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한국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컨퍼런스
박명수 교수 ©장지동 기자
정전체제는 1950년 6월 25일에 일어난 한국전쟁의 4국 당사자가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이루어졌다. 여기에서 말하는 4개의 당사자는 한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이다. 이 중 한국은 북진통일을 내세우며 정전을 반대했지만 결국 미국의 압력에 못이겨 정전체제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1953년 만들어진 정전체제는 오늘까지 지속되고 있다.

사실 정전체제는 처음부터 많은 한계를 갖고 있었다. 미국은 정전협상이 복잡한 국제정치에 빠져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중요한 이슈를 다루지 않고, 군사적인 부분에 논의를 한정시켰다. 그리해서 한반도의 통일문제, 중공군과 유엔군의 철수문제 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평화회담으로 미루었고, 중공의 유엔 상임이사국 승인과 같은 국제적인 문제와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역할은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사실 평화회담은 이런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고 종료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도 정전상태에 머물러 있고, 평화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역사는 점점 흘러서 그 당시 이승만이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중공군은 1958년 한반도에서 철수했고, 공산침략에 맞서 우리의 안보를 담당하던 유엔군은 계속 한반도에 주둔하게 되었다. 이것은 대한민국이 원하던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공산화와 더불어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의 진출과 더 나아가서 미국과 패권을 경쟁하는 강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대한민국에는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6.25 한국전쟁의 핵심단어는 통일이다. 김일성은 공산통일을 원했고, 이승만은 자유통일을 원했다. 하지만 정전협정으로 인해서 다시 분단의 원점으로 돌아갔고, 여전히 이 땅은 분단체제 안에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전쟁의 본래적인 목표는 조금도 전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전체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 즉 전쟁을 더 확산시키지 않고 전쟁의 재발을 막자는 원래의 목적은 상당하게 성취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전체제 이후 동북아시아에서는 오랫동안 평화가 이루어졌다. 과거 한반도에는 10년 단위로 전쟁이 일어났다.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오늘에 이르는 70년 동안 한반도와 동북아에는 전쟁이 없었다. 그렇다면 평화유지라는 측면에서는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또한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전체제는 축복이었다. 정전체제 이후 대한민국은 과거 대륙세력에서 벗어나서 이제 해양세력으로 편입되게 되었고, 서구 문명과 교류하는 가운데 우리는 대륙의 봉건/공산세력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세계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 이후 대한민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이어 정보시대의 선두주자가 되어 자유세계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세력의 하나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유에 기반을 둔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것이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가 이것을 가장 잘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정전 당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인 자유세계의 결속을 이루었다. 이승만은 공산주의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 한미동맹을 강조했지만 미국은 동북아의 자유세계가 연합하기를 원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미국의 오랜 소원과 일치하게 일본과 공조를 강화함으로 중국의 위협에 맞서서 자유세계의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내적으로, 외적으로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다. 내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관한 논쟁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으며, 외적으로는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주변국가의 북핵과 공산전체주의세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어느 역사가가 말했듯이 과거의 역사는 항상 오늘의 서론이 된다. 서론을 잘 준비해야 새로운 미래를 잘 가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은 필자가 지난 12월 1일 국립외교원과 한국정치외교사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정전협정 70주년과 그 함의’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한 개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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