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처벌만으로 해결 어렵다…‘쥐 공원 실험’이 보여준 사회재활 필요성

고립·사회적 결핍 등 환경 요인도 고려해야…식약처·검찰·복지부·법무부 협업 강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1342용기한걸음센터 교육실에서‘마약류 중독 사회재활 협업 체계 구축’이라는 주제로, 경기도립정신병원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기념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박성환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예방재활팀 연구관이 ‘마약류 중독 사회재활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마약류 중독자의 회복과 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단속과 처벌에만 의존하기보다 사법과 치료, 재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성환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예방재활팀 연구관은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열린 마퇴본-경기도립정신병원 업무협약 기념 세미나에서 마약류 중독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바라보기보다 사회적 관계와 환경적 요인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관은 중독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이른바 ‘쥐 공원(Rat Park)’ 실험을 소개했다. 기존 중독성 연구에서는 쥐를 좁은 공간에 한 마리씩 두고 일반 물과 모르핀이 섞인 물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 관찰했다. 일부 실험에서는 모르핀이 포함된 물을 마실 때 전기 자극을 가하는 방식도 사용됐다.

그러나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는 실험 결과에 환경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다른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쥐 공원’ 실험이 보여준 환경의 영향

‘쥐 공원’ 실험에서는 여러 마리의 쥐를 넓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도록 하고 놀이시설과 먹이, 깨끗한 환경을 제공했다. 쥐들이 약물과 물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다른 개체와 교류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박 연구관은 이 같은 환경에서는 일부 쥐가 모르핀이 섞인 물을 덜 마시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약물에 의존하기보다 다른 쥐들과 어울리거나 짝짓기를 하는 등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는 행동도 관찰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중독을 개인의 의지력 문제로만 해석하기보다는 고립과 사회적 결핍 등 환경적 요인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관은 처벌 중심의 정책만으로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회적 유대감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속이나 치료 하나만으로 끝나지 않아”

박 연구관은 마약류 중독자가 다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단속이나 치료 중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 복귀 과정에서 직업 재활과 예방 활동 등 다양한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법과 치료, 재활이 각각 별개의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복귀’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연구관은 이러한 관계를 회복하고 중독자가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을 ‘사회재활’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 중독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치료 이후에도 일상생활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재활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독 정도에 따라 맞춤형 치료·재활 필요

박 연구관은 중독자의 상태와 중독 정도에 따라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든 중독자에게 동일한 프로그램을 적용할 경우 개인별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에게 같은 수준의 수학을 가르치는 상황에 비유했다. 중학생에게는 적절한 교육이 초등학생에게는 어렵고, 고등학생에게는 이미 익숙한 내용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중독 치료와 재활 역시 개인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박 연구관은 중독 수준을 먼저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맞춤형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예방과 재활 정책 역시 하나의 기관이나 부처가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기관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검찰·복지부·법무부 역할 연계

박 연구관은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마약류대책협의회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는 것도 각 부처의 전문성을 연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법과 치료, 재활 분야에서 각 기관이 담당하는 역할이 다른 만큼 식약처와 검찰,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역할을 나누면서도 이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관은 각 부처가 가진 전문 역량을 필요한 영역에 결합하는 것이 사법·치료·재활 연계 체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 기관이 협업해 수행할 때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다”며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 사회 복귀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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