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9회 한국개혁신학회 정기학술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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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한국개혁신학회는 제 139회 세미나를 백석대 대학원 목양동에서 최근 개최했다. 조호형 박사(총신대 신대원 신약학)는 ‘베드로전서 2:13에 나타난 πᾶσα ἀνθρώπινη κτίσις에 대한 재고(再考)’를 전했다. 베드로 전서 2장 13절은 “인간의 모든 제도를 주를 위하여 순종하되 혹은 위에 있는 왕이나...”이다.

조 박사는 이탈리아 격언 중 Traduttore traditor을 빌려 “번역자는 반역자”라고 전했다. 이에 그는 “원래 언어를 다른 나라 언어로 전환하는데, 불가피한 반역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원천 언어는 당대 문화권의 사람들이 지닌 가치관 및 세계관을 담고 있으며, 기저에는 언어를 사용했던 사람들의 삶도 연관돼 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원천 언어가 담긴 삶의 정황을 최대한 올바르게 이해해야한다”면서 “무엇보다 성경 번역은 당시 삶의 정황 안에 놓인 원천 언어를 최대한 정확하게 드러내야 함”도 강조했다.

조 박사는 “베드로전서 2:13에서 인간의 모든 제도로 번역된 ‘πᾶσα ἀνθρώπινη κτίσις’의 의미를 고찰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κτίσις가 제도로 사용돼 왔지만, 이것이 정말 맞는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신약성경에서 πᾶσα(모든)와 κτίσις(제도)가 함께 사용된 사례는 있다”며 “그러나 ἀνθρώπινη(인간의)가 κτίσις(제도)를 수식하는 경우는 형태적으로 독특한 표현”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κτίσις(제도)의 의미를 감싸는 당대 소아시아의 정황을 통해, 이 구의 의미를 드러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인간의 모든 제도’로 번역되는 베드로전서 2:13의 πᾶσα ἀνθρώπινη κτίσις라는 표현은 신약성경에 한 번 나타났다”며 “κτίσις의 의미는 ‘제도’나 ‘권위’로 이해하는 경향은 헬라어 어휘 사전에도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여러 문헌을 통해서, 이 단어는 일반적으로 정부의 ‘제도’라든지 ‘권위’로 사용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그는 “베드로 전서 2장 13절은 일반적인 가정 규례를 말하는 단락 안에 포함돼있다”고 강조했다. 다시말해 그는 “베드로 전서 2:13-17에 이어 남편·아내의 순종적 관계를 말한 단락이 나왔다”며 “베드로는 믿는 신자들이 인간관계에서 신자로서 정체성에 합당한 모습을 어떻게 가져야 할지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그는 “베드로 전서 2:13-17은 신자와 통치자의 관계 문제”라며 “신자와 제도간 관계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더불어 조 박사는 베드로 전서 2:13에 등장하는 ὑποτάσσω(순종하라)를 명확히 하기 위해 “당시 소아시아 정황과 연결 짓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소아시아는 로마 황제의 통치를 받고 있다”며 “지방 총독들은 황제와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황제 숭배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황제 숭배가 어느덧 종교 행사로 바뀌기 시작했다”면서 “소아시아 지역에서 이런 종교 행사는 대중문화 속에 자리했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베드로가 ὑποτάσσω를 순종(복종)으로 썼다면, 황제 숭배를 내포 한다”며 “그리스도를 위한 순교를 감당했던 초대교인들에게 이를 권하진 않았을 것”이라 추측했다. 또 그는 “복음 전도를 위해 순교했던 베드로가 이 표현을 썼다”면, “아마도 신자들은 신성시된 황제에게 순종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라 강조했다. 따라서 “이 단어는 순종이라고 썼지만, 실은 공경이란 표현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베드로는 신자들이 왕과 총독과의 교제를 인정하며 존경하도록 권면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베드로전서에 나타난 다른 용례들을 살펴보면서, 순종하다(ὑποτάσσω)가 간접 목적어로 취하는 대상은 모두 사람”이라며 “베드로 전서 2:13의 πᾶσα ἀνθρώπινη κτίσις 역시 ‘사람’으로 이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베드로 전서 2:13절은 왕과 총독을 존경하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만일 그는 “제도로 번역해 ‘순종’이라고 해석하면, 당시 베드로가 주지했던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주(κύριος)‘라는 진리에 위배 된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순종의 대상은 오직 예수그리스도이며, 황제는 아니”라며 “이런 정황에서 ’순종하다‘로 번역된 ὑποτάσσω는 공경의 차원에서 통치자를 인정하라는 것“이라 강조했다. 때문에 그는 “’인간의 모든 제도‘보다 ’인간의 모든 피조물‘로 번역하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종성 박사(주안대)가 멜기세덱 반차에 대한 선교적 함의를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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