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톨릭 주교 기도 영상 논란… “동의 없는 공개, 정치적 지지 아니다”

국제
미주·중남미
홍은혜 기자
press@cdaily.co.kr
백악관 회동 사진·영상 공개에 “동의 없이 정치적으로 이용” 비판
논란의 기도 현장의 모습. ©X(옛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난 일부 가톨릭 주교들이 백악관의 기도 장면 공개에 반발했다.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자, 참석 주교들은 교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만남이 정치적 지지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 가톨릭 주교 12명과 만났다. 참석자들은 이민 단속과 종교인 비자, 인간의 존엄성 등 가톨릭교회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들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은 회동 이후 주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기도하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일부 참석자는 비공개 논의와 기도의 자리로 알고 초청에 응했지만, 백악관이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해당 장면을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그롭 밀워키 대주교는 25일 공개 사과 성명을 내고 “이번 모임은 대통령이나 그의 정책 혹은 그가 속한 정당을 지지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회동의 목적과 공개된 장면이 전달할 수 있는 정치적 의미를 구분했다.

◈그롭 대주교 “현안 논의 위한 만남… 신성한 기도 악용돼 슬퍼”

그롭 대주교는 자신을 포함한 주교 12명이 백악관의 초청을 받아 가톨릭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만남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대통령과 사적으로 기도할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백악관 측의 요청으로 주교들이 대통령 주변에 서서 기도했으나, 그 모습이 참석자들의 동의 없이 공개됐다고 밝혔다. 이후 회동이 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사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항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롭 대주교는 “내가 초래한 고통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드리는 종교 지도자 집단에 너무나도 신성한 기도가 그런 식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점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의 참석으로 혼란과 상처를 느낀 이들에게도 사과했다.

아이오와주 디모인 교구의 윌리엄 조엔슨 주교 역시 별도 성명을 통해 비판에 나섰다. 그는 “현 행정부와 관련된 많은 일은 우리 가톨릭 신앙과 상충한다”며 “당파적 목적으로 우리 모임을 악용한 사람들처럼, 나도 좀 더 교묘하고 덜 순진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공개 동의 여부 답변 피해… 가톨릭 관련 정책 강조

백악관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기 전에 참석 주교들의 허락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직접 답하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들을 위해 추진한 정책과 성과를 강조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만큼 미국 가톨릭 신자들에게 훌륭한 대통령은 없었으며, 그가 이룬 업적이 이를 증명한다”고 밝혔다. 종교적 권리 보장과 낙태 반대 운동가들에 대한 사면, 부모의 권리 보장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이번 논란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레오 14세 교황과도 공개적으로 대립했다. 교황은 지난 4월 전쟁을 비판하면서 군사적·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행위를 경고했다.

당시 교황은 “세상이 소수의 폭군에 의해 황폐해지고 있다”며 “자신의 군사적·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위해 종교와 하나님의 이름을 이용하고, 신성한 것을 어둠과 오물 속으로 끌어들이는 자들에게 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이 “범죄 문제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에서는 형편없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가톨릭주교 #기도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