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총신 직전총회장 최철호 목사
예장 합동총신 직전총회장 최철호 목사 ©합동총신

나는 내가 속한 교단에서 오랫동안 교회 목회와 더불어 교단 신학교 강의, 그리고 노회 및 총회 행정을 병행해 왔다. 자연히 연합기관 활동도 하게 됨으로써 교계의 사정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게 되었다.

내가 속한 장로교 교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여성 목사 안수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이 제도 도입을 위해 헌의한 두 번째 총회 때, 총회 회무처리 석상에서 고성과 함께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총회에서 통과된 후에도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었다. 심지어 내가 속한 노회의 가을 정기노회 때에는 이를 반대하는 한 젊은 목사가 노회장의 멱살을 잡고 벽에 밀치는 불상사까지 벌어졌다. 이후 그에 대한 징계 치리가 있었고, 결국 그는 목회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다른 길을 걸었다. 한 기수의 동기 목사들이 승합차를 타고 자유로를 달리는 와중에 다시 논쟁이 벌어졌다. 제 분에 못 이긴 반대 측 목사 한 분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였다. 그 후 많은 목사들이 교단을 이탈하였는데, 나의 대학원 동기들은 본인을 제외하고 모두 교단을 떠났다.

여성 목사 안수 문제는 신학적이거나 교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복음의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물론 반대하는 분들은 디모데전서 2장 11-15절, 3장 2절, 고린도전서 14장 34-36절을 인용하여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내가 볼 때 이 문제는 순전히 세상을 보는 ‘인식’의 문제이다. 인식이 신념으로 굳어지면 자기 자신의 진리가 되고, 이것이 논쟁으로 비화되면 감정으로 점철된다. 여기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발붙일 공간이 전혀 없고, 결국 양쪽 모두 상처만 오롯이 남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는 대로 금년 9월 총회 때도 합동, 고신 등 아직 여성 목사 안수를 반대하는 교단에서는 헌의에 따른 논의가 계속하여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미 도입한 교단들로서는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전혀 아니다. 그것은 그 교단의 정서에 속한 것으로, 세월의 변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정리될 사안이다. 그리고 만유를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께서 그분의 통치 질서로 좋은 결과를 부여하실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한국교회는 전래 초기와 다르게 많은 변화가 있었고, 자연히 시대의 상황 변화와 함께 여목 제도를 인정하는 추세로 이어지면서 이미 대세가 되었다. 이제는 몇몇 교단을 제외하면 대부분 남녀 차별이 없다. 그런데 이 부분이 한국 교계에 미묘한 정서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회 연합기관 활동을 통하여 각 교단 목회자들은 서로 교우하면서 연합 활동을 펼친다. 이때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여성 목사 제도에 대해 아무도 내색하지 않는다. 합동이나 고신 측 목회자들도 다른 교단의 많은 여성 목회자들과 교우하는데, 교단이 부정한다고 해서 면전에서 상대방 여성 목회자를 외면하는 법은 없다. 반갑게 악수하고 대화하고 연합하여 활동한다. 개인의 활동과 교단의 정치 제도가 괴리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여성 안수에 대한 각자의 소신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때 인간의 내면성이 대두되는데, 두 가지 방면이다. 하나는,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면서 속으로는 여목 제도 반대에 대한 신념을 고수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연히 이중인격자가 되고 만다. 또 하나는, 교단 정치 제도와 개인 활동을 분리시키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이중적이라는 비판은 면할 수 없다. 물론 교단 차원은 여성 안수를 반대할지라도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목사들도 많이 있고, 이런 분들의 활동에 있어 이중성이 문제될 것은 없다.

여전히 여성 목사 안수를 반대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그 사람의 인식과 신념의 문제이므로 남이 뭐라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한 번쯤 깊이 헤아려 볼 필요는 있겠다. 또한 혹시 누군가 ‘자질’에 대해 부연한다면, 그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복음의 본질이 아니라면 상생과 화합을 위해,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 됨을 위해 다 함께 영적 지평을 활짝 열었으면 좋겠다.

최철호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신 측) 직전 총회장, 한교연 다음세대를위한교육위원회 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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