하고, 집례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 시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라인예배로 전환하여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한국교회가 코로나 집단감염의 거점이 되어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과거 종교개혁 시대에 전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가톨릭은 믿음으로 전염병을 이기자면서 성당으로 무조건 다 모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2000만명 이상이 흑사병에 전염돼 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루터는 예배를 끝까지 드리되 성직자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모일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최소한의 예배를 드리면서 온라인으로 가정예배를 드리라는 셈이지요. 하나님과의 수직적 믿음을 지키면서도, 사람들과의 수평적 관계도 지혜롭게 조화를 이루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온라인예배의 찬반 논쟁을 할 때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교회가 더 하나 되어 예배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예배를 더 간절히 사모해야 할 때입니다. 온라인예배가 최선은 아니지만, 우리의 중심에서 예배의 정신과 가치는 지키되, 현실적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든지 예배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정신과 가치를 지켜가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수직적 신앙뿐만 아니라 수평적 믿음도 잘 조화를 이루어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예장 합동 부총회장)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